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프리다 칼로의 그림과 엮은 산문인 [밤은 길 고, 괴롭습니다]를 읽었을 때는 날카롭고 위태로운 마음을 많이 엿봤었다. 이번 책은 보다 일상의 이야기들이다. 친했던 친구와 소원해진 이야기에서는 그 연유와 함께 서로의 감정선을 들춰보는데, 보는 내가 다 속이 아렸다. 시인은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도 내밀하게 파고 드는 일을 잘한다. 누구보다 미세하게 기분을 나눠 느낄 시인이, 모든걸 감내하고 인생에서 힘 좀 빼고 살기까지. 당신이 살아온 일상이, 인생이, 조금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도 괜찮다고 느끼는 것까지. 이 대단한 삶의 철학을 책을 읽으며 알 수 있다. 올여름에는 계속 곱씹어도 좋을 책. tmi.엄유정님이 그린 표지 그림이 책과 참 잘 어울린다. 정말 수상한 사람의 발레하는 모습!
KBS에 [걸어서 세계속으로]라는 유명 교양프로가 있다. 최근에는 EBS [세계테마기행]을 주로 보지만 [걸어서 세계속으로]도 꽤 자주 봤었다. 시사교양 카테고리에 걸맞게 깔끔담백한 진행이 묘미인데, 이 책은 세계에 엄마 아빠와 걸어감으로써 깔끔담백을 버렸다. 울고 웃고 짜증나고 행복하고 다양한 감정이 버무러진 환장의 스페인 자유여행기. 엄마아빠 또는 어른을 '모시고' 여행을 가본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에세이다.
이 책은 역사 강사이자 일명 '큰별쌤'으로 불리는 최태성 선생님이 역사를 인문교양으로 풀어낸 책이다. 역사를 지금의 상황으로, 나의 입장으로 해독해본다. 내가 역사를 대하는 입장은 암기과목에서 재밌는 지식정도로 밖에 변화되지 않았지만 큰별쌤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삶의 철학으로 생각했다. 그의 깊은 통찰력을 보면 역사 속 이야기가 더욱 친근해진다. 인간의 삶은 돌고 도는 것. 지금도 매일 역사가 씌어지고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다.
대단하고 특별한 맛집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음식점은 평범한 맛을 낸다. 한 번은 갈 수 있지만 두 번 가기 쉽지 않은게 이런 이유. 그런데 꼭 몇 번씩 가게 되는 집이 있다. 존맛탱이라서? 그냥 기본은 하는 맛이지만 가격, 서비스, 위치조건 등으로 쉽게 다시 가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가게의 성공여부를 입지조건으로 따져봤다. 저자가 일본인이라 일본지역의 사례들이 많아서 아쉽지만, 한국에 출간하면서 우리나라 지역 사례도 조금 곁들여 이해를 도왔다. 왜 요즘 연남동이 뜨는지, 동네와 길이 핫플이 되는 이유, 스타벅스의 입지조건 등도 알 수 있다.
최근 5년새 크리에이터, 창작자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퇴근하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거나, 주말에 웹툰을 만들기도 하고. 창작활동으로 수익이 생긴다면 서브잡으로 이만한게 없지 싶다. 그러다 확신이 생겼을 때 메인잡으로 창작활동에 뛰어들게 되는데...그게 바로 나! 그런데 프리랜서 준비를 하며 유튜브나 글쓰기에 대해 꽤 공부를 했는데 내가 좀 오해하는 부분이 있었다. 무엇보다 나를 과대평가했고, 창작이 대단히 거창하고 예술적인 업무라고 오인했다. 근데 완전 아니었다. 창작'업무'는 창의성을 1프로 발휘한뒤 99프로의 일반적인 업무능력이 필요했다..이 책, [창작의 블랙홀을 건너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내서] 는 창작자들에게 세심한 코칭을 해준다. 창작의 동기와 목적을 분명하게 하라고 한다. 사전작업의 중요성도 말한다. 무엇보다 창작물이 불멸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수없이 가다듬기를 원한다. 내 경험으로 보니, 가다듬고 준비하고 공부하는 과정은 창의성보다는 끈기나 성실,집착이 관여했다. 책은 꾸준히 일하기 위해 창작물의 방향성을 깨우쳐주고, 슬럼프에 빠진 이에게 정신차리라고 채찍질해주었다. 창작의 기본. 본질을 되새김할 때 필요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