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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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호정

2부 자꾸만

3부 사랑

4부 침몰

5부 호수의 일

주인공 호정은 호수 같다. 기억을 감정을 호수속에 가두어 두고 모든 색을 집어삼킨 어둠처럼 호정은 어둠같은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물을 비워버린 호수가 더이상 호수가 아닌 것처럼 그녀의 이야기를 다 털어놓으면, 더이상 그녀 자신이 아닐 것이므로 그녀는 의사에게 다 털어놓을 생각은 없었다. 여러 달이 지났지만 그녀의 기억속에 펄럭이는 은기. 어지럽고 잊고 싶었던 것들이 튀어나오듯, 수면에 떠오르는 그것들이 어지럽다.

키가 큰 전학생 강은기, 등하교에 자전거를 타는 그는 호정에게 길을 묻고...

아빠와 엄마는 호정이를 갖기 전에는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나란히 발탁되어 태릉선수촌에 입성했지만 서로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호정일 갖게 되었다. 예기치 못한 생명으로 젊은 부부는 갑자기 인생이 바뀌어 생활 전선에 뛰어들고, 어린 호정이는 할머니집에서 할머니와 고모와 삼촌과 함께 살게 된다. 친척집에서 자란 아이가 흔히 겪듯이 호정이는 친가식구들의 애증의 대상이 되었다. 할머니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자신은 언제나 안쓰러운 더부살이 존재, 눈칫밥을 먹었다.

만두집을 운영하며 둘째 동생을 가질 즈음 엄마 아빠는중국에서 태권도가 잘 될거라는 믿음을 팔아 할머니의 한국에서의 재산까지 고모,삼촌의 미래까지 담보잡아 철저히 망하게 되고, 미운털 호정이는 그렇게 애증의 존재로, 엄마 아빠의 실패를 불러온 아이로까지 시선을 받으며 상처를 입는다.

그는 어딘가 달랐고 야자 시간에 책상앞에 앉았지만 그 자리에 붙잡혀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저만치 앞서 달려가지도 않고, 뒤에서 바짝 쫓지도 않고, 발 구르기조차 하지 않는 아이.

아무래도 상관없을 만큼 그런 분위기에 호정은 자신의 느낌을 혼자서 간직하고. 은기도 그런 호정에게 관심을 보이며 살며시 다가온다.

청춘이란 첫사랑이란 무릇 그런게 아닐까? 시나브로 신경쓰이고 묻고 싶었으나 묻지 못하고, 호숫가에 앉는 것처럼 별거 아닌듯하지만 매우 섬세한, 힘껏 마음을 일으켜야 하는 일...

호정은 친구들과의 우정을 시험하는 여러 일들을 겪으며, 자신의 어린 시절 상처 때문에 부모에게 까칠하게 하면서도 가족애를 되찾게 될 것인가?

첫사랑 그를, 그의 비밀이 밝혀지고 그 이후를 어떻게 기억할까? 한뼘 성장한 호정과 그녀의 친구들의 호수는 어떤 마음들을 간직하고 있을지 들여다 보면서 그때의 마음들을 기억해준다면 독자로서 할 일은 다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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