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호텔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2
마리 르도네 지음, 이재룡 옮김 / 열림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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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소설은 요즘 읽는 두꺼운 책들 사이에서 내 휴식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총 백여 페이지 정도의 긴 장편은 아니었고, 넘길 수록 단순한 문장 구조에서 느껴지는 어떤 비장함과 섬뜩함이 있었다. 바로 그 나로 동일시되는 낡은 호텔과 가족이지만 남보다 못한 자매들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주로 남자들)의 편의를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내용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들과 같이 산 적이 없는데 이제 그들이 내 삶과 함께하다니.

어머니가 죽기 얼마 전에 그들을 불러들인 것이다.

... 하지만 나는 언니들을 돌보느니 장엄호텔 손님을 돌보는 게 좋다.

p23


 

아델과 아다, 두 언니는 주인공인 나에게 장엄호텔보다 중요하지 않은 게으른 존재들이다. 그녀들은 본인들 몸으로 일하는 법이 없었고, 호텔에 대해 불평만을 늘어놓았으며, 호텔만을 걱정하는 나에게 비난하거나 나를 안중에 없는 존재로 취급한다. 할머니가 남긴 유산, 장엄호텔은 늪지대에 지어졌고 목재를 썼으므로, 이 습도에 견디지 못할 정도로 썪어간다. 그러나 이 지역에 들어온 방문객들은 여기 유일한 호텔인 이곳 외에 머물 곳이 없어 그럭저럭 손님이 든다.

한때는 철도가 놓여지기 위해 공사장 인부들이, 철도 공사가 중단되자, 손님이 끊겼지만 늪지대 탐사팀이 그 자리를 메꾸어 다시 만원이 된다. 철도청에서 파견된 탐사팀은 '늪이야말로 무궁무진한 자연의 보고'라는 나의 생각을 지지한다는 증거를 말해준다.

이 오래된 호텔은 날마다 늙어간다. 배관이 낡고 녹슬었으며 지붕 또한 수리에 수리를 계속하면서 할머니가 남긴 빚과 함께 나의 빚은 점점 더 늘어간다. 손님 방은 아직이나, 아델의 방은 비가 줄줄 새고 양동이들을 받쳐 놓고 잔뜩 받아서 버려야 하며 막힌 변기 때문에 손님방으로 가서 비워야 할 지경이다.

나는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하지만, '마치 하녀 다루듯이' 늪에 다녀온 사람들은 하루종일 내가 그들의 방을 치우고 점점 더 지저분해지는 그들 속옷을 빠느라 하루해가 다 가도록 일을 한다.

그들은 전혀 주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점점 늦게 돌아온다. 나는 그들이 돌아온 후에야 자리에 든다.

p62

언니들이 내 고생의 근원이다. 정신차려야 한다...방들 중 하나에서 전에 없이 물이 샌다. 물이 솟구쳐 나온다. ...

파이프를 간다고 내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호텔 전체를 다시 손봐야 한다. ...나에겐 할머니 같은 배짱도 없고 할머니처럼 상속금이 있는 것도 아니다.

p63


 

손님들은 다시 철도에 관해 말하고, 늪이 침입하는 할머니의 무덤 묘지에 물이 꽉 들어찼다. 늪이 침입하고부터 묘지도 늪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장엄호텔이 되살아난다. 안에서나 밖에서나 모두 좋았고 호텔 전면에는 목재의 썩은 부분을 가려주는 꽃들이 천지다. 목재가 또 다른 병에 걸렸는지 점점 심하게 썩어든다. 목재의 질이 나빴고 이런 늪지대엔 적합하지 않았다.

가끔 있는 손님들은 벼룩 때문에 불평을 한다. 소독약을 뿌렸지만 장마철만 되면 벼룩이 찾아온다. 나는 류마티즘에 걸린 탓에 조금은 될 대로 돼라 했고 다시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문턱을 넘기 전에 잠시 주춤거린다. 다른 곳에 잘 만한 곳이 있는 게 확실했다면 떠나버렸을 것이다.

...늪지대에서 별을 보고 자는 것보다는 장엄호텔에서 자는 게 그래도 나으니까 마지못해 있는 거다.

p78


 

공사장 인부들이 떠나고 중단된 공사장은 탐사원들. 이제 그들이 불평하며 떠나고, 다시금 철도청은 포기하지 않고 늪을 가로지르는 철도를 놓기 위해 지질학자들을 파견해 장엄호텔은 또 그들을 맞이한다. 그들은 진지했고 내게 질문을 해댔고 철도가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그렇게 외부사람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작업(?)으로 늪은 장엄호텔을 위시해 개발 계획이 추진되지만, 번번이... 늪은 짙은 안개를 불러오거나, 둑이 물에 잠기거나, 그 위에 철도가 놓이기에 수평이 무너지는 일로 무산된다.


 

사람들 사이 전염병이 돌고, 부주의한 아델과 아다 자매는 안그대로 늙고 병들어가는 몸이 더욱더 쇠하고 결국 죽음에 이른다. 나는 언니들로부터 자유가 되지만 언니들의 핍박과 호텔일에 대한 무지함에도 시체는 유일하게 좋은 시트에 싸서 빚을 지고 좋은 관을 짠 후 둑으로 가서 묻어주었고. 할머니나 어머니처럼 물에 잠기지 않도록 자리를 잘 골랐다. 늪은 산성이라 닿는 곳마다 공격했으며 언니들의 관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홍수는 어떤 방수제로도 무사하지 못할 장엄...추한 모습으로 변했어도 그런대로 버티고는 있다. 장엄은 버려진 집처럼 보이고 네온사인도 자꾸 꺼지며 철도청이 포기한 후 아무도 관심없어 한다.

호텔은 기우뚱해도 쓰러지진 않는다.


 

장엄에서 시작된 할머니의 죽음 그리고 이야기의 말미에 언니들의 죽음, 다른 연작들에도 나타나는 수몰된 계곡에서 죽는 사람들... 그녀의 소설에 '물' 특히 범람하는 물은 어떤 의미인가? 비인간 지대에서 머물다가 흔적 없이 세상을 뜬다.

자질구레한 불행의 지루한 반복, 옮긴이의 해석을 보노라니 이야기에 나온 나는 언젠간 흔적없이 사라질 생명이라도 특히, 장엄호텔처럼 끊임없는 도전과 시련에 직면하지만 '다시'살아남으로써 버팀 자체가 사라져간 이들 뒤에 남아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 같아 애잔했다.


 

이 리뷰는 열림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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