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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 신달자 에세이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신달자.. 우리엄마세대니깐 정말 아주 오래된 작가로 알고 있다.
내가 꼬맹이일때 우리엄마께서 그녀의 책을 읽는것을 자주 봐왔기에 신달자, 그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책제목과 한두줄의 글귀만으로 시선을 확 자로잡은 책.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그녀의 삶을 조심스레 펼쳐보았다...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인간에게도 생애 단 한 번은 완전한 주목을 받으며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죽음이다.
에세이집의 첫시작글이다.. '살아있는 날의 선택'에 이어 또다시 죽음에 직면하게 되는구나
죽음은 그저 끝이고, 사라지는 것이고, 비어 있는 것이라 그녀는 말하고 있다.
그래. 죽음은 말그대로 죽음이다. 이 세상에 없는 것이다. 허무한 것이다..
총 44장의 내용으로 딸 같은 제자인 희수에게(첨엔 딸인줄 알았다는) 지난날을 술회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중간중간 가히 시인답게 멋지고도우아한,슬프면서도 강렬한 그녀만의 시도 실려있다.
그냥 툭툭 내뱉는 말이었을 뿐인데 시 같았고, 정말 심금을 울릴 정도의 전율이 일었다.
어쩜 이리도 박복한 삶을 살았을까.. 나는 정말이지 유명한 작가인줄로만 알았고, 당연히 잘 먹고 잘 사는사람 인줄로만 알았는데..
순탄하지만은 않아보였던 신혼생활,갑작스런 남편의 뇌졸증,24년간의 수발,금쪽같은 세딸들의 뒷바라지,어머니와 시어머니의죽음,
그리고 본인마저 유방암에 걸리는.. 이보다 더 박복한 삶이 또 있을까..
시상하부과오종이라는 말을 들어본적 있는가, 웃는 발작. 웃는 병 이란다.
한번 웃기 시작하면 30분도 계속해서 웃는.. 조절이 안되는.. 결국 약 먹고 멈추기만 기다려야 하는 무서운 병이다..
"지금이 웃을 때야!" "그러니까 병신이지.." <p.107>
정말 웃기고도 가슴 찡했던 이들 부부의 대화였다. 정말 세상에 별 희한한 병도 다있다.희한해 희한해~
그녀는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고, 이 힘들고 고된 생활 속에서도 문학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고
대학원에 진학까지 한 모습을 보면 정말 너무나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이렇듯 악착같이, 억척스럽게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교수의 자리로 일어섰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그녀는 단 하루도 포기 할수 없었다. 최선을 다해 살아온 그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의 죽음은
너무 연습이 길었다
20년이 넘는 동안 날마다 나는
그와의 마지막 장면을
내 생의 클라이맥스로
눈물과 침묵과 분노를 잘 섞은
이별의 표정 하나를 연습해 왔다
20년의 연습은
나를 노련한 배우로 발전시켰고
언제 그의 죽음이 와도
당당히 침착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세월은 무심히 흘러갔다
무대는 낡고 커튼은 찢어지고 나는 늙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왔다
24년의 연습은 무효했다
그의 눈에 불덩이 같은 해가
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내 30년의 분노가 지고 있었다
나는 그 지는 해를 붙잡기 위해
목숨을 걸고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나보다 먼저 그의 눈이 닫히고 있었다
< p.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