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 수의사의 동물 따라 세계 여행 - 세계 19개국 178곳의 동물원·국립공원·동물보호구역을 가다 동물권리선언 시리즈 18
양효진 지음 / 책공장더불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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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을 지니고 그에 관해 꾸준히 행동하며, 이를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어설프게 신념은 덕지덕지 지니고 있으면서도 어느 것 하나 세상과 결국 타협하지 않은게 없는 나로서는. 그런 분들의 삶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경외감이 생겨난다.

어느 순간부터는 단일 주제로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쓰는 사람들 역시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게다가 그 안에 통념을 재생산하지 않는 (소외된) 지식과 저자만의 정확한 관점이 담겨 있을 때에는 더 그랬다. 양효진 수의사가 쓴 <동물따라 세계여행>이라는 책은 그 안에 재미와 감동도 더불어 함께한다. 동물 돌보는 일을 업으로 하시는 분의 글인데 가슴에 콕콕 와 박힌다.

<책공장더불어>는 꾸준히 동물복지와 관련된 책을 출간하는 곳이다. 아이들에게 추천할 책들을 고르기 위해 십년이 넘게 여러 책들을 들추다 보니 이 출판사의 책들은 일단 신뢰해도 되겠구나 싶은 곳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책공장더불어>는 믿고보는 출판사다.

이 책은 서울대공원에서 일하던 수의사가 5년만에 동물원을 뛰쳐나와 세계의 동물원과 동물보호구역을 취재한 르포이며, 여행기이고, 그녀 삶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다. 그녀는 세계각지의 동물들이 있는 곳을 찾아 성실하게 그곳에 대해 공부하고,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저자의 관점에 완전히 동의하고 난 뒤에는 그녀의 눈으로 동물원 속 동물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간 수십년 간 보아왔던 동물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서울대공원에서 좁은 철창 안에 갇혀 양쪽 끝을 왔다갔다 정형행동을 보이던 재규어, 세종 베어트리파크에서 뜨거운 태양아래 시멘트 바닥 위에서 텅빈 눈으로 짝짓기를 하고 있던 곰들. 좁은 공간 안에 갇혀 동료의 머리를 먹어치우던 햄스터. 끔찍한 광경들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이라한들 보여주어서는 안되는 모습이기도 했다. 나같은 사람들이 동물원을 계속 찾아서, 그래서 지속되는 현실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책은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무언가 행동해야 겠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먼저 자주가는 장소에서 서울대공원을 지워야겠다 마음먹었다. 동물 먹이주기를, 동물 만지기를 아이에게 허락하며, 그게 아이를 위하는 방법이라 생각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저자의 삶 전체가 여행이자 탐험, 그리고 동물복지를 위한 운동(movement) 같다고 느꼈다. ‘동물복지 수의사’라는 저자의 소개가 뭉클하다. 다른 존재를 위해 이렇게 마음을 다해 애쓰는 사람을 만나면, 조금은 더 제대로 살아보고 싶어진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는데...’라는 허울 좋은 변명말고, 꾸준히 앞으로도 그렇게 사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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