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이연식은,서양화 를 전공하고 현재 미술사를 살펴보며 예술의 정형성과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시각으로 저술, 번역, 강연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이다. 죽음이라는 무거울 것만 같은 주제를 이번에는 어떻게 다루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죽음에 대한 생각은 '이미지'를 빌려 전승되었고, 사진이나 그림으로 조각 등으로 관련된 죽음에 관한 이미지는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라고 한다. 인간사의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사연, 그리고 죽음의 안팎 이 세상과 저 세상을 넘나드는 시선 속의 유령의 존재로 함께 언급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대혁명과 관련된 그림 중 가장 유명한 <마라의 죽음>은 프랑스 혁명 정부의 지도자 중 한 사람이자 유명한 저널리스트의 자코뱅파의 지도자였던 장 폴 마라가 칼에 찔려 숨진 사건의 장면을 여러 화가들이 그렸는데 마라가 욕조에 널판을 놓고 서류를 검토하며 일하는 중에 방에 들어선 코드데 라는 여성이 저지른 살인 장면이다. 자코뱅파와의 정쟁에서 밀려난 지롱드파를 옹호했던 지적인 여성이었던 그녀는 '공포 정치'를 주도하고 수많은 사람을 반혁명 분자라며 단두대에서 죽였기에 코르데 그녀가 직접 처단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한다. 혁명 정부 당시의 그림인 자크 루이 다비드 이후폴 자크 에메 보드리의 <샤를로트 코르데1860>작품은 마라의 암살을 코르데의 입장을 대변하듯이 그렸다. 암살자인 그녀는 사형에 처해졌지만 말이다.
장 조제프 베르츠의 <마라의 암살,1880>또한 같은 맥락에서 누군가는 암살자, 누군가는 순교자가 되어 있는 것이다.
상복은 검은색으로 오랜 세월 굳어져온 전통과 같은데,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죽음을 지켜보는 이들은 스스로 죽음에 벗어나기 위해 검은 천으로 한껏 가리는 이미지로 등장한다. 검은색은 덮어 가리는 행위이며 보티첼리의 <아펠레스의 비방>에서 긍정적인 가치인 진실이 알몸의 여성으로, 참회를 검은 두건을 쓴 나이든 여성으로 묘사되어 있다.
또한 그리스 영웅 테세우스가 크레타를 향해 출발할 때부터 무시무시한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살아올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던 테세우스의 아버지이자 아테네 왕이었던 아이게우스는 아들이 죽었다면 출발할 때처럼 검은 돛을 무사하다면 흰 돛을 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테세우스는 살아 귀환하면서도 검은 돛을 흰 돛으로 바꿔다는 것을 잊어버렸기에 아이게우스는 검은 돛을 단 배가 보이자마자 낙심하여 바다에 몸을 던져 죽었다고 한다. 검은 돛은 윌리엄 터너 <평화-수장>에서도 빛과의 선연한 대비로 위태로운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형체는 빛을 가두고 빛은 갇히다 파열하여 형태를 내부로 집어 삼키는 모습으로 데이비드 윌키라는 동료이자 친구의 죽음을 상징하고 있다.
대부분의 인상주의 화가들이 자연에 검정이 없기에 피하려고 애썼던 것과 달리, 마네는 '검정으로 빛을 냈다'는 평가도 받을만큼, 신비롭고 확실하게 그 매력을 잡아내었다. <제비꽃 장식을 단 베르트 모리조>라는 작품이 그 한 예이다.(죽음은 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