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르크스, 서울에 오다 ㅣ 탐 철학 소설 10
박홍순 지음 / 탐 / 2014년 2월
평점 :
아마도 마르크스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르크스 하면 자연스레 연관되는 단어는? 역시 사회주의일 것이다. 중, 고등학교 때 마르크스에 대해 처음 배웠던 기억이 난다. 교과서에 실린 흑백의 사진,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얼굴, 어딘가 모르게 고집스러워 보이는 얼굴로 기억에 남아있다. 사회주의라 하면 공산주의와 엮어 생각했으므로 난 그저 좋지 못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막연히 나쁘다고만 생각했던 것에 대해 다시금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 같아 책을 펼쳐 들었다.
표지에 마르크스의 모습이 재밌게 그려져 있다. 그가 서울에 왔다고?! 책의 설정이 재미있었다. 이미 오래전에 흙으로 돌아간 그가 서울에 나타나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니. 이 책은 마르크스가 서울의 한 가정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그 집에 사는 여고생과 사회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레 이어나가고 그 과정에서 자본주의, 사회주의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설정이다. 지금 현실에서 우리가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사회현상들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처음엔 몰랐는데 청소년을 겨냥한 브랜드라는 점에서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인 나도 사회사상에 관한 공부라면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데 이렇게 재미있는 설정을 만들어 청소년들이 쉽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머리가 복잡해졌다. 지금까지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은 너무 단순했구나, 반성도 하게 됐다. 왜 지금까지 자본주의가 마냥 좋은 거라고만 생각했을까. 왜 사회주의는 좋지 못한 것이고, 자본주의는 좋은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갖고 있었던 걸까. 너무 무관심했던 건 아닐까. 나이를 한살 한살 먹어가며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는데 기본적인 사고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책의 뒤편을 보니 마르크스뿐 아니라 다른 시리즈도 있는 것 같은데 다 읽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제대로 배워야 할 청소년들에게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 비단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나처럼 미숙한 사고를 갖고 있는 어른들에게도 좋은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