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임금의 눈물 파랑새 사과문고 13
이규희 지음, 이정규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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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영화를 울림있게 보고, 단종에 대한 책들을 찾아봤어요. 영화 개봉 전에 나와있던 동화책이 있었는데, 파랑새에서도 어린이들을 위한 단종 이야기를 지어주셔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표지에 그려진 어리지만 위엄있는 단종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시선을 맞춥니다.

세종대왕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홍위, 아버지 문종마저 병환으로 일찍 세상을 뜨자 12세 어린 나이에 임금이 됩니다. 문종이 장수했거나 수양의 욕망이 도를 넘지 않았다면 단종은 분명 성군이 되었을 거예요.
수양을 중심으로 세력이 모이는 게 느껴진 단종,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들던 날 궁궐 밖 경혜 공주의 집으로 가서 잠시 모든 걸 잊고 아이들과 놉니다.
그날 밤, 큰 사달이 납니다. 충신들이 억울하게 죽었어요. 어린 임금이 얼마나 속이 상하고 겁이 났을까요. 오늘날 초등학교 고학년인 나인데 그 나이에 겪지 않아야 했을 수많은 죽음과 두려움을 견디는 것이 단종이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이 책이 단종의 시선에서 쓰여진 것이 더 아프더라고요. 저자가 마치 단종의 마음을 읽듯 써내려가 더 절절하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단종은 수양에게 옥새를 내주었어요. 더 이상 곁의 소중한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걸 원하지 않았거든요.
그 간절한 바람이 무색하게 왕권을 바로 세우려는 충신들과 수양의 세력이 단종을 가만두지 않습니다. 성삼문, 박팽년을 비롯해 또 많은 충신들이 수양에게 죽임을 당하고, 결국 단종도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영월로 유배를 갑니다. 이후 엄흥도가 곁을 지켜준 것과 단종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여줍니다.

권력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걸까요?
권력이 사리사욕을 위해 쓰일 때 그 민낯은 만 천하에 드러나지만, 백성을 위해 쓰일 때 비로소 진정한 빛을 발합니다. 결국 왕의 자리 또한 백성이 있어야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저자는 책에서 1인칭 화자로 단종을 그리며, 왕위를 뺏기고 영월로 유배를 왔지만 백성들과 단종을 아끼는 신하들이 있어서 가끔 웃을 수 있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고 해요. 저자의 의도대로 두렵고 조마조마한 마음 가운데에도 중간중간 아이처럼 놀고 웃기도 하는 단종의 모습에 같이 웃었거든요.

최근 아형에서 설민석 작가님이 나와 단종의 시기와 나라 상황에 대해 실감있게 이야기하는 걸 몰입해서 봤습니다.
단종의 죽음도 기록마다 달라 명확하지 않다고 해요. 세조실록에는 자결했다고 나오지만 다른 기록이나 숙종실록에는 타살이 분명한 기록이 있고요. 이 책에서 나오는 단종의 죽음도 영화의 그것과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 아주 구체적인 진실은 알 수 없으나 중요한 건 숙종 때에 역사가 바로 잡히고(단종으로 복위), 그로부터 또 몇백년이 흐른 지금의 대한민국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겠죠.
지금까지 유약한 어린 임금으로만 비춰졌던 단종이, 이제는 백성과 함께할 때 비로소 진정한 웃음을 짓고 권위를 세우는 주체적인 군주로 다시 그려집니다.

근 600년만에 왕사남이란 영화로 역사를 바로보는 눈이 국민에게 생기면 좋겠습니다. <어린 임금의 눈물> 책을 통해서 어린이들도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것,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 역사는 남기 마련이라는 걸 알게 되길 바랍니다.

위 서평은 <어린 임금의 눈물> 서평단에 선정되어 파랑새 @bluebird_publisher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단종과 조선의 역사를 다시 새길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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