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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관측하는 중입니다 - 우주의 품에서, 너의 첫 공전에 보내는 답시
우담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7월
평점 :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시집을 읽게 되어 설렘이 가득했던 것 같다. 그런데 뭐랄까? 내가 그동안 읽었던 시집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오히려 담백한 언어로 이야기 나누는 느낌이랄까? 우담 작가는 감정의 질량과 공전, 중력과 엔트로피 같은 개념을 시어로 전환하며, 고백보다는 관찰, 울분보다는 여운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아마도 작가님이 '이과 감성 문과 시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분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시를 읽다보면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시집 뒤 부록에서 시인의 노트가 함께 담겨 있다. 시를 조금 더 깊이, 그리고 맛있게 음미할 수 있도록 독자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그리고 일부 시에는 정서적 흐름을 이어주는 '작은 서문'과 '작은 끝말'이 함께 실려 있어, 하나의 이야기처럼 읽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사랑을 관측하는 중입니다]는 우담 시인의 첫 시집으로, 단순한 감정의 전시가 아니라 사랑과 이별 후의 감정이 어떤 궤도를 그리고, 그 궤도 위에서 사랑은 어떻게 관측되는지를 시간, 온도, 속도 같은 물리적 개념과 현대적 언어로 풀어낸 작은 감정 실험이며, 누군가를 잃은 이들을 위한 처방전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물리적 개념과 현대적 언어로 풀어낸 작은 감정 실험이라는 것이 독특하고 재미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학창 시절에는 시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생각하며 시를 배웠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시집은 시를 어렵게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았다. 시를 좋아하지 않아도,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과일수록 더 쉽고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뼛속깊이 문과이다보니 가끔은 이과 단어의 개념에서 막히는 경우가 있긴 했다. 그러면서도 시를 이렇게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인 것 같다.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어떻게 풀어내실지, 앞으로가 기대가 된다.
p.74
이건, 부맥인가요?
마음이 붕 뜬 채로
카톡방 위에서 도통
가라앉지 못하고 있거든요.
p.99
사랑의 에너지도 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더운물도 그대로 두면 식듯-
사랑도 지속적인 노력 없인
식고 자유로워지고 싶어 한다.
바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이다.
p.114
공기분자는 그의 숨을 타고
감정분자는 그의 손끝을 타고
할랑이는 나비가 되어
미세하게 다가온다
p.139
서로 쌓아온 시간도 마음의 무게도
과거의 질량은 중요치 않은, 그저
상대를 향한 방향과 닿고 싶어하는
간절함의 길이가 정해주는
사랑의 최대 높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