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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피크닉 저스트YA 8
강석희 지음 / 책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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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내일의 피크닉으로 지은 이유는 뭘까?

-연이와 수안이가 작품 속에서 피크닉을 가자고 하는 장면이 나오잖아. 마지막 장면에서 둘이 만났는데 그게 난 둘이 비행기를 타고 같이 놀러가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래서 그렇게 지은게 아닐까?

-나는 내일이 더 기대된다는 뜻을 가지고 지은 것 같아.

-내일이 기대되는게 피크닉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건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어?

-피크닉 가면 기대되고 설레잖아. 그 설레는 마음에 비유해 그렇게 지었다고 생각했어.

-오늘이 아니라 내일. 오늘은 힘들고 괴로웠지만, 내일 즉 미래는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작가님의 소망이 담겨있다고 생각해.

<중2 학생들의 책 대화하기 보고서 중 발췌>

청소년 문학상(책 대화하기-책 발표하기-서평쓰기) 대상작품 7권 중 내 마음속의 원픽은 단연 <내일의 피크닉>이었다. 중학교 2학년 친구들에게 보호 종료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현장 실습을 나갔다가 고통과 절망을 온몸으로 겪어내는 특성화고 친구들의 이야기가 자신들의 이야기처럼 와 닿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이 아이들이 전혀 모르는 세계이기에 이 책을 통해 그 세계와 처음으로 접속하기를 바랐다.

예상처럼 아이들은 '우리는 고아였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을 읽고는 철 없이 낄낄거렸고 현장 실습을 직업 체험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연이는 왜 죽은 거냐고 책을 다 읽고도 물었다. 관건은 페이지 수라고 말했던 프린들님의 조언처럼 200이 넘는 빽빽하고 많은 페이지가 확실히 장벽이 되기도 했다. 5시간 내에 완독하기를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내일의 피크닉>조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하지만 실익도 있었다. 라이더가 돈 많이 버는 줄 알았는데 온통 '똥콜'에 빗 길에 넘어지면 쏟아진 음식 값까지 물어주어야 한다는 서술에 놀라는 아이가 있었다. 콜 센터 직원들을 악의적으로 괴롭히는 진상 손님에 대해 읽으며 욕하는 친구도 있었다. 청소년 문학상 심사 기준으로 <내일의 피크닉> 팀이 가장 많이 꼽은 기준은 현실성과 상상력이었다. 작품 속 이야기가 현실에서 벌어진 수많은 실제 사건들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사건의 진행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은 현실성을 꼽았다. 더불어 죽은 친구가 돌아와 나에게 지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측면에서는 상상력이 돋보인다는 주장을 펼쳤다. 단점으로는 책이 너무 길고 두껍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덕에 더 풍부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었다는 반론이 나왔다.

아이들은 책 대화하기를 위해 질문을 만들고 그에 대한 답변을 마련하면서, 책 발표하기를 위해 발표 대본을 짜고 서평을 쓰면서 작가의 말을 여러 번 읽었다. 작품을 읽으며 생겨난 궁금증에 대한 답이 작가의 말에 있을 거라 기대하며. 강석희 작가는 특성화 고에 근무하며 현장 실습을 나가는 학생들의 상황에 무관심했던 과거의 자신을 반성한다. 그 이후 특성화 고 친구들의 죽음을 다룬 은유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과 영화 <다음, 소희>를 경유해 작가는 연과 수안의 이야기에 도달한다.

강석희 작가 덕분에 아이들은 새로운 세계와 만났다. 책 발표하기 대본을 쓸 때 공개 수업이 잡혔는데 내 수업을 본 교장 교감 선생님께서는 특히 <내일의 피크닉> 책을 살펴보시고는 책 선정에 공들인 노력이 보인다며 칭찬하셨다. 아이들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책을 선정해주어 분명히 배우는 점이 있었을 거라고.

비가 오는 날에만 연은 수안에게 올 수 있다. 작품의 표지에서도 비가 내리고 있고, '수우수우'라는 빗소리를 의미하는 의성어는 연과 수안의 암호처럼 사용된다. 잠에 들지 못하는 연이를 수안이 재워주는 장면에서 수우수우라는 소리가 등장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빗소리 투둑투둑보다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의 수우수우. 입으로 그 소리를 발음해 본다. 수우수우. 책 표지처럼 청량감이 입안에 맴돈다.

내일,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은 날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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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상한 세계 - 이 시대의 육아를 어렵고 복잡하게 꼬아버린 명령들
이설기 지음 / 오월의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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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하게 작고 가벼운 책 안에 이렇게 깊고도 예리한, 지금 시대에 대한 진단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 책은 통찰력있는 사회학 서적이자 젠더에 대한 이해가 깊은 한 여성의 자기고백서다. 읽으면서 내내 내 이야기가 겹쳐보였고, 희미하게 답답하던 것들이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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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수의사의 동물 따라 세계 여행 - 세계 19개국 178곳의 동물원·국립공원·동물보호구역을 가다 동물권리선언 시리즈 18
양효진 지음 / 책공장더불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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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을 지니고 그에 관해 꾸준히 행동하며, 이를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어설프게 신념은 덕지덕지 지니고 있으면서도 어느 것 하나 세상과 결국 타협하지 않은게 없는 나로서는. 그런 분들의 삶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경외감이 생겨난다.

어느 순간부터는 단일 주제로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쓰는 사람들 역시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게다가 그 안에 통념을 재생산하지 않는 (소외된) 지식과 저자만의 정확한 관점이 담겨 있을 때에는 더 그랬다. 양효진 수의사가 쓴 <동물따라 세계여행>이라는 책은 그 안에 재미와 감동도 더불어 함께한다. 동물 돌보는 일을 업으로 하시는 분의 글인데 가슴에 콕콕 와 박힌다.

<책공장더불어>는 꾸준히 동물복지와 관련된 책을 출간하는 곳이다. 아이들에게 추천할 책들을 고르기 위해 십년이 넘게 여러 책들을 들추다 보니 이 출판사의 책들은 일단 신뢰해도 되겠구나 싶은 곳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책공장더불어>는 믿고보는 출판사다.

이 책은 서울대공원에서 일하던 수의사가 5년만에 동물원을 뛰쳐나와 세계의 동물원과 동물보호구역을 취재한 르포이며, 여행기이고, 그녀 삶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다. 그녀는 세계각지의 동물들이 있는 곳을 찾아 성실하게 그곳에 대해 공부하고,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저자의 관점에 완전히 동의하고 난 뒤에는 그녀의 눈으로 동물원 속 동물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간 수십년 간 보아왔던 동물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서울대공원에서 좁은 철창 안에 갇혀 양쪽 끝을 왔다갔다 정형행동을 보이던 재규어, 세종 베어트리파크에서 뜨거운 태양아래 시멘트 바닥 위에서 텅빈 눈으로 짝짓기를 하고 있던 곰들. 좁은 공간 안에 갇혀 동료의 머리를 먹어치우던 햄스터. 끔찍한 광경들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이라한들 보여주어서는 안되는 모습이기도 했다. 나같은 사람들이 동물원을 계속 찾아서, 그래서 지속되는 현실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책은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무언가 행동해야 겠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먼저 자주가는 장소에서 서울대공원을 지워야겠다 마음먹었다. 동물 먹이주기를, 동물 만지기를 아이에게 허락하며, 그게 아이를 위하는 방법이라 생각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저자의 삶 전체가 여행이자 탐험, 그리고 동물복지를 위한 운동(movement) 같다고 느꼈다. ‘동물복지 수의사’라는 저자의 소개가 뭉클하다. 다른 존재를 위해 이렇게 마음을 다해 애쓰는 사람을 만나면, 조금은 더 제대로 살아보고 싶어진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는데...’라는 허울 좋은 변명말고, 꾸준히 앞으로도 그렇게 사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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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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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강석희 작가님의 팬입니다~ 창비출판사, 전자책 출간해 주세요^ㅡ^ 알림 걸어놓고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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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의 최선을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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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희 작가의 소설 속에서는 말하는 주체로서 자신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과잉된 남성자아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패배를 속절없이 인정하고(길을 건너려면), 다만 낄낄거리며(앵클 브레이킹), 누군가를 괜시리 부러워하고(알레), 중요한 상황에서는 결국 탈출해버리거나(그런 식의 여름) 아무말도 하지 못(우따)한다. 그들은 그럴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라, 각자가 처한 상황에 혹은 스스로가 지닌 두려움에 떠밀려 비주체화 된다.

패배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지만 작품 속에서 절망하는 주인공은 외롭지 않다. 소설은 '한 사람의 편을 들기 위한 이야기'라고 말했던 정용준 소설가(이 책의 추천사를 썼다)의 말처럼 강석희 작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최선이었음을 정성을 다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합리화나 자기연민으로부터는 멀리 도망친 그들의 최선을 성실하고 꼼꼼하게 기술한다. 주인공의 자기 서사를 만드는 방식이 찜찜한 곳 없이 선연히 납득된 이유다.

그러면 어떨 때 인간의 이야기는 '최선이 아닌 것'이 될까. 자신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서사를 만들어가고 싶어 이야기를 매끈하게 직조해 낼 때. 그 서사에 방해가 되는 갈등과 분열을 의도적으로 외면할 때. 자기가 그럴 수 밖에 없었음을 증명해내려하는 욕망이 읽힐 때. 최선이 아닌 이야기가 된다. 그저 이 책속의 등장인물들처럼 자신이 갈 길을 잃었음을 시인하고 결정의 주체가 되지 못한 주인공이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간 것. 그것이 이 소설의 제목, '우리는 우리의 최선을'이 지닌 미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소설들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그런 당대적인 분열을 가장 잘 보여준 소설은 단연코 <길을 건너려면>이다. 세속적 욕망이라고 말하기도 더이상 저어되는 부동산의 세계. 모두가 길을 건너기를 소망하면서도 자신이 건넌건지 아닌지 조차도 사태 파악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지금. 나는 얼마전 15억짜리 아파트에 사는 가까운 언니를 보러갔다가, 이 동네에서 '본인이 제일 가난'하다는 푸념을 듣고야 말았다. '벼락거지'라는 말이 보통의 언어가 되고 상황 파악 조차 어려워 지는 지금, 누군들 이 세계에서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주인공은 길을 건넌걸까? 애초에 '길'은 어디즈음 있을까.

'거기로 가면 나는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는 '어떤' 사람들과 가까워질 것도 아니었다. 빚을 갚는 데 몰두하느라 여유롭게 사는 게 뭔지 잊게 될 것이고, 한편으로는 빚조차 낼 수 없는 사람들을 잊게 될 것(61페이지).'이라는 구절은 내가 최근 3년간 느꼈던 혼란과 두려움을 가장 잘 드러내는 문장이었다.

갚을 수 없는 사채를 떠올리며 아침이 오지 않기를 기다리던 나는 15년 뒤 부동산의 호황을 타고 더 이상 돈 때문에 목이 졸리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집 값이 이지경으로 오른 것에 비판적인 말을 얹으려다가도 내숨이 턱 막히게 되는 이유다. 집 값 상승은 평생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여겼던 그 세계로부터 최소한 나 하나는 구원했으니까. 누군가에게는 자괴감과 고통과 괴로움을 주고있는 이 미친 흐름을 바라보며 편히 냉소할 수 없는 나는 분열한다. 독수리 요새에 몸을 맡긴 사람처럼 양쪽 볼이 얼얼하도록 내 마음은 이쪽저쪽을 수도없이 오간다. 감사하면서도 혐오스럽고, 평온하면서도 이물감을 잔뜩 느끼는 그 어딘가.

작가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그 아파트도 지금은 3억정도가 더 올랐을 테다. 주인공은 이전과 말과 행동을 바꾸어대며 자신을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 취급해대던 영주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그 고마움을 말로는 차마 표현할 수 없어 머뭇거리고 있을지 모른다. 말로 표현하는 순간, 내가 고통스럽게 지니고 있는 이 분열이 너무나도 하찮은 것이 될 것만 같아서. 마치 세상의 표현처럼 '벼락거지'가 된 사람들보다 우리가 더 나은 선택을 했음을 옹호하는 것만 같아서 그 말은 어렵다. 도저히 하기 싫은, 할 수 없는 종류의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또 벼락처럼 질문이 날아든다. 그 수혜를 네가 지금 당장 입고 있잖아. 그러면서 왜 그 선택을 위해 애쓰고 용기내고 모험을 감행한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 조차 하지않아? 그거야 말로 이중적인 거 아니야? 고상하게 앉아 세상 욕은 다 하면서 그 수혜는 받아 누리겠다는 태도. 너무 나이브하고 이기적이지 않아? 그 질문 앞에서 주인공은 망연하게 손바닥으로 눈자위를 누르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 '뜨거운 게 눈인지 손바닥인지(73페이지)' 나도 잘 분간이 되지 않는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말하기에는 외면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지고, 그로인해 수혜를 본 나는 비윤리적인 삶 속으로 순식간에 함몰된다.

결국에는 모두가 선망하던 그 아파트를 계약하러 부동산에 앉을 거였으면서, 굳이 민들레 아파트를 결기있게 보러나선 주인공에게 나는 감정이입한다. 그 어두컴컴하고 누렇게 바랜 낡은 아파트에서 설핏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그걸 차마 입밖으로 내지 못하는 주인공에게 나는 마음이 기운다. 나를 (주인공을) 나약하고 이중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차마 자기합리화나 변명은 하지 말아야지. 그것만이라도 온전하게 감당하는게 나의 최선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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