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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수놓다 - 제9회 가와이 하야오 이야기상 수상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평점 :
'가족'이란 키워드는 늘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렇게 내게 온 초록색 책, <물을 수놓다>📗
봄에 시작해 가을에 이르렀다. 소설 속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 식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시선을 따라 두계절이 흘렀다. 그리고 누나의 결혼식이 있는 가을이다.
[제5장. 고요한 호반의]
🍃 술을 마시며 슬라이드쇼 같은 기능으로 성장 기록을 더듬어 가다 보면 그만 눈물이 글썽거린다. 성장하는 존재는 순수하게 고귀하고 눈부시다. 216p
🍃 무엇을 기준으로 훌륭한 인생이라고 판단할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 그것은 소유한 재산이 아니라 정열의 유무로 결정된다. 추구하는 것이 있는 사람은, 매일 갈등과 초조함은 있을지언정 허망함을 느낄 일은 없다. 224p
🍃 편하지 않다면 좋지 않아, 미오. 그 감각을 소중히 여겨. 232p
🍃 자기에게 잘 맞는 옷은 자세를 곧게 만든다. 옷은 단순히 몸을 감싸는 천이 아니다. 세상과 대등하게 맞서기 위한 힘이다. 237p
젠의 고용주 구로다는 젠을 살뜰히 챙기며 젠이 젊은 시절의 열정을 되찾기를 기다린다. 이 세상에 나를 믿고 기다려 줄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 인생은 살아갈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지 않을까.
[제6장.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 남에게 이야기하는 건 처음이었다. 목표라고 할 정도로 확실하지는 않았던 욕구가 말로 한 순간 윤곽을 얻었다. 256p
🍃 흐르는 물은 결코 썩지 않는다. 항상 움직인다. 그렇기에 청정하고 맑다. 한 번도 더렵혀진 적 없는 것은 '청정함'이 아니다. 계속 나아가는 것, 정체하지 않는 것을 청정하다고 부르는 것이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많이 울고 상처 입을 테고, 억울한 일도 부끄러운 일도 있겠지만 그래도 계속 움직이길 소망한다. 흐르는 물처럼 살아다오. 285p
🍃 한 땀이 선이 되고 반복하면 면이 된다. 단순한 실이 그렇게 함으로써 단순한 실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301p
바늘을 쥐고 있을 때가 가장 즐거운 기요. 기요스미 가족들이 화자로 등장해 각자의 시선에서 이야기한다.
기요, 누나, 엄마, 할머니까지. 이후 당연히 아버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버지의 고용주 구로다씨의 이야기에 이어 다시 기요의 이야기다.
불어오는 바람따라 물결의 방향이 다르게 일렁이듯 잔잔한 바람이 초록색 책 수면위에 불었다. 기요는 어렸을 적 들었던 '흐르는 물처럼 살아다오'를 되새기며 누나의 웨딩드레스에 흐르는 물과 같은 자수를 놓는다. 아버지의 마음을 가득담아💚
후미에 할머니의 '실패할 권리. 비에 젖을 자유', 세상물정 모르는 아버지지만 자식들에게 사랑을 가득담아 전하는 메시지 '흐르는 물처럼 살아달라'
잔잔한 호수의 표면처럼 일렁이는 감동이 여운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