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아름다운 소설이라더니 참이다. 책과 수프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니!앞으로 수프를 먹을 땐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책은 누군가 펼쳐 볼 때 비로소 빛난다고 믿었다. 182p🔖그녀는 에세이 작가들이 평범한 일상을 새롭게 해석하는 재치와 감성을 좋아했다. 121p고시원 생활에 지쳐있는 미연을 위해 영혼을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닭고기 수프를,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애타게 찾는 남자에게 <크리스민스 캐럴>을 구해주는 '책과 수프' 주인장 선영.그녀는 자신의 가게에 온 손님 모두 이곳과 인연을 맺고 가는 거라며 자신의 철학을 피력한다.공간소설이 지니고 있는 미학이다.👩🏫 "나는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 시험지 문제는 답이 하나지만, 세상에는 답이 하나가 아니니까." (지연) 104p 👨🌾 오랫만에 아버지와 같이 보내니 같이 이렇게 둘이서 지내던 어릴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가족의 포근함이 느껴졌다. (현수) 108p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지연과 연기지망생이었으나 현재 농사를 짓고 있는 현수가 '책과 수프'에서 재회한다. 홋카이도 여행길에 들렀던 수프 카레 식당에서의 인연이 이렇게 끌어당김을 한다. 꼭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게 된다.👫신랑과 결혼 전 북해도 여행을 갔었는데.. 기억이 십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사람 키만큼 쌓여있던 삿뽀로 새하얀 눈길과 오타루 운하, 하코다테 야경은 추위를 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 사람과 결혼해야겠구나' 마음 먹었던 새해 첫달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지막 한 장까지 다 읽고도 이야기가 더 이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과 수프'란 따뜻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들이 생에 온기를 더한다. 책을 덮은 후에도 추억 없는 헌책은 세상에 없으며, 작은 호의로 누군가의 오늘이 바뀔 수도 있다고 믿는 주인장 선영의 마음이 또렷이 기억난다.따뜻한 수프 한 그릇을 먹은 것 처럼 푸근한 마음이 잔상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