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마라. 는 네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울컥했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숨을 고쳐 쉬었다.
내가 아프건 아프지 않건 관심없는 사람인 줄 알았지.
쉴새없이 아팠지만 모르는 줄 알았지.
네가 아플 일인 줄 알았어도 나는 멈출 수가 없었네.
나는 원래 그런 사람.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것에 토를 달지 않는 사람.
원래 그런 사람인 것을 바꾸고 싶지 않은 사람.
네가 그리워도 나는 숨을 고쳐 쉬었네.
그립다와 별로 그렇지 않다가 동격인 것은 네가 유일하니까,
너는 쫌 자랑스러워도 돼.
뭘?
별로 그립지 않았던 것.
호흡이 가빠지기만 해도 생각이 나던 것.
모서리마다 가슴이 까무라칠 것 같았던 것.
너야,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다시 고쳐 사랑하지요.였으며 그 다시 고쳐 사랑하는 이가 누구건 우리가 다시 고쳐 만날 일이 생겨나지 않는 한 내가 궁금해할 일은 아니었고, 아 그러다가 그냥 생각이 나니까 잘 있을까보냐 애인한테 천만 번 고쳐 채여라.라고 악담을 퍼붓고 있은들 우리가 그 이야기를 나누며 깔깔거릴 일도 아니잖아. 그래서 문득 생각했지. 그 사랑은 뭐였을까. 벽장에 쟁여놓은 한 번도 매어보지 않은 오렌지색 가방 같은 것이었을까. 가슴이 해질무렵 서쪽하늘같이 환해지다가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것. 너는 어쩜 그렇게 이쁜 구석도 별로였는데 마음이 지랄같은지. 그 너무 울어서 토할 것 같은 기분으로 사랑하는 거 그런거 별로잖아. 나는 좀 깔끔한 재단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너를 잘라내는 일이 제일 쉬웠단다.
그게 뭐 별건줄 아니. 눈이 사막처럼 건조해지면 아 습기가 부족하구나 하는 것처럼 너의 결핍을 유기체적으로 느끼는 것도 아닌데.
여행을 하지 않은지 너무 오래 된 것 같아.
곧 가방을 꾸려야지.
그 생각만으로 나는 벌써
얼마를 버텨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