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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정오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서태옥 글.사진 / 초록비책공방 / 2014년 4월
평점 :
자신의 나이를 3으로 나눠 봐. 8인데요. 그럼 8시란 거지. 인생을 24시간이라고 치면 말이야. 아직 한참, 그러니까 이제부터가 아닐까? 아침에 일어난 거야. 넌 잠이 덜 깬 거야.- 아오노 슌주, 만화<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중
난 인생의 정오가 어느 때를 말하는 걸까? 참 궁금했다. 이 책의 제목 말이다. 인생의 정오란 칼 융이 중년을 표현하며 쓴 말이라 한다. 중년은 몇 살부터 몇 살까지를 이르는 말일까? 이것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감이 있다. 예전엔 40대를 주로 말해주었다면, 지금은 50대까지도?! 책의 서두에 있는 내용을 보고 계산에 들어갔다. 내 나이는 몇 시지? 오전 10시가 되기 전이다. 요즘 내 나이 앞에 '벌써'라는 수식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시간으로 두고 보니 뭐 아직 오전이지 않은가. 기분이 산뜻해진다. 난 아직 어리다는 철없는 기쁨에.
처음에 이 책을 들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중년이 쓴 책이라면 내가 공감하기는 좀 힘들지 않을까, 혹시 조금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 그런데 전혀 아니었다. 책을 읽을수록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 '주옥같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표현이 딱 맞는구나 싶었다. 좋은 내용을 담아 교훈을 주는 짧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이야말로 정말 '주옥'같은 책이었다.
또 글쓴이의 이야기에 앞서 명언들을 올려놓은 부분은 다시금 내가 깨닫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p.149
"선물을 받았을 때 포장을 뜯고 그 안에서 선물을 꺼내야 하는 것은 누구지?"
"선물을 받은 사람이오"
"맞아. 선물을 받은 사람이야. 재능도 선물이야. 그러므로 주어진 재능을 자기 자신으로부터 꺼내는 것은 늘 스스로의 몫이지." -김은주.<달팽이 안에 달> 중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요즘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아주 기쁘고 설레야 하는 시간인데 어쩐지 스트레스가 더욱 컸다. 진취적으로 일을 진행하기보다는 두려움이 앞서 해야 할게 많다는 핑계로, 정신없이 머리가 복잡하다는 핑계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매우 반성하게 되는 글이다.
책 내용 대부분이 이렇게 허를 찌르는 좋은 글들을 담고 있는데 특히 이 부분은 마음에 들었고 수시로 꺼내 읽고 싶은 부분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에 읽었는데 아마도 사람들이 책 읽는 내 표정을 봤으면, 이 책의 내용이 참 궁금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웃다가, 인상도 썼다가, 또 코끝이 찡해져 눈에 눈물이 차오르기도 하고, 크게 공감되는 부분에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인생의 정오에서 세상을 바라본 저자는 이 책에 인생의 '희로애락 '을 모두 담고 있는 듯하다. 아직 난 훨씬 더 많이 살아봐야 알겠지만, 책을 통한 간접경험으로 조금은 인생이 무엇인지를 배운 것 같다. 좋은 인생공부를 했으니 이제 남은 나의 시간들을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 꺼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