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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오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요즘 필사책이 정말 유행인 듯 싶다. 새로운 책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오은 작가의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도 시인의 마음을 받아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필사 에세이이다. 필사 에세이 답게 이 책에는 다양한 문학상 및 작품상을 받은 작가 오은이 밤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감각하며 써 내려간 감성적인 에세이 24편과 시인의 문장을 따라 써볼 수 있는 필사 공간이 더해져 있어서 평소와 다른 특별한 독서 경험을 할 수 있다. 특히나 이 책은 180도 펼침 사철제본과 도톰한 모조지를 사용하고 있어서 필사하기 좋고, 표지가 아트북인것처럼 독특하게 되어 있는데,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디자인이 책이랑 넘 잘 어울린다.
그동안은 주로 필사를 아침에 해봤었는데, 이번에는 밤이라는 것에 맞춰져 있어서 밤의 감성이 가득한 오은 시인의 문장을 열심히 따라서 써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오히려 밤이 되니 차분하게 올라오는 감성이 필사 하기에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힘들었거나 지친 날에 조용히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필사로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책 중간중간에 작가님의 손글씨가 들어있는데, 같이 필사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던 것 같다.
[밤이만 착해지는 사람들]이라는 제목도 궁금했었는데, 낮에는 치열한 삶의 리듬 속에 파묻혀 있지만, 밤이 깊어지면 고요 속에서 비로소 마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나또한 밤에 더 온순해지는 성격이 아닌가 싶다. ㅎㅎㅎ 그리고 책도 밤에 읽으면 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고, 내용도 온전히 흡수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밤이라는 특수하면서도 일상적인 시간이 책을 읽고, 필사를 하는데 있어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아직은 조금밖에 필사를 하지 못했지만, 필사를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너무도 추천해주고 싶다.
p.24
겨울밤은 이따금 시간을 멎게 만들기도 한다. 흐르던 것이 난데없이 벽에 가로막힐 때에는 당혹스럽다.
p.44
쓸 수 없을 때, 밤은 바위처럼 옴짝달싹 않는 것이었어요. 힘껏 밀어도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요. 커서가 껌뻑거릴 때 설렌다면 당신은 지금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거에요.
p.108
달뜬 채로 나갔다가 애달픈 상태가 되어 돌아왔다. 달을 뒤로한 채였다.
p.130
최초의 불꽃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그것은 밤을 어떻게 수놓았을까. 그리고 스칠 때 나던 소리는 내 몸에 어떻게 새겨졌을까. 사소한 스침이 커다랗게 부풀어올라 구름 같은 꿈이 될 때도 있었다.
p.148
꿈을 잡으려 애쓴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드림캐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춘몽이든 악몽이든, 살기 위해서 꿈꾸지 않으면 안 된다. 뿌리치는 대신, 능동적으로 가지를 쳐야 하는 것도 있다.
p.220
싱그러운 봄밤과 징그러운 여름밤, 머무는 가을밤과 저무는 겨울밤을 그들은 함께 보냈다. 사랑이 밤처럼 깊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