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렇게 보냈습니다 - 소소하지만 의미 있게, 외롭지 않고 담담하게
무레 요코 지음, 손민수 옮김 / 리스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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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의 저자 무레 요코의

컬러풀한 일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삶의 힌트



<카모메 식당>의 원작 소설가의 2023년 첫 에세이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다. 처음 <카모메 식당>을 읽고 담백한 매력에 빠져서 영화를 찾아봤었다. 그런 무레 요코의 에세이는 또 어떤 매력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커졌다.






무레 요코는 이번 책에서 취향의 긴 역사 속에서 집요하게 수집하던 시기를 지나 확고하게 완성된 삶을 누리며, 그것을 위해 불필요한 것을 비우고 있음을 기록했다.

 

무레 요코의 글을 읽으면서 아직도 무언가를 계속 채우고 있는 나를 반성하게 됐고, 그것들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뭔가를 수집하는 나를 보면서 많이 찔리기도 했다. 작가처럼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면서 읽었던 것 같다.


"소소하지만 의미 있게, 외롭지 않고 담담하게"


다양한 취향의 기록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취향 있는 삶에 관한 작가의 태도와 소중한 삶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이야기들이 뭔가 특별하거나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일상에서 누구나 겪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인데, 신기하게도 작가님의 글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의 전반부에는 일흔의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한 작가의 다양한 취향이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작가가 27년간 살았던 익숙한 집을 떠나 새로운 거처로 옮기면서 추억이 깃든 물건과 이별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그 속에서 자기만의 확고한 취향으로 완성된 컬러풀한 일상, 시간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추억의 힘을 믿으며 배우는 삶을 이야기한다.



p.150

유튜브를 하다 보면 한 시간,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린다. 동물이나 음악은 그나마 괜찮은데, 게임 동영상은 눈이 피곤하다. 유튜브에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동영상이 많이 있다는 걸 충분히 알았으니 앞으로는 눈 건강도 신경 쓰면서 조금씩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가고 싶다.


내가 작가님의 나이가 되었을 때는 과연 어떤 세상의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고 걱정이 앞선다. 솔직히 지금도 무인 계산대가 불편하고 어색한데, 더 나이를 먹어서 내가 새로운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개척해나가고 싶어하는 작가님의 모습이 무척 본받고 싶다.


p.177

시대마다 유행이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계속 좋아할 곡, 새롭게 알게 된 곡, 나를 깜짝 놀라게 한 곡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앞으로 어떤 곡이, 어떤 가수가 나올지 너무나 기대된다.


p.209

물건을 처분할 때 도움을 줄 사람이 곁에 있는 게  좋은지 없는 게 좋은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개인의 추억과 전혀 상관없이 기계적으로 처리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처분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람도 있지만, 이 남성은 죽은 아내에 대한 애정이 너무 깊이서 모든 걸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처리하고 싶어했다. 그러기엔 처분해야 할 물건의 양이 평생 가도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많았다.


나는 물건을 처분할 때 도움을 줄 사람이 곁에 있는 게 좋다. 워낙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고 모으는 사람인데, 물건마다 깃들어 있는 추억도 생각해야 하고, 혹시나 또 사용할 지도 모르는 만일에 대비하기 위해서 못버린다. 그런데 예전에 어떤 프로에서 물건은 남은 가족을 위해서 많이 버리면서 살아야 한다고 봤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오늘은 이렇게 보냈습니다]를  읽으면서 더욱더 깨달은 바가 크다.



적지않은 나이지만, 여전히 글을 쓰는 작가의 모습이 좋고, 또 더 오래오래 좋은 글로 만나고 싶은 작가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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