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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 일상처럼 생생하고, 소설처럼 흥미로운 500일 세계체류기!
정태현 지음, 양은혜 그림 / 북로그컴퍼니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날 갑자기 탄탄하게 보장되어 있는 직장에 과감하게 사표를 내 던지고 아내와 함께 세계여행을 떠난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나라면 용기 부족으로 불가능했을 일이다. 보장되어있는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아마도 저자가 사표를 냈을 때 주위 사람들이 미쳤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새로운 인생을 선택했고 과감히 달려나갔다. 도대체 그 용기는 어디서 난 걸까? 나는 생각만 하다가 주저앉아버리길 수 없이 반복했기 때문에 저자의 그 과감함이 참 부럽게 느껴졌다.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다녀와서의 일들까지 걱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도 여행에 대한 동경은 있지만 뭐 그리 생각할 게 많은지 주저주저하다가 결국 제대로 된 해외여행은 몇 번 가본 적이 없다. 대학생 때 흔히들 간다는 배낭여행도 나에겐 그저 친구의 이야기일 뿐이다. 20대를 통틀어 그저 가까운 이웃 나라들로 잠깐 다녀온 정도가 전부인데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갈수록 점점 후회가 된다. 왜 진작 과감하게 떠나지 못했을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요즘 여행에 관한 책들을 열심히 보는 중이다. 올해 안에 가까운 데라도 용기 내고 시간 내서 꼭 다녀오자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행 책을 한 두 권 섭렵하던 중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부터가 좀 다르다. 여행이 누군가의 하루 정도라니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제목이었다. 나같이 여행과 거리가 먼 사람에게 여행은 그런 일상이 아니라 환상과 같은 것인데 겨우 누군가의 하루라고?!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작가의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여행을 소소한 일상 적어 내려가듯 쓱쓱 적어놓은 느낌, 세계여행이라 하면 환상부터 갖게 마련인데 그 많은 나라들을 다니면서도 정말 일상처럼 써내려가다니.
이 책은 좀 색다른 '담백한 여행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여행 책들은 그저 아름답고 화려하기만 한 데 비해 이 책은 정말 여행을 생생하게 현실감 있게 다룬 점이 재미있다. 나같이 여행 공포증이 있어 망설이는 사람들이라면, 주저주저하다가 시간만 보내고 후회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그저 화려함으로 치장하고 여행의 환상만 이야기하는 책이 아닌, 여행이라는 것을 좀 더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