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볼보와 볼보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0
김혜연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5월
평점 :
#도서협찬
아, 이 아름다운 소설을 어떻게 표현할까.
어리고 약한 존재들과 절망에 빠진 청소년을 보듬는 품이 넉넉한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저자. 글쓴이는 코로나 기간 뜻밖에 찾아온 강아지와 빈 땅에 놓여있던 포클레인에 생명을 불어넣어 온기있는 이야기를 지었다.
은수, 주현, 동수, 종훈의 이야기가 주제마다 이어지고 화자가 바뀐다. 맨 마지막 강아지 볼보의 시선으로 '슬픈 냄새가 나는 사람들'을 이야기할 때 아팠지만 묘하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이어지고 또 다른 이야기가 탄생하는 지점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볼보에게 비추던 햇볕 한 조각이 머문 자리처럼.
사람들이 누군가를 업신여기는 것은 무능과 무지, 가난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주현. 사고로 다리를 잃은 동수의 절친이다. 결손가정에서 자라 가시돋힌 일상을 살아갔던 주현에게도 다정한 어른이 곁에 있었다.
🪻외숙모의 화원과 정원에는 웬만한 꽃은 다 있었다. 식물학자가 그린 그림에 미처 담기지 못한 꽃의 분위기와 향기, 가녀린 움직임을 마주한 날, 주현은 마음속 가시 하나가 딸깍하고 제거되는 느낌을 받았다. 109p
🌷주현은 외숙모 같은 어른이 옆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알고 있다. 작고, 약하고, 자신처럼 보잘것없는 존재한테 관심을 기울여 주는 다정한 어른.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려면 아마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야 될 것이다. 111p
동수의 이야기는 방임의 진한 냄새가 들러붙어 있어 읽는 내내 아팠다. 힘겨운 삶에 장애를 갖게 된 청년에게 무슨 말이 필요할까.
👷♂️너는 뭐에 관심이 있니? 어떤 꿈을 꾸고 있니? 라고 물어보고 잔소리하는 어른. 야단치고 충고하며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어른이 있었으면 했다. 141p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건 일방적이긴 해도 저자와 친해지는 것임을 알았다는 동수에게서 독서가의 동질감을 느낀다. 장애가 있지만 책을 통해 세상을 자유롭게 여행하는 어른이 되길, 보통의 어른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비록 책 속 이야기이지만 실제 우리 사회의 이면에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 영케어러들이 많이 있다.
엄마가 된 이후로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사연에 그렇게 마음이 아프다. 우리 아이들 뿐 아니라 한 명의 아이에게라도 다정한 어른이 되고 싶다.
👨🦽 다리 하나를 잃고 나서 친구가 생겼다. 뭔가를 잃고 뭔가가 생겼다는 느낌, 엄밀히 말하자면 새로 생겼다기보다 발견된 건데 낯설지 않았다. 아빠가 사라지고 나서 동수의 인생에 할머니가 나타났을 때의 느낌이었다. 아직 많이 살아 보지는 못했지만 인생이라는 게 좀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148p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에서처럼 결국, 의미있는 한 사람을 만난 인생은 꽃피울 수 있다. 소설 속 아이들이 보통의 어른으로 사는 것을 행운으로 여기지 않고, 보통의 행복을 누리는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위 서평은 <볼보와 볼보> 서평단에 선정되어 미래인 @mirae_inbooks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다정한 시선이 담긴 온기있는 책 보내주신 미래인출판사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