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
최시현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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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소유는 발전주의 국가에서 가족과 계급 그리고 젠더를 구성하는 물질적 기반이며 상징이다. 저자는 주택정책과 도시핵가족의 상관성에 대한 연구를 하기위해 도시 중산층으로 여겨질 만한 25명의 여성들을 만나 인터뷰를 시작하지만, 결국 젠더로서 여성이 집에 갖는 감정, 투기적 성격으로서의 주택 특히 자가소유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와 가족의 상징으로 '주택의 실천' 을 해왔는가에 집중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부동산 매매가 투자와 투기라는 용어 속에 담긴 사회적 인식은 주로 여성이 져야 하는 윤리적 부담같은 정서를 담고 있지 못하기에 그렇게 부르고 있다.

'좋은 엄마' '버젓한 중산층' '모범가족' 이라는 한국 도시 중산증의 가족주의 도덕이 어떻게 여성들의 의식과 무의식에 작용이 되어 왔는가? 나의 어머니(70대 여성)의 삶과 나(40대) 의 삶도 저자가 만나본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주택실천과 태도와 경험들에 유사하고 공통지점들이 많아 한편으로는 흥미롭고 한편으로 또 불편했다. 결혼을 하면서 여성은 가족들의 안위를 물리적 '집'상태와 직접 연결하여 동일시하게 되는 한국 주택시장이 존재하고, '집사람'이라는 말이 단순히 '가계를 돌보는'의미가 아닌 사회구조가 존재한다는 깨달음을 바로 그 위치에 있는 나(아파트 거주) 와 나를 둘러싼 비슷한 동지들의 상황을 돌아보게 했다는 것이 책과 저자의 프롤로그에서 단숨에 몰입되는 이유였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은 '1장 투기는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에서 따왔는데, 집안의 경사 모두의 열망 아파트 청약 당첨은 축하받을 일이고 가족 내 안목과 지목을 가지고 결단을 하는 것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 나도 어머니가 결혼 전 만들어주신 주택청약통장을 가지고 있었고 정작 제 쓸모대로 이용하지 못했지만, 다른 금융상품보다는 매력있다는 이유로 유지하고 있다. 범정부적으로 오랫동안 개인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는 '내 집 마련'프로젝트는 한국 사회에 수도권 아파트의 높은 청약경쟁률과 로또당첨에 비유되는 일로 항상 뉴스에 빠지지 않는 현상이며 너도 나도 열망을.

우리나라 뿐 아니라 국가들은 부동산 시장 집을 매개로 경기 부양이나 억제하는 정책을 이용해 시장을 조정하는데 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개별 가구의 복지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를 소유자 선호 체계를 만들어 내고 소유자 사회 규범은 주택장에서 계약의 형태로, 국가, 기업, 개인 행위자들 각자가 가진 자본과 질에 의해 '게임의 참여 기회'를 다르게 갖는다. 지배자와 신참자는 대결구도가 되어 서로의 가치를 위해 헌신하고 그에 어울리는 태도를 보이는데 이를 위해서 '어떤 것도 불사하지 않는' 경우를 본다. 어떻게 보면 주택을 사고파는 부동산 중개인들의 도움을 받고 친해지고자 하면서도 어떤 시점에서는 믿지 못할 게임의 참여자로 규정하고 비판하는 일,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자신이 소유한 자산이 타인보다 낫다, 가치가 높다고 공격적으로 혹은 공개적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1960년대 근대화 과정 이후 국가 주도의 과잉남성적 발전주의 과정에서 아버지, 국가, 장남과 재벌 기업으로 대표되는 이들과 여성들은 심각한 착취나 침묵을 강요받았다고 보고 여성의 집안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체계도 없었기에 가계부 운동, 부녀지도사업(저축...) 등으로 의무와 정서만을 강조 근검, 근면과 검소 여성의 경제를 통제하려는 금욕적 경제실천을 전범화했다고 인용했다.1970년 경제 규모가 성장하면서 1990년 여성 잡지나 광고들은 투기를 상품화해 남성 임노동자와 여성무급돌봄노동자라는 근대 가족의 성별규범을 모범 시민과 가정에 대한 헤게모니를 보여준다. 가정경제의 규모도 함께 커진 동안 복부인이라는 적극적인 캐릭터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는 어쩌면 당연해보인다.

가부장적 가족 모델은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가 확대된 2000년대에 맞벌이가 늘어나 가장원 권위보다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투기적인 계급욕망은 여성들에게 다른 역할을 주었는데 주택금융화 이후 이들은 가계금융관리자로서 주택을 '사고파는' 소임을 맡게 된 것이다.

여성에게 결혼이라는 생애 사건에 원가족의 경제 여건, 개인 소득, 문화적 취향 등도 생애 첫 내 집 마련의 실제로 영향을 주는 것들인데, 결혼 적령기를 넘어선 여성은 사회적으로 성인이지만 성인으로 인정 받지 못하거나 미성숙하다는 위치적 평가를 받는다.

여성이 남성의 집에서 어떤 역할로 존재하는지가 그 여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특정 남성의 집에 속해 있지 않은 여성은 불완전한 상태에 처해 있다고 여겨졌다. 아버지의 집에서 남편 집으로 이동하는 소속 변경을 하는 것.

이 대목에서 아차 싶었다. 내 집의 명의는 내가 아니라 남편이지만, 모든 건 내가 기획한 일인데. 이 책의 다른 구술자들처럼, 중산층에 자리잡기 위해 아이들 교육을 위해 '동네'를 기획하고 '갈아타고' 실천하는 일들 말이다. 그리고 그 엄마 정체성. 저자가 만난 노년기의 여성들은 적극적 주거 이동과 부동산투자로. 자신과 가족의 지위가 바뀌는 핵심 메커니즘을 체득했기에 자녀 세대에게 집값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안주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움직인다.' 이미 독립한 자녀들에게 나눠줄 자산을 만들기 위해 강남의 자신의 집을 전세로 내어주고 나오거나 자녀의 교육을 위해 수도권에서 시세차익을 얻어 강남으로 진입하려는 젊은 엄마들도 모두 위기의식을 체화하고 이동하지 않으면 손실, 투기화된 삶을 사는 중산층을 살고 있다.

부동산가격 폭등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주택을 소비할 때 편익을 얻지 않았다는 것은 실제로 손해를 보지않았어도 큰 손해를 입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시세차익을 얻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었던 과거에 대한 후회와 반추로 강화된다.


그때 그 집(땅)을 샀더라면...그 집을 팔지 않았더라면... 지금 내 주변의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누군가 불특정한 소유자를 상상하며 하는 흔한 후회의 말들을 들어왔고 가까이 살았던 시부모님으로부터 지금 집에 대한 말이 길어질 때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후회없는 선택을 했던 나는(가족구성원이 늘어난 상황에서 나는 더이상 그런 말을 하지 않지만) 지금도 이 책이 나에게 알려준 중산층 모범가족이 되기 위한 정주하지 않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그러나 마인드만큼 현실이 녹록치 않고 '편법쓰는 여성, 보수화되는 여성, 팔자 탓하는 여성' 들과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싶어도 쉽지가 않았다. 주택장에서의 위치가 그러하듯이, 집이 자산의 대부분이라는 노후의 불안을 갖고 있기에 언제든(준비되었을때) 적극적 주택실천을 해야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 경계해야 할 위험한 줄타기가 존재한다...

예를들면, 다주택자가 되기 위해 가족을 등기에 올리는 명의 위장, 위장전입은 주택실천에서 일상화된 위법 행위로 공직 후보자 인사청문회 단골 메뉴이다. 부동산 실명제 이후 징역이나 벌금 등 분명히 처벌이 내려지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히 명의 신탁정도로 치부된다. 법을 피해 세금을 내지않는 일도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 지워지며 똑똑한 일이 되는 것, 청와대 인사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흠집을 내며 '부인이 한 일이며 나는 몰랐다'고 해명한 일 등은 내면화된 투기에서 책임을 여성에게 가정주부에게 전가한 일이다. '가족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평소 말해온 남편의 의견도 한번 물어봐야겠지만 가족주의가 투기를 여성에게 범범 행위까지 정당하게 여기게 할 정도인가는 심각한 일이 아닌가? 현 정부의 입시비리를 소환한 전 장관부부도 엄마가 교수이긴 하지만, 영향력이 있다는 아버지의 딸을 위한 위법행위가 아닌 엄마의 잘못된 모성으로 낙인찍고 바라보는 시선이 참 불편했었다. Dirty work. 세금회피 여기서는 부동산에 국한되어 있지만 말이다.


이 리뷰는 도서출판 창비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이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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