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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과 하나님의 사랑 - 롬 8:1-39 ㅣ 복음주의 설교자 존 파이퍼의 로마서 강해 시리즈 4
존 파이퍼 지음, 이선숙 옮김 / 좋은씨앗 / 2015년 3월
평점 :
존 파이퍼라는 신학자와 목회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의 책을 접한 적은 없다. 책으로 만난 그의 글은 다름 아닌 설교였다. 베들레헴교회에서 16년간 전한 로마서 강해를 7권의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그중에서 4권은 로마서8장을 강해한 것인데, 총 48번의 설교로 되어있다. 그의 1년 치 설교를 고스란히 듣게 된 것이다.
그가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진지하게, 꼼꼼하게, 밑줄까지 쳐가며 자신이 한 설교를 이렇게까지 정성스럽게 읽어주는 독자도 있으니 말이다. 사실 그렇게 읽을 수밖에 없었다. 한 부분도 놓치지 말아야 했기 때문이다. 설교를 읽는 내내, 월터 브루그만의 ‘텍스트가 설교하게 하라.’는 책제목이 떠올랐다. 그만큼 충실하게 이 말을 따르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어서다.
한국 교회 강단의 현실은 어떨까? 설교 도입부분은 거의 공식처럼 되어버렸다. 본문에 맞는 예화나 이야기로 대체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청중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한 것이겠다. 나 또한 다르지 않다. 성경만으로 이야기하면 졸지 않을까? 눈뜬 체 딴 생각하지 않을까? 이야기의 힘은 센데, 어떻게든 관심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런 의구심은 말씀의 힘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말씀의 능력을 경험해보지 못한 자의 실상 아니겠는가? 여기에 소위 강당의 위기가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읽었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였는데, 결과는 의외다. 가장 높은 순위는 교회에 말씀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목회자가 말씀을 진지하게 연구하지 않고, 열정을 다해 전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물론, 누구나 다 존 파이퍼처럼 전하진 못한다. 하지만, 말씀에 대한 진지함과 열정만은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처음 사역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열심뿐이었다. 한 고등학생이 말했다. ‘전도사님을 보면, 진짜 열심히 준비해 오시는 것 같아요.’ 맞다. 어찌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있는가? 마음을 다한 그 모습이 눈으로 보여졌나보다. 다른 것이 아니겠다. 말씀을 전하는 자는 이런 열심만이라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전하는 자로서 감당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곧잘 무너지는 것이 마음이다. 중등부 사역을 처음하게 되면서 도무지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부장집사님이 와서 위로 하신다. ‘그래도 학생들이 중간, 중간 들어요.’ 그러면서 고등학생들만 됐어도 말씀이 들어갈 텐데 아쉬워하셨다.
위로가 되지 않는다. 내 자신의 부족함만 더 크게 느껴질 뿐이었다.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결국 하나님께서 하신다는 것이 우리의 고백 아니겠는가? 내가 전하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곧, 하나님이 하신다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이 책을 만난 것도 우연이 아니리라. 내 안에 말씀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마음을 뜯어고치시기 위함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해본다.
존 파이프의 설교는 하나의 모델이다. 말씀을 붙들고 끝까지 추적해 나가는 그의 탐구정신과 열정은 하나님 말씀만이 희망이며, 말씀이 영혼을 살린다는 확신이리라.
로마서를 부여잡고, 이 책을 읽으라. 그러면 복음이 나와 너를 살린다는 확신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