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찬란한 어둠 -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 첫 번째 에세이
김문정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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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에서 20년 간 음악감독으로 50여 개가 넘는 작품을 해왔다는 그녀, 김문정. 이 에세이가 아니더라도 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방송에서 심사위원으로 나와 칼날같이 매서운 멘토로 하는 걸 처음 봤고, 그녀의 화려한 이력을 들었기에 책 내용이 너무 궁금했다.


Opening Number<나비의 꿈>

영화 내 마음의 풍금을 들어본 적 있는데 뮤지컬로도 공연된 작품이라는 걸 알았다. 그녀의 첫 창작뮤지컬 즉 모든 곡을 만들고 순수 오리지널 우리나라 작품이어서, 그녀가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이라고 했다. 여기서 넘버는 뮤지컬에 상영되는 곡이라는 뜻이라는 것과, 오프닝 음악을 그렇게 부르고 Empostion Number, Production Number, Curtain Call 이라는 용어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공연은 진실로 아름다운 거짓말이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눈과 귀, 온 마음을 열고 무대 위에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에 관객들은 기꺼이 동참한다.

그런 장면을 매일 지켜봐왔지만 볼 때마다 늘 놀라고 감동한다.

뮤지컬, 매지컬


내가 불행히도 관람하지 못했던 <내 마음의 풍금>의 남주연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김문정 음악감독도 아주 애착이 깊은 작품이라고 했다. 별을 만들듯이 매번 작품을 하면서도 그녀에게 마음속에 남아있는 별과 같은 작품을 못봐서 아쉽기만 하다고 생각했다. 웰메이드 작품이었지만 흥행을 하지는 못했고 우리나라 관객의 취향에 맞지 않았지만 작품상 작곡상 연출상 안무상 무대상 그리고 조정석(내가 좋아하는 남우)이 신인배우상을 탔기에 좋은 작품이었다고 그녀는 회고했다.


그녀가 레플리카 작품을 하면서 진짜 '진한'기억에 남은 작품은 <레미제라블>이라고 한다. 아..레미제라블이 영화뿐 아니라 뮤지컬도 로열티를 주고 들여와 공연한 것이었구나~ 어쨌거나 카메론 매킨토시는 여러 유명 뮤지컬의 프로듀서로 영국 여왕에게 작위도 받은 인물로 한국 초연과 영화 개봉에 맞춰 내한했을 때 직접 공연장에 와 관람했다고 한다. 당시 공연 일정은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일주일 공연을 했는데, 그녀를 불러 나무랐다고 한다.

문, 생각해봐요. 판틴(여주인공)이 공장에서 쫓겨났을 때 기분이 어땠을 것 같아요? 처절하지 않았을까?

그런 순간에 너무 빠르게 드라이빙한 것 아닐까요?

최고의 프로듀서란

드라이빙 업하라고 부추긴 음악 수퍼바이저 제임스의 말만 듣고 1막을 연주하고 나서, 2막을 제대로 하라는 질타를 받은 그녀는 너무 화가났고, 피트를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였다고 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제임스는 카메론에게 영화 템포보다 뮤지컬 템포가 느린데 카메론이 영화를 찍고 와서 이 템포가 상대적으로 빠르다고 느끼는 것임을 일깨워 준 후 카메론이 수긍하고 나서 2막에서는 그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녀의 진한 기억과는 다르게, 용인 포은아트홀이 나와서 너무 반가웠다는 것 ^^ 레미제라블이 공연하고 유명한 최고의 프로듀서가 왔을 때 공연을 못봤다는게 안타까울 뿐이라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났을 때는, 그녀와 동고동락을 하던 PIT 에서 베이시스트를 하던 연주자가 암에 걸려 그녀의 임종을 지키고, 단원이 모두 장례식의 상주 역할을 했다는 부분이다. 죽은 베이시스트를 잊지 않고 소환하는 김문정 음악감독이자 단장이야말로 진정한 '우리'를 이끄는 리더의 자질을 갖추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뮤지컬이란 것을 처음 본 것도, 그녀가 처음 뮤지컬에 발을 들여논 것처럼 20여 년전, 대학 때로 돌아가 팬텀 오브 디 오페라 였던듯하다. 배우도 가물하지만, 교양수업으로 선택한 음악의 이해 수업의 리포트를 위해 역삼역 엘지 아트센터로 가서 혼자 관람했던 기억이었고, 감동적인 배우의 노래와 음악이 뇌리 속에 남아 지금도 참 귀한 경험이었구나 생각했었다. 저자가 말한 아름다운 거짓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여태껏 몰랐지만 말이다. 지금은 비록 아이들 때문에 아동뮤지컬을 주로 보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면 저자가 나열한 작품들을 찬찬히 보러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토록 찬란한 '거짓말과 무대'를 볼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 희망의 책, 힐링의 책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 리뷰는 흐름출판으로부터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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