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학상(책 대화하기-책 발표하기-서평쓰기) 대상작품 7권 중 내 마음속의 원픽은 단연 <내일의 피크닉>이었다. 중학교 2학년 친구들에게 보호 종료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현장 실습을 나갔다가 고통과 절망을 온몸으로 겪어내는 특성화고 친구들의 이야기가 자신들의 이야기처럼 와 닿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이 아이들이 전혀 모르는 세계이기에 이 책을 통해 그 세계와 처음으로 접속하기를 바랐다.
예상처럼 아이들은 '우리는 고아였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을 읽고는 철 없이 낄낄거렸고 현장 실습을 직업 체험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연이는 왜 죽은 거냐고 책을 다 읽고도 물었다. 관건은 페이지 수라고 말했던 프린들님의 조언처럼 200이 넘는 빽빽하고 많은 페이지가 확실히 장벽이 되기도 했다. 5시간 내에 완독하기를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내일의 피크닉>조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하지만 실익도 있었다. 라이더가 돈 많이 버는 줄 알았는데 온통 '똥콜'에 빗 길에 넘어지면 쏟아진 음식 값까지 물어주어야 한다는 서술에 놀라는 아이가 있었다. 콜 센터 직원들을 악의적으로 괴롭히는 진상 손님에 대해 읽으며 욕하는 친구도 있었다. 청소년 문학상 심사 기준으로 <내일의 피크닉> 팀이 가장 많이 꼽은 기준은 현실성과 상상력이었다. 작품 속 이야기가 현실에서 벌어진 수많은 실제 사건들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사건의 진행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은 현실성을 꼽았다. 더불어 죽은 친구가 돌아와 나에게 지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측면에서는 상상력이 돋보인다는 주장을 펼쳤다. 단점으로는 책이 너무 길고 두껍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덕에 더 풍부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었다는 반론이 나왔다.
아이들은 책 대화하기를 위해 질문을 만들고 그에 대한 답변을 마련하면서, 책 발표하기를 위해 발표 대본을 짜고 서평을 쓰면서 작가의 말을 여러 번 읽었다. 작품을 읽으며 생겨난 궁금증에 대한 답이 작가의 말에 있을 거라 기대하며. 강석희 작가는 특성화 고에 근무하며 현장 실습을 나가는 학생들의 상황에 무관심했던 과거의 자신을 반성한다. 그 이후 특성화 고 친구들의 죽음을 다룬 은유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과 영화 <다음, 소희>를 경유해 작가는 연과 수안의 이야기에 도달한다.
강석희 작가 덕분에 아이들은 새로운 세계와 만났다. 책 발표하기 대본을 쓸 때 공개 수업이 잡혔는데 내 수업을 본 교장 교감 선생님께서는 특히 <내일의 피크닉> 책을 살펴보시고는 책 선정에 공들인 노력이 보인다며 칭찬하셨다. 아이들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책을 선정해주어 분명히 배우는 점이 있었을 거라고.
비가 오는 날에만 연은 수안에게 올 수 있다. 작품의 표지에서도 비가 내리고 있고, '수우수우'라는 빗소리를 의미하는 의성어는 연과 수안의 암호처럼 사용된다. 잠에 들지 못하는 연이를 수안이 재워주는 장면에서 수우수우라는 소리가 등장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빗소리 투둑투둑보다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의 수우수우. 입으로 그 소리를 발음해 본다. 수우수우. 책 표지처럼 청량감이 입안에 맴돈다.
내일,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은 날이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