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시간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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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어느 젊은 여자의 사라지는 정황 그리고, 전직 경찰이었던 성환의 사무실에 찾아온 한 남자는 여동생 문미옥의 행방을 찾아달라며 찾아오고. 5년 전 집근처 재래시장으로 장보러 가는 길에 사라진 여동생, 그녀는 CCTV의 몇 개의 흔적만을 남긴 채 감쪽같이 사라졌었고 당시 실종신고와 함께 그녀의 남편이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거짓말 탐지기를 통과한 후, 사건은 미결로 남아있었다.

시간이 흘러 이제 와 민간조사원인 주인공 성환을 찾아온 사라진 여자의 오빠 문창수는, 불우한 가정 환경으로 성인이 된 이후 집을 나와 아버지와 여동생만을 남겨두고 생활해왔고, 일면식도 없는 매부 그리고 연락조차 뜸했던 그녀의 인생에 어떠한 이유로 다시금 개입하려 하는지.

도입에서부터 느껴지는 미스테리한 남매, 그리고 남편 오두진의 당시 행적을 돌이키는 범죄스릴러의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범죄가 일어났지만 가해자와 피해자를 알 수 없는 '실종' 이라는 소재. 내가 즐겨보는 드라마 극에서는 실종(납치)이냐, 가출이냐에 따라 다른 접근을 보여주는데. 납치의 경우, 주변 인물을 철저히 조사하게 되면 거의 대부분은 돈 문제 혹은 학대가 공통된 원인이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지만, 민간조사원인 성환이 우리나라처럼 탐정이라는 신분이 제한적 정보에 접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후배 현직 경찰과 보험사기팀의 전직 경찰의 도움을 받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특히 이 이야기의 결정적인 단서인 남편이 아내의 억대 보험금 수령자라는 사실, 그리고 사망이 아닌 실종선고에 의한 법, 즉 '실종 후 생사를 알 수 없을 때 5년이 지나면 사망한 것으로 본다'는 법률 조항에 의해 사망보험금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편과 아내는 같은 직장에서 만났고 작은 회사지만 대표였던 그와는 달리 간단한 사무직으로 들어온 그녀는 결혼하고 1년을 같이 살았다. 가까운 사무실 동료들은 부부치고는 그렇게 사랑하는 사이 같지 않았다는 탐문조사 증언을 토대로 이들이 부부가 되기 전의 행적을 추척하게 되는데...

남편은 어떤 사람인가요?

성실하고 착한 남자예요... 휴일이면 함께 마트에 가고 집 앞에서 자주 배드민턴도 쳤어요.

부부사이는 좋았나요?

...

문미옥은 남편의 회사에 취직하기 전 어느 제빵 공장에서 일했고, 일터 주변에서 부부처럼 산 남자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된 성환. 그러나 어렵사리 만난 전 동거남에게서 아무 단서를 얻지는 못했고, 단지 그가 어린 딸과 함께 둘이 살고 있고 그 아이가 문미옥의 아이인지 알아내야 했다.

그녀는 생명보험 가입을 직접 했고, 사고로 사망시 원래 보험금의 5배를 받을 수 있다는 흔치 않은 특약 조건이 있었다. 추가보험료를 부담하며 교통사고나 갑작스런 질병에 의한 경우를 대비했다. 보험조사원인 민홍기의 도움으로 성환은 이 계약서를 손에 넣었으며 이러한 '외래적, 우연성, 급격성' 에 의한 사고에 포커스를 맞춘다.

결정적으로, 성환은 우연히 사라진 그녀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발견하게 되고, 서서히 비밀에 다가가는데...

사라진 와이프 혹은 엄마라는 소재는 자주 문학이나 예술의 소재가 되는 것 같다. 비밀을 간직한 여자 그리고 그녀를 사랑한 남자 혹은 남자들의 각자의 이야기는 그들이 알고 있는 그녀보다 다를 수 있으며 때로는 충격적이고. 결국 여자는 어떠한 남자들과도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결말. 이 소설을 읽으면서, 화성을 도는 두 개의 작은 행성 그리고 이들의 이름을 딴 탐사로봇의 등장은 화성을 뜻하는 여자와 주변 남자들과의 일정한 거리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오래전 보았던 영화 <화차>를 떠올렸다. 이 소설처럼 아내의 비밀은 안쓰럽고 처절했지만, 비극적 결말인 영화와는 달리 소설의 문미옥은 살아남았다. 나는 아련한 소설의 미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모성과 모성의 대결' 이라는 키워드가 마음 속에 남았다.


이 리뷰는 자음과 모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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