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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미소 - 나에겐 미소란 없다
이은서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2월
평점 :
제목만 보고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가족이나 친구관계를 그린 것일까 싶었는데 상실과 애도를 표현한 글이었다.
단짝친구와도 같은 언니를 병으로 잃고 괴로웠던 시절, 생활이 무너지고 슬픔이 가득 차올라 친구들 사이에서도 가짜 미소를 보일 수 밖에 없었던 아연이. 작은 소녀가 사이좋은 혈육의 죽음을 감당하기엔 벅찼다.
아이들에게도 알 권리, 죽음을 받아들이고 헤어지는 인사를 할 시간은 필요하다. 소설속에 아연에게는 그런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 상처는 겉에 나든, 마음속 깊은 곳에 나든, 모두 똑같이 아픈 것 같다. 76p
👩 "너에겐 그 추억이 너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그건 아니야. 그 추억은 너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너를 웃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야." 101p
친구 진아를 만나면서부터 아연이는 조금씩 용기를 낸다. 아연이가 슬프고 괴로운 일상을 진아의 위로와 격려로 받아들이고 이해해가는 과정이 따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마조마 했는데, 모든 사실이 밝혀지는 장면에서는 아연이처럼 나도 아팠다.
특히 엄마와 대화하는 장면. 엄마는 아이 생각을 읽어주지 못했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오해를 키워가고. 어려울 때일수록 솔직하게 얘기하고 슬픔을 나누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책은 시점도 현재에서 과거를 넘나들고, 시공간도 초월한다. 아연이가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장면에서는 어린 나도 만나게 되어 놀랐다.
동생이 교통사고로 엄마가 집을 비웠던 상황. 그 긴 기다림의 시간, 어두운 방 안에서 혼자 울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던 장면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 때의 난 무서웠다. 동생이 어떻게 될까봐. 딱 이 소설 속 아연이의 언니를 기다리는 심정과 같았다.
지금이라도 어린 나 옆에서 안아주거나 손을 꼭 잡고 같이 있어주고 싶다.
👱♀️ "나야말로. 널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 기뻐.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 같더라." 132p
결국 가짜미소는 진짜미소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언니의 유품 주황색 편지 속에 담긴 진실. 언니의 마지막 행복이 아연이의 미소였고, 아연이의 희망이었던 언니가 서로의 마음을 느끼며, 아연이는 점점 일상을 회복해간다.
13살 청소년 작가의 작품이라기엔 놀랍다. 작가라는 꿈을 품고 쓴 첫 작품엔 작가의 섬세한 시선과 세계관이 담겨있다. 게다가 상실과 애도를 다룬 작품이라는 데에 경이롭다.
이 책은 어려움 가운데 있는 이들에게 진정한 위로와 온기로 다가갈 것이다.
소중한 책 보내주신 이은서 작가님과 북앤가든님 @book_andgarden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