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문학, 우리나라 고전인 전래동화에서 착안해 창작물을 적절하게 빚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저희 아이가 생각보다 재미있다고 소감을 얘기해주어서 저 또한 기대가 컸는데요~

도둑질을 배워온 아들이란 제목은 6가지 창작동화 중에 한 이야기입니다. 동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형제의 이야기인데요, 첫째와 둘째이름부터 일식이 이식이, 막내는 물을 것도 없이 삼식이. 가난한 집안의 아들 삼형제는 부모가 충분한 뒷받침을 못해주자 갓 십대가 넘은 아직 어린 아들들을 출가시키며 배곯지 않고 살 수 있는 일을 배워오라고 합니다. 삼년동안 집밖에서 어떤 일을 배우고 돌아올까요? 15살이던 일식이는 어느 양반집 머슴이 되어 주경야독하게 되고 둘째 이식이는 14살, 약초상에서 약초지식과 상술을 익혔습니다. 그러나 12살 밖에 되지 않던 삼식이는 덩치가 좋은 반면 어리기에 나쁜 놈들의 표적이 되어 소매치기, 들치기, 날치기, 도둑질 나쁜 일을 배우게 되죠. 어느덧 3년이 지나 삼형제는 병든 부모님이 계신 고향 마을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배운 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형들에 비해 도둑질을 배운 막내는 사람들에게 말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끼죠. 하지만 그 도둑질은 마을사람들을 괴롭히는 산적들에 대항할 수 있는 반전을 보여줍니다. 홍길동과 비교하긴 조금 우습긴 하지만, 나쁜 놈들은 나쁜 일로 응징하는 것이었는데 아마 '부끄러움'을 느낀 주인공의 반성이라는 부분이 빠져있다면 심각한 범죄이긴 하겠지요?
구두쇠 영감과 저승을 다녀온 총각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갑돌이는 편찮은 홀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착한 총각이지만 심보가 고약한 구두쇠 영감의 소작농으로 착취를 당하는 인물입니다. 이런 설정 또한 보나마나 착한 이가 나쁜 이에게 당하기만 하다 외부(?) 도움으로 한 방 먹이는 통쾌한 복수극이 예상이 되지 않나요? 악당은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자가당착의 결말을 맞고 독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죠. 전통적으로 저승이라는 곳은 지옥과 천국으로 가는 관문에서 어떻게 하느냐, 염라대왕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여주는데 우리나라 전래동화의 구두쇠 영감은 서양의 스쿠르지 영감과는 달리 개과천선을 못하네요^^
은하수를 찌른 염소의 뿔, 두 형제가 성격 특히 품성이 너무 달라 한 가지 일(염소키우는 일)에 각자 다른 태도로 임하고, 심지어 형제라는 사실도 망각한 형은 동생을 우습게 여기고 타자화하여 동생이 가진 행운(?)을 빼앗으려는 시도를 함으로써 하늘에서 벌을 주는 식의 결말을 맞습니다. 요즘 동물학대로 곤욕을 치르는 것들을 언론에서 보게 되는데, 옛날부터 사람이나 동물을 도구화하는 생명경시는 그 어떤 것보다 죄의 댓가가 비싸다는 교훈을 줍니다.
귀동이 바위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한 이야기, 환상적인 호랑이 그리고 호랑이 등에 탄 소년 그림입니다. 산신령님께 귀동이를 잉태하게 해달라고 해서 얻은 귀한 아들이었던 그는 왜 산속으로 들어갔으며 무섭다는 호랑이를 맞닥뜨린 그는 어떻게 그 호랑이의 등에 타게 되었을까요?
귀동아, 호랭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혔어.
그닝께 꼭 명심햐.
귀동이는 정신을 차리고 호랑이를 바라보았어요.
'은혜를 입은 호랑이'라는 소재의 이야기를 언뜻 떠올리게 하긴 했지만 여전히 신비롭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목차
1. 도둑질을 배워온 아들
2. 곱빼기가 된 반쪽이
3. 구두쇠 영감과 저승을 다녀온 총각
4. 은하수를 찌른 염소의 뿔
5. 잘생긴 아들과 따라쟁이
6. 귀동이 바위
이 리뷰는 무지개토끼 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