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주인공은 목화이다. 목화를 바라보는 제3자의 입장이 아니라 주인공인 목화의 입장에서 서술이 되고 있으므로 쉽게 읽혀지며 스스로가 목화가 되어보는 듯한 상상에 빠지게도 된다. 밭에서 자라 실로 자아지고 파란색 옷감이 된 후 티셔츠로 만들어지는 목화.. 파란 티셔츠는 외국으로 수출되어 공정무역 가게에 진열되고 한 소녀가 그 옷을 고른다. 소녀의 엄마는 처음에는 다른 물건에 비해 비싼 가격에 놀라지만 이내 그 제품이 공정무역 제품임을 알고는 흔쾌히 허락한다. 책을 읽다보면 목화에서 티셔츠로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어린 유아라도 잘 알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파란 티셔츠로 만들어진 후 원산지인 인도에서 유럽까지 배편으로 수출되는 장면은 세계 지도의 일부분으로 그려져 있어 특히 그린 이의 재치가 느껴지는 부분이라 하겠다. 6세인 우리 아이는 머릿속에 막연히 있는 수출, 수입의 개념을 이 그림 한장으로 쉽게 정리하는 듯 했다. 이렇듯 이 책은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유통 되는지를 알려주는 지식정보 그림책이다. 이 책의 그림 중 목화나 옷감 부분은 특유의 재질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실사가 가미되어 있다. 책의 그림 중에 실사로 된 부분을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 책이 특히 의미있는 것은 공정무역을 쉽게 가르친다는 것이다. 공정무역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그 구체적인 의미를 쉽게 잘 전달해준다. 단순히 옷을 만드는 과정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좋은 재료를 쓰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적정한 댓가를 치루는 진짜 "공정(공평하고 정의로운 것)"에 대해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아이의 수준에서, 그러나 매우 정확하게 알려준다. 파란티셔츠의 이야기가 끝난 후 이어지는 <공정무역이 뭔지 좀 더 알아볼까요?>는 매우 유익한 내용이다. 아이에게 공정무역이 왜 필요하고 왜 의미가 있는지를 알려줄 수 있으며 함께 나누는 삶, 다른 나라의 힘든 사람들을 돌아보는 마음까지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한번쯤 찬찬히 음미해 볼 내용이다. 정감어린 편지 형식의 작가의 말과 옮긴이의 말 또한 이 책을 읽는 데 빠뜨려서는 안 될 부분이다.
우리 아이들은 예전보다는 확실히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아이의 행복으로 직결되지는 않죠.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부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주게 되고 다른 아이와 비교도 하게 되구요. 인터넷이나 컴퓨터 게임 등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기도 쉬워 폭력성, 정신적 피폐, ADHD 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아이 몸에 난 상처는 눈에 잘 띄어 신경도 많이 쓰게 되지만 아이 마음에 생긴 상처는 잘 표현을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의 것이라 더 가려지기가 쉽습니다. 우리 아이도 이유없이 머리가 아프다는 호소를 하곤 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정신적 스트레스에 따른 증상은 아닌지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어릴적 스트레스는 더욱 크게 다가오고 앞으로의 인격과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아이의 마음이 아프지 않은지 항상 촉각을 세우고 아프지 않도록 양육 태도를 점검하고 필요하면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아이와 내가 하나가 아니라 아이는 나와 독립된 인격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쉬운 말같지만 사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아이와의 갈등 요소가 정말 많이 풀릴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제목에서 품은 큰 뜻이 바로 그것입니다. '아이는 내가 아니라 남'임을 인정하고 아이가 아무리 사랑스럽고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존재라고 하여도 아이와 부모 사이에 존재하는 마음 간격, 그것을 인정하고 아이를 아이 그 자체로 보아주는 것..건강한 부모와 아이 사이의 기본이 될 것 같아요. 또 이 책은 분리불안, 학습장애, 틱, ADHD, 착한 아이 증후군 등 다양한 정신적 문제와 사례를 보여주며 양육 태도를 점검해보는 팁이나 개선 요령 등도 안내하고 있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어릴 적, 아이에게는 부모가 가장 위대한 존재이지요. 그러나 커가면서 부모의 한계도 알게 되고 다른 사람과 비교도 하면서 자기 부모님에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철없는 말과 행동으로 부모 가슴에 못도 박고..누구나 한두번은 그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문득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마음 깊이 부모님에게 고마와하게 되지요. 그 사이 부모님은 수고로움에 늙어 계시고 아이는 철이 들어 있습니다. 주인공 찬엽이와 아빠도 이러한 우리들 모습을 하고 있네요. 찬엽이는 아빠가 야구선수이지만 2군인 것이 몹시 부끄럽습니다. 친구에게 말도 못하지요. 아빠는 왜 2군 선수일까요. 야구에 소질이 없었을까요. TV에 나오는 멋진 선수들을 보면 정말 속이 상하는가 봅니다. 아빠는 아빠대로 2군인 이유가 있습니다. 어린 찬엽이는 그걸 몰랐던 거지요. 든든한 아빠의 지원군인 엄마의 설명을 듣고 아빠를 이해하게 됩니다. 부상과 시련을 딛고 꿋꿋이 야구선수를 해내고 있는 아빠가 자랑스러워진 찬엽이는 친구 민호까지 데리고 멀리 아빠의 경기를 응원하러 갑니다. 찬엽이 마음 속 아빠는 이미 야구 영웅입니다. 이 책의 전개 방식이 독특하네요. 한번은 찬엽이 편에서 글이 전개되고 다음에는 아빠의 편에서 글이 전개되는 방식이라 흥미로웠어요. 같은 사건이라도 찬엽이가 보는 거랑 아빠가 보는 것은 다르기에 이 사람의 마음도 저 사람의 마음도 이해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주었네요. 아빠가 잘할때나 못할때나 따뜻이 격려하고 힘을 주는 엄마의 모습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엄마와 찬엽이의 사랑과 지원이 아빠에게 큰 희망과 용기를 준 것처럼, 가족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되는 건 역시 가족밖에 없어요. 모두가 잘나고 잘될 수는 없지만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사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자식을 위해 모든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는 부모님에 대해 아이들은 마음으로 깊이 고마움을 느끼게 되고 부모는 한층 자란 아이로 인해 더욱 힘을 얻게 되는 따사로움이 깃든 책이 아닌가 합니다.
얼마전 월드컵을 계기로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한달간 축구에 대해 특집 활동을 해보는 기간을 가졌어요. 축구 지식도 쌓아보는 골든벨도 하구요. 응원단이 되어 한국 선수들 응원할 수 있게 응원도구도 만들고 응원가도 만들어 보았고요. 경기 전에는 예상 점수도 해보아 맞추는 사람은 시상도 했대요. 또 반별로 축구 시합도 해서 우승한 반에는 진짜 트로피를 줬다고 하네요. 축구 활동을 하면서 아이가 정말 많이 축구 상식을 쌓게 되어 엄마 아빠에게도 알려줬구요. 흥미로운 한달이었어요. 그 때 시작된 축구 사랑은 지금까지 쭉 이어집니다. 남자아이들은 주말마다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여 축구를 한대요. ^^ 이 일을 계기로 아이가 축구에 대해 관심이 부쩍 많아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이 책 등장인물들은 전부 동물이예요! 정말 귀여운 여러 동물을 만나볼 수 있답니다. 주인공인 "마스코트"는 할머니에게서 선물로 유니폼을 받아, 유니폼을 가진 친구들과 팀을 짜요. 그리고 유니폼이 없는 티셔츠팀과 경기를 펼치지요. 빨간색을 좋아한다고 자기에게는 빨간 카드를 달라고 심판에게 말하는 한 친구의 모습이 참 재미있어요. 좌충우돌, 동물 친구들의 축구는 유쾌합니다. 처음엔 팀별 색깔이 강해(?) 너와 나 구별이 되지만 진흙탕 속에서 뒹굴다보니 모두가 하나가 되고 맙니다. 승부를 떠나 서로 어울려 즐겁게 경기하는 모습, 또 경기를 통해 다져지는 팀워크가 빛을 발하는 책같아요. 유니폼이라고 해도 각자의 것이 달랐지만 한꺼번에 세탁기에 돌려 푸른색이 되어버린 결과도 하나가 된 우리를 말해주지요. 승패는 중요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이기는 것에 좀 민감한 경우가 많은데, 승패를 떠나 모두가 즐겁게 어울려 즐기는 스포츠 정신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책이네요. <유니폼팀과 티셔츠팀 구성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