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들 자살하다, 제프리 유제니디스, 출판사 갑자기 기억안남
처음이 잘 안 읽혀서 , 전에 읽다 던져뒀는데, 읽던 책이 애매하게 끝나고 욕조에서 그냥 첨벙거리기 그래서, 읽기 시작. 탄력이 붙어서 앞부터 다 읽어버림. 몸이 퉁퉁 불음. 재미있네.
성장소설 운운하면 좀 정색하고 읽게 된단 말이다.
교육용미디어같은 이름이야.
좀 그럴듯한 다른 이름을 좀 붙여주지?
작가는 끝이 없이 독하고( 처음 의도한 바를 끝까지 밀어붙인 플롯을 미루어 볼 때)
몽상보다 현실을 사랑하는 주제에 비극을 포기하지 못 했지만(비극은 아름다우니까)
어이없는 이 아이들의 생을 끝장내는 장면을 읽고 있으면
연민이라거나 슬픔과 같은 축축한 감정이 아니라 기어이 해치웠구나 하는
해방감으로 시작하는 축제의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들의 자족적인 웃음은 결국 온 생애 내내 기어이 끝장내버리지 못한 자의 마음에 남아있을 터.
무거움을 애써서 짊어지려고 하지마. 그건 사실 없어도 괜찮잖아.
있으면 좀 그럴듯해 보이는 거니까, 버리고 가벼워지는 것도 나쁘지 않아.
갖고 싶은 것이 생길 때까지 마음을 좀 쉬게 해줘.
갖고 싶은 것이 영영 안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생각해보면 그렇게 암울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
그럴듯한 삶을 너무도 오래 강요당해서 그것이 좋은지 싫은지조차 알 수 없어.
그냥 모르겠으니 좀 쉬었다 가자고 매순간마다 그리 생각해.
생각마저도 멈추고 괜찮을 거라고
그냥 다 괜찮을 거라고 중얼거려.
초조함은
네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