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드로잉

크리에이티브 드로잉
버트 도드슨 지음, 오윤성 옮김 / 미디어샘 / 2014년 5월

난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참 좋아했다. 여러 가지 색연필로 빈 종이에 무언가를 그려 넣는 것이 마냥 좋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림 실력이 그다지 좋지는 못하다. 보통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타고난 재능을 함께 갖고 있게 마련인데 왜인지 나는 그림에 타고난 재능은 없는 듯하다. 그림을 좋아하는 마음만큼의 재능은 왜 갖지 못했을까. 어려서부터 다른 재능을 가진 친구들보다 그림 잘 그리는 친구들에게 더 마음이 끌렸던 것도 내가 그만큼 그림을 좋아한다는 증거였다. 내심 그림에 대한 재능을 타고난 친구들을 동경했던 것 같다.

나에겐 잘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먼저였나 보다. 탁월한 그림 실력은 없지만 그래도 어찌하여 나는 디자이너는 되었다. 물론, 순수 그림 실력과 디자인 능력은 별개라 생각하므로 이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이다. 그래도 여전히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디자이너가 자신의 머릿속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풀어내는 것은 꼭 필요한 능력인데 그 과정이 여전히 나에겐 조금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다. 그래서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조금은 는 것도 같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 어떻게 하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

처음 이 책을 발견하고 반가웠다. 그냥 드로잉을 배우는 것도 좋은데 드로잉앞에 크리에이티브라는 수식까지 붙으니 정말 나에게 꼭 필요한 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그리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책은 그간 많았지만, 창의적으로 생각을 키워나가는 방법까지 제시한 책은 못 봤던 것 같다. 잘 그려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라 말해주니 그림 그리는 게 어렵다고 생각되는 나에겐 참 고마운 책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많이 그려봐야 한다는 것, 생각만으로는 그림 실력이 절대로 늘 수가 없다. 일단 무엇이든 종이에 끄적여봐야 시작도 하는 거니까. 책에서 제시해준 방법대로 그림 연습을 하는 중이다. 뭔가 새로운 나만의 그림 스타일을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 그간 그림에 대한 강박감이 좀 있었는데 한결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었던 책이었다. 이제는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즐겁게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