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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며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예전에 '사람이 인생에서 물건을 찾는 시간이 얼마다' 라는 글을 흥미롭게 본 터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물건을 찾는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할거라 생각한다. 왜. 생각하기 싫은 소재니까. 인간은 누구나 죽지, 물론 나도 잘 알지만 그게 글쎄, 받아들이기가 참 힘든 일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인데 생각조차 하기싫은 것이기도 하다.
난 최근 몇 년을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전보다 훨씬 많아졌음을 느낄 수 있다. 가족의 죽음에 대해서도 나의 죽음에 대해서도. 그런데 이제 겨우 30대인 내가 죽음을 논하기엔 난 아직 젊고 또 어리다. 죽음은 역시 어렵고 무섭고 버거운 존재이다.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좀 괴로운 마음이 든달까. 여하튼 몇 년 전 외할머니의 임종으로 죽음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왔다. 연세가 많으셔서 돌아가시는 걸 생각못한 건 아니지만 그 생각 자체가 그저 '형식적'이지 않았나 싶다. 돌아가신 후에도 좀 믿기지 않았으니까. 부정하고 싶은 자식의 마음인지도.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할머니가 아직 살아계시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문득 들때가 있다. 시간을 돌릴수도, 이미 가신 분을 살려낼 수도 없는 일이지만 아마도 우리 가족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물론 이제는 할머니를 떠올려도 돌아가신 그 날, 장례기간동안의 그 슬픔은 없다.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게지. 그리고 일부러 웃으며 할머니 생전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할머니 흉내를 내기도 하고, 또 흉을 보기도 하고. (물론 그 흉이란 건 아주 나쁜 뒷담화가 아니라 재밌는 일화들을 말한다.) 그게 우리 나름의 할머니를 추억하는 방식이다. 여전히 함께 살아가는 것처럼. 그러다가도 문득 씁쓸해질때가 있지만. 어느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같이 좋은 세상에 사진보다는 할머니 목소리나 움직임이 담긴 동영상같은게 어디 있지 않을까. 다른때엔 사진을 잘 안찍는 나도 조카들의 사진이나 동영상은 매우 많이 찍는 편이다. 아주 소소한 하나하나까지. 생각해보니 첫번째 조카와 할머니가 함께한 사진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 날 찍은 동영상에 할머니 모습이 있지않을까. 기대하고 온갖 폴더를 뒤져 찾아보았으나 동영상은 없었다. 왜 하필 그날 동영상은 찍지 않았을까. 엄청난 후회도 들고, 한 편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가족의 죽음이란 게 참 그렇다.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기가 절대 절대 쉽지 않다.
이 책을 굳이 본 이유는 바로 그 것, 제목처럼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궁금해서였다. 죽음앞에 조금 더 의연해질 수 있을까.
책을 덮은 지금 죽음을 받아들이기 쉬워진 건 아니지만, 죽음에 대해 더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마음은 든다. 아마 이 리뷰를 읽는 당신도 책을 읽고나면 스스로가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주저리주저리 말하고 싶어질지 모른다. 나처럼. 죽음에 대한 다양한 시각, 다양한 사고를 접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