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자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상큼한 컬러와 귀여운 느낌의 제목 '도토리 자매'. 하지만 그녀의 소설이 늘 그렇듯 이 책 역시 우울함을 살포시 안고 있다. 고등학교 때였나, 인터넷서점에서 '하드보일드 하드럭'을 주문했다. 한창 일본소설에 관심이 많을 때였는데, 유명한 작가의 책이라고 해서 주문해서 보기로 했다. 요시토모 나라의 일러스트가 들어가 있는 역시 우울함이 묻어나는 책이었다. 그런데 그 느낌이 싫지 않아서 그녀의 책을 즐겨 읽게 됐다. 오랜만에 읽는 그녀의 책이라 설렜다.

 

어떤 내용일까, 책 소개를 보니 도토리 자매라고 이름을 내걸고 사람들의 메일을 받아 답장을 해주는 자매의 이야기였다. 요즘 같이 삭막한 세상에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 전혀 모르는 사람의 하소연 메일을 받아 위로를 건넨다는 것이, 사실 많은 사람이 바라고 원하는 것 아닌가 싶어서. 실제로 그런 사이트가 존재한다면 나도 메일을 참 여러 번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가까운 사람에겐 하고 싶지 않은 말들, 감추고 싶은 상처들을 되려 얼굴도 모르는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에게 터놓는 것이 편할 수도 있으니까.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살짝 해보았다.

 

도토리 자매 역시 어렸을 적 부모님을 잃는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그조차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애써 부정하지 않는다. 역시 그녀의 소설이다 싶어 읽으면서도 또 한 번 반가웠다. 억지로 꾸며낸 화려한 수식보다는 우울함도 사람의 일부인 듯 고요하게 써내려간 느낌, 휴일에 느긋하게 읽기 딱 좋은 소설이다. 그녀의 소설 특유의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몽환적인 느낌도 참 좋다. 게다가 이번 소설이 더 반갑게 느껴지는 건 서울을 소재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을 그녀의 글에서 발견하니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책을 멀리했던 나인데, 오랜만에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을 읽으니 마음이 평화로웠다. 그간 놓쳤던 그녀의 책을 모두 찾아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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