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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맛대로 살아라 - 틀에 박힌 레시피를 던져버린 재야 셰프, 전호용의 맛있는 인생잡설
전호용 지음 / 북인더갭 / 2017년 7월
평점 :
네 맛대로 살아라. 전호용
음식에 담긴 진심 함유량이 궁금하다. -
음식에도 진심이 담기는가? 저자는 그러하다고 말한다. 얼마나 담기는가? 25%. 그럼 나머지는? 구라와 계산이다. 구라라 함은 손님에 대한 친절을 뜻하는 것이겠고, 계산이란 함은 판매 이익을 말하는 것일 게다. 처음 이 글을 접했을 때, 내 반응은 겨우 25%란 말인가? 책 뒤표지에 찍혀 있듯, 주변에 차고 넘치지만 주목받지 못한 못난 음식에 대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예를 들어 사람손이 수천 번 가지만 제 값을 받지 못하고 단 돈7천원에 넘겨지는 ‘미나리’에 대한 기록이다. 콩나물시루는 또 어떠한가, 새벽녘 비몽사몽간에 오줌 누고 물 한바가지 얹어주며 키워낸 것이다. 내가 기대했던 저자의 모습은 음식을 만들어내는 조리사를 넘어, 생명에의 따스함으로 식재료를 바라보고 값어치를 넘어 조리하여 내놓을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그의 손에 버무려진 음식에 진심함유량이 고작 4분의 1밖에 안 된다 말인가!
최근 학생들을 데리고 청소년 연합수련회를 갔다. 가깝지 않은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수련회 장소에서 제공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밑반찬은 수상하게 단 두 가지였다. 단무지와 마늘종 무침. 무언가 이유가 있겠지, 역시나 밥은 볶음밥이었다. 수상하다는 내 예상이 적중하듯, 볶음밥에는 김치 쪼가리와 고추장만 들어가 밥에 뭉쳐져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당당하게 김치 볶음밥이라고 적혀 있었다. 볶음밥에 흔히 들어가는 고기가 있을까 싶어, 가느다란 희망을 품고 젓가락으로 파헤쳐 봤는데,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고기라 부르기엔 이질적인 것들이 보이긴 했다. 탑탑한 마음을 식히라는 것인가, 콩나물 냉국도 있었다. 국물을 먼저 맛본 학생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는데, 이런 음식이 원래 존재하는 거냐는 질문이 날아왔다. 앞에 마주 앉은 여학생은 배고프지 않다며 거의 손대지 않았는데, 그럴 리가 없지 않는가? 그 음식에 진심함유량이 얼마나 될까? 제로에 가깝다고 말하면 박한 것인가, 책의 저자처럼 25%라도 담겨있었다면 그리고 나머지 30%쯤 구라라도 보탰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책을 읽으며 생전 어머니가 해주셨던 된장찌개와 미역국, 비지찌개가 계속 생각났다. 언젠가 식당에서 비지찌개를 사먹었던 기억도 있지만, 그 맛이 아니다. 그 맛이 날 수 없다. 진심함유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구라와 계산을 넣어 음식을 만들지만, 그래도 진심을 담는다는 저자의 음식이야기는 사실 삶에 대한 이야기다. 그의 삶을 따라가며 새록새록 음식에 얽힌 추억을 떠오려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