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gone 1
수신지 글.그림, 윤정원 외 감수 / 귤프레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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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부터 책으로 나오기까지 정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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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의 기술- 미래 시장을 잡는
밀랜드 M. 레레 지음, 권성희 옮김, 이상건 감수 / 흐름출판 / 2006년 6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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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금융투기의 역사- 튤립투기에서 인터넷 버블까지
에드워드 챈슬러 지음, 강남규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1년 6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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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벤저민 그레이엄 지음, 김수진 옮김, 제이슨 츠바이크 논평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16년 11월
32,000원 → 28,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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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
랄프 웬저 지음, 박정태 옮김 / 굿모닝북스 / 2007년 3월
14,800원 → 13,320원(10%할인) / 마일리지 7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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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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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따로 있어요. 강하가 예전에 당신을 어떤 방식으로 싫어했든 간에, 그 싫음이 곧 증오를 가리키지는 않는다는 걸. 그건 차라리 혼돈에 가까운 막연함이라는 걸요.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매 순간 흔들리고 기울어지는 물 위의 뗏목 같아요. 그 불안정함과 막막함이야말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방법 아닐까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확신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이 마음과 앞으로의 운명에 확신이라곤 없다는 사실뿐이지 않을까요. (p.194)
*
북쪽 바다에 사는 커다란 물고기, 그 크기는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는데 그 이름을 곤이라고 한다. (중략) 이 물고기는 남쪽 바다로 가기 위해 변신하여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을 붕이라고 한다. (중략) 강하는 그 이름을 일상적으로 부르는 것조차 두려웠던 거예요. 한 번 제대로 마주한 적 없는 존재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 한 음절이 혈관을 부풀어 오르게 하고 마침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p.210)
*
인어소년, 이랄까. 매정하고도 무능한 아비가 동반자살을 하고자 했던 아이. 살려는 본능이었는지 아가미가 솟아 살아난 아이. 그 아이를 주워온 강하의 할아버지, 그리고 “곤”이라 이름을 붙여준 강하.
<한 스푼의 시간> 속 소년처럼, 로봇은 아니지만 인간사에 동떨어져 있으면서도 관계를 맺으며 성장해가는 소년이 등장해 반갑고도 애정이 갔다. 달라서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으며 징그럽거나 무섭거나 최소한 낯설다는 말 대신, “예쁘다”는 말을 듣고 기뻤던 소년. 그리고 존재를 최초로 존중받게 된 한마디.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새 옷을 입고 글도 새로이 고친 이 아름다운 소설을 같이 많이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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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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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따로 있어요. 강하가 예전에 당신을 어떤 방식으로 싫어했든 간에, 그 싫음이 곧 증오를 가리키지는 않는다는 걸. 그건 차라리 혼돈에 가까운 막연함이라는 걸요.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매 순간 흔들리고 기울어지는 물 위의 뗏목 같아요. 그 불안정함과 막막함이야말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방법 아닐까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확신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이 마음과 앞으로의 운명에 확신이라곤 없다는 사실뿐이지 않을까요. (p.194)
*
북쪽 바다에 사는 커다란 물고기, 그 크기는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는데 그 이름을 곤이라고 한다. (중략) 이 물고기는 남쪽 바다로 가기 위해 변신하여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을 붕이라고 한다. (중략) 강하는 그 이름을 일상적으로 부르는 것조차 두려웠던 거예요. 한 번 제대로 마주한 적 없는 존재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 한 음절이 혈관을 부풀어 오르게 하고 마침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p.210)
*
인어소년, 이랄까. 매정하고도 무능한 아비가 동반자살을 하고자 했던 아이. 살려는 본능이었는지 아가미가 솟아 살아난 아이. 그 아이를 주워온 강하의 할아버지, 그리고 “곤”이라 이름을 붙여준 강하.
<한 스푼의 시간> 속 소년처럼, 로봇은 아니지만 인간사에 동떨어져 있으면서도 관계를 맺으며 성장해가는 소년이 등장해 반갑고도 애정이 갔다. 달라서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으며 징그럽거나 무섭거나 최소한 낯설다는 말 대신, “예쁘다”는 말을 듣고 기뻤던 소년. 그리고 존재를 최초로 존중받게 된 한마디.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새 옷을 입고 글도 새로이 고친 이 아름다운 소설을 같이 많이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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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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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의 궤적을 그리며 잔손금과도 같이 펼쳐진 길을 돌아가리라, 몸이 허락하는 한. 그녀는 느긋한 발걸음으로 출구를 향해 간다. 머리 위로 드리워진 지상의 찬란한 어둠을 향해 나아간다. (p.19)
-
책을 펼치고 나서 조각이 첫 임무 수행을 마치고 지하철 출구를 향해 가는 부분이다. 이때부터 짜릿하고 멋진 소설이 시작된 것이다. 귓가에는 누아르 영화 비지엠이 들리는 듯했다.

-
“상처가...... 벌어집니다.”
심호흡하고 나서 떼는 첫마디가 그거였다. 작은 숨소리까지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의사가 말하자 은은한 스킨 로션에 소독약이 뒤섞인 듯한 냄새가 끼쳐왔는데 그녀는 어쩐지 그 냄새에 속이 뒤집히지도 머리가 아프지도 않았다. 당장 수상한 사람에게 경독맥이 베일 위기에서 이런 다정하며 헌신적인 말투라니. (p.8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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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물 한 잔을 완전히 비우는 동안 조각은 시선을 줄곧 발아래로 떨어뜨리고 있었는데, 이런 때에 더욱 선명해지는 죄악감이란 이를테면 물을 삼키는 그의 목울대가 움직이는 소리 같은 사소한 것에조차 심장이 술렁인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마음은 어디에도 파종할 수 없이 차가운 자갈 위에서 말라비틀어져야 마땅할 터였다.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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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작가님은 사랑에 빠진 이가 그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마음을 묘사하는 데 탁월하다. 감탄에 감탄. 그래서 아이돌팬들이 구절구절을 인용하며 자신의 스타에게 바치는지도. 그 마음을 너무 잘 알겠다.
조각은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숨을 거두게 만드는 킬러로 평생을 살게 되었고, 그 운명은 ‘지켜야 할 것을 만들지 말자’는 맹세로 이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빛을 찾아 몸을 비트는 그늘진 구석에 심긴 식물처럼, 생에는 자꾸만 미안한 의미들이 깃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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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어떤 심장의 소용돌이들. 류가 떠난 뒤로는 의미 있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것들. 그리고 그것은 손안에서 차게 식은 무용의 윤기 없는 털의 감촉으로까지 이어진다.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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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푼의 시간><아가미><파과>까지 연이어 읽게 되면서, 무감각한 감정, 인간성이 상실된 어떤 존재가 생의 의미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공통적으로 반복된다. 그래서 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끝내 극적으로 아름다우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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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파과>에서 <한 스푼의 시간>이 나오는 힌트를 나름 추적해볼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오래 두고 쓴 냉장고에 조각의 노쇠를 빗대는 장면(부품. 단종. 고장. 교체)과 한바탕 휩쓸고 난 후 공원 풍경을 그릴 때 “한 티스푼의 설탕에 지나지 않았던 일화들은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르다 결국 눅눅해지며 감당 못하도록 찐득해진다(p.329)”는 구절을 읽었을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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