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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어원 사전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앨버트 잭 지음, 정은지 옮김 / 윌북 / 2022년 1월
평점 :
이 세상 모든 요리사에게 바친다는 이 책은 사실 요리책이 아닌 요리책이다. 식재료와 요리에 관한 온갖 담론들이기도 하고 음식의 역사, 그리고 인간의 역사가 들어있는 인문학 사전에 가깝다. 인생의 맛 모모푸쿠라는 책의 요리사가 쓴 책(쉐프와 식당의 성공 혹은 좌절 스토리) 그리고 일상의 대부분은 백종원의 집밥레시피를 따라하느라 요리책을 읽은 적은 있었지만 이번은 정말 달랐다.
우선 작가 앨버트 잭은 음식의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나 역사 문화와 언어를 좇아 이야기를 재조합해내는 역사가이다. 식탁의 일상식 뿐아니라 특별식, 본인이 속한 유럽사부터 아시아 음식들에 대한 애정과 지식이 녹아들도록 하는 재주를 이 어원사전에 쏟아부었다.
먹고 조리하는 방식에 따라, 어디에서 요리했는지에 따라, 언제 먹느냐에 따라 촘촘하게 나뉜 160개가 넘는 에피소드는 현생 음식(대중적인 음식이든 아니든)에 대해 한번즘 궁금해할 만한 뒷이야기들로 다채롭게 전개된다.
A Glass To Toast(토스트에 건배)
토스트라는 단어가 빵을 그을리다는 뜻 외에 다른 뜻을 가지는데, 영미문화에서는 건배를 할 때 외치는 대표적인 말이다. 와인잔에 토스트 조각을 넣어서 마시던 16세기의 drinking a toast 가 잔 밑바닥에 토스트 한 조각이 깔린 와인마시기와 동일한 의미가 되어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라고.
작가의 고향은 영국이고 오리지널 잉글리쉬 블랙퍼스트는 전 세계가 영국의 전형적인 식사메뉴를 즐기도록 제국의 식민지에 향수처럼 퍼뜨렸다고 한다. 스코틀랜드식, 웨일스식, 아일랜드식으로 다양한 변주를 하는 식의 구성을 보이긴 하지만 전통 잉글랜드식 아침식사의 구성은 전세계 호텔에서 기본으로 포함하는 베이컨, 계란, 소시지, 토스트 등이다 훈제 청어나 데빌드 키드니 등은 너무 생소한 구성요소라 재미있게 보았다. 그리고 다분히 아니 명백히 미국적인 시리얼, 켈로그 는 19세기 가장 유명한 아침식사로 등장했다는 사실, 그리고 수많은 시리얼의 영양소에 대한 강화 홍보에도 평범한 곡물식을 건강식으로 만드는 것은 함께 먹는 우유 때문이라는 것도.
서양 음식에서의 파이나 번, 케이크는 유구한 역사를 지녔고 언어에도 많은 영향을 주어서 함의 표현들을 배우는 것도 좋았지만, 샌드위치 경의창작품인 샌드위치가 어떻게 미국의 대표적 음식이 되었는지, 우리(아시아)에게도 일상식이 된 햄버거나 핫도그의 문화적 의미, 프렌치프라이가 벨기에사람들이 튀긴 방식인데 미국군인들이 엉뚱하게 프랑스식이라고 불렀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개인적으로 스위트나 디저트는 취향이 아니라서 소스와 양념(10장)부분의 모든 재료들 이야기들이 좋았다. 프랑스 요리가 이탈리아(플로렌스)지방에서 전해진 온갖 레시피에 어떤 소스와 양념으로 변주해 발전시켰는지 후추가 옛 시절의 검은 황금이었으며 얼마나 세계를 변화시켰는지 나름 상상하며 읽었다. 케첩이라는 소스는 원래 실로 오래된 어간장 소스로 아시아에서 즐겼던 것을 영국 선원드리 들여와 단맛의 향신료 후추 등을 넣어 우스터 소스와 비슷했다고 한다.이에 미국인들이 토마토를 넣어 영국의 버섯 케첩을 눌렀고 20세기에 하인즈과 대단한 광고의 힘입어서 였다고 한다.
프랑스 퀴진은 고급지고 독일이나 벨기에는 빵의 메카이며 이탈리아의 해산물 풍미로, 중국은 화려한 육식과 소스 유교적으로 건강과 도를 생각하게 하는 식단으로, 각기 다른 것들로 기억되거나 혹은 관념을 형성하고 이 책을 읽으면 그 거대한 흐름이랄까. 주방에서 읽는 맛이 좋았다. 그런데 커리가 영국 음식인가? 의문점이 생겼는데, 아마 영국은 커리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일본카레는 아예없기에,) 갖가지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으리라. 작가는 영국이 인도를 점령했을 때부터 커리라는 인도 음식이 영국 국민 요리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제국주의에 엄청난 문화적 소용돌이를 겪었지만 우리 고유의 식문화를 지켜내고 오히려 김치는 일본에 영향을 준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조금 엉뚱한 상상을 했다. 앨버트 잭 작가라면 내가 한 김치의 역사도 한번 실어줄 만한데 말이다.
이 리뷰는 윌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