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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들 자살하다, 제프리 유제니디스, 출판사 갑자기 기억안남

처음이 잘 안 읽혀서 , 전에 읽다 던져뒀는데, 읽던 책이 애매하게 끝나고 욕조에서 그냥 첨벙거리기 그래서, 읽기 시작. 탄력이 붙어서 앞부터 다 읽어버림. 몸이 퉁퉁 불음. 재미있네.

성장소설 운운하면 좀 정색하고 읽게 된단 말이다.
교육용미디어같은 이름이야.
좀 그럴듯한 다른 이름을 좀 붙여주지?

작가는 끝이 없이 독하고( 처음 의도한 바를 끝까지 밀어붙인 플롯을 미루어 볼 때)

몽상보다 현실을 사랑하는 주제에 비극을 포기하지 못 했지만(비극은 아름다우니까)

어이없는 이 아이들의 생을 끝장내는 장면을 읽고 있으면

연민이라거나 슬픔과 같은 축축한 감정이 아니라 기어이 해치웠구나 하는

해방감으로 시작하는 축제의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들의 자족적인 웃음은 결국 온 생애 내내 기어이 끝장내버리지 못한 자의 마음에 남아있을 터.


무거움을 애써서 짊어지려고 하지마. 그건 사실 없어도 괜찮잖아.

있으면 좀 그럴듯해 보이는 거니까, 버리고  가벼워지는 것도 나쁘지 않아.

갖고 싶은 것이 생길 때까지 마음을 좀 쉬게 해줘.

갖고 싶은 것이 영영 안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생각해보면 그렇게 암울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

그럴듯한 삶을 너무도 오래 강요당해서 그것이 좋은지 싫은지조차 알 수 없어.

그냥 모르겠으니 좀 쉬었다 가자고 매순간마다 그리 생각해.

생각마저도 멈추고 괜찮을 거라고

그냥 다 괜찮을 거라고 중얼거려.

초조함은

네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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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김연수를 좋아하는 까닭을 생각해 보니

순간순간, 몰입이 강하다는 것.

단순한 흡입력만으로 설명하기는 한참 부족하겠지만

일단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내려놓기 어렵다는 것.

그것이 진지한 이야기이건 유쾌한 것이건

자기의 이야기로 읽는 이를 사로잡을 줄 아는

그것도 점점 더

그렇게 읽어야  재미난 글을 써 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소설이 아닌 글은 끊어읽는 것이 더 맛나는 사람.

자주 끊어 읽을수록 좋더라. 다른 책을 읽다가 생각나면 그 다음을 읽는 식으로.

아무튼.

 

호흡이 꽤 괜찮은 이 작가의 소설을 읽다가 끊겨 본 일은 처음인 것 같다. 그것도 세 번이나 연달아. 윽.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이 맞지 않는 문장이 하나. 어랏?

주어가 통째로 날아간 문장이 그 다음이었고. 엄....

부사가 잘 못 사용된 문장에서 그만 머리를 쥐어뜯고 말았다.

나는 정말 그렇게 찌질한 사람은 아니란 말이다.

 

 

처음과 끝이 맞물리지 않는 글을 읽은 것처럼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표현되지 않은 것까지 읽어내지 못 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체를 어그러뜨릴 만큼 대단한 문법적 실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뭔가 아주 섬세한 것.

내가 김연수를 읽으며 누구와 공유하지 않아도 혼자 으쓱으쓱 좋아라 했던 그 아주 작은 결이

어슷하게 달랐다.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데.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치고는 참 찌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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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마라. 는 네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울컥했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숨을 고쳐 쉬었다.
내가 아프건 아프지 않건 관심없는 사람인 줄 알았지.
쉴새없이 아팠지만 모르는 줄 알았지.


네가 아플 일인 줄 알았어도 나는 멈출 수가 없었네.


나는 원래 그런 사람.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것에 토를 달지 않는 사람.
원래 그런 사람인 것을 바꾸고 싶지 않은 사람.

 

 

네가 그리워도 나는 숨을 고쳐 쉬었네.

그립다와 별로 그렇지 않다가 동격인 것은 네가 유일하니까,

너는 쫌 자랑스러워도 돼.

뭘?

별로 그립지 않았던 것.

호흡이 가빠지기만 해도 생각이 나던 것.

모서리마다 가슴이 까무라칠 것 같았던 것.

 

너야,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다시 고쳐 사랑하지요.였으며 그 다시 고쳐 사랑하는 이가 누구건 우리가 다시 고쳐 만날 일이 생겨나지 않는 한 내가 궁금해할 일은 아니었고, 아 그러다가 그냥 생각이 나니까 잘 있을까보냐 애인한테 천만 번 고쳐 채여라.라고 악담을 퍼붓고 있은들 우리가 그 이야기를 나누며 깔깔거릴 일도 아니잖아. 그래서 문득 생각했지. 그 사랑은 뭐였을까. 벽장에 쟁여놓은 한 번도 매어보지 않은 오렌지색 가방 같은 것이었을까. 가슴이 해질무렵 서쪽하늘같이 환해지다가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것. 너는 어쩜 그렇게 이쁜 구석도 별로였는데 마음이 지랄같은지. 그 너무 울어서 토할 것 같은 기분으로 사랑하는 거 그런거 별로잖아. 나는 좀 깔끔한 재단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너를 잘라내는 일이 제일 쉬웠단다.

그게 뭐 별건줄 아니. 눈이 사막처럼 건조해지면 아 습기가 부족하구나 하는 것처럼 너의 결핍을 유기체적으로 느끼는 것도 아닌데.

 

 

여행을 하지 않은지 너무 오래 된 것 같아.

곧 가방을 꾸려야지.

그 생각만으로 나는 벌써

얼마를 버텨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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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라의 돼지를 읽다가 생각난 건데
나는 좀 두꺼운 책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전공서적이나 경전처럼 두툼한 그런 거 말고
촤르륵 넘겨볼 때, 종이의 질감이 손가락 끝에 촘촘히 느껴지는
밀도 높은 책. 말이다.

 
여름이라고 장르소설들을 한참 읽었더니 순도가 높은 문장들이 그리워 오스카 와일드와 이탈로 칼비노를 주문했다. 

 
하늘이 자주 어둡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흘러가는 구름.
태풍이 지나가더니 불순물들이 빨려들어간 듯이
공기가 보드랍더라. 빗방울이 간간히 떨어졌는데 금방 잊혀졌다.

 

 
나는 널 그리워하는 게 아니라
그 시간들에 네 곁에서 곧잘 웃음을 터뜨리던 나를
그리워하는 거다. 그 웃음의 농도와 어딘가 수줍은 뉘앙스를
너는 아마 깨닫지 못 했을 텐데
그건 내가 부끄럽고 들떠있었기 때문이야.

   

포근포근한 기억은 나에게만 속해 있는지  
너는 아닌지 묻고 싶었던 적이 있긴 했어. 그런데 말야.
나는 네 대답이 별로 듣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
이미 충분해서 거기가 끝이어서  네가 대답을 가졌든 아니든 결국 달라질 건 없었던 거지. 

 
 

네가 골목 끝에 서서 나를 찬찬히 바라보던 날을 떠올려.
네 눈은 불안해보이기도 하고 체념한 것처럼도 보였는데
조금 웃어보여주고 싶었지만 내 표정이 어땠을지
나는 영영 알 수가 없겠지.
나는 걸음을 늦추지도 않은 채 너를 지나쳐 가.
꿈 속에서조차 나는 너를 향해 멈추지 않아.
그게 끝.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지.
알고 있어도 멈추는 법이 없어.
끝은 이미 거기 돌이킬 수 없는 네 진심으로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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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cyworld.com/mojo032  

 

간간히 다이어리나 끄적이는 정도지만 

혹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이쪽에 적으시면 제가 금방(은 아니겠지만 조금은 빠르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좋은 오후 보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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