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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못할까 - 쉽게 상처받고 주눅드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 회복의 심리학
롤프 메르클레 지음, 유영미 옮김 / 생각의날개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제목을 봤을 때 난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다. 나는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는 나 자신을 믿고 자존감도 높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살짝 엿본 책 소개는 내 마음을 흔들었다. 혹시 나도 상처가 많은 사람인가? 나도 치유해야 할 마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책을 읽다 보니 잊고 있던 일이 떠올랐다.
작년의 일이었다. 한 모임에서 유난히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싫어하는 장난을 계속해오고 사람들 앞에서 나를 무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뒤에서는 내 험담을 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내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고, 말도 통하지 않는 상대라 결국 그 모임을 나가지 않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고 평온을 찾았다. 그때는 그것만이 방법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자존심에 굉장한 상처를 받았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 버렸다. 그 사람이 하는 말 중 나의 약점을 건드리는 말들도 있었기 때문에 나는 더욱 의기소침해졌다. 만약 내가 이 책을 일찍 봤더라면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우리는 보통 누군가에게 거절당하거나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 때 자존심에 굉장한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자신감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사람들이 남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자신감 없어 하는 이유는 대부분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에서만 찾으려다 보니, 상처도 많이 받고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생각해보면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는 남을 많이 의식하며 살았던 것 같다. 타인의 관계를 통해서 나의 존재를 확인했고 끊임없이 남과 나를 비교하며 자책했다. 나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가 너그러운 마음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바로 그 점이 나 자신의 자존감을 더욱 떨어뜨린다는 걸 난 미처 몰랐다. 작은 실수에도 예민하고 민감하게 반응했고 자책을 많이 했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나는 온전한 방법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던 게 아니구나 싶었다. 내 삶의 주인은 나고 내 인생의 행복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인데 너무 타인의 기준,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나 자신은 잃어버리고 있었다.
저자는 자기비판을 멈추라고 말한다. 때로는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며 존중해주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가까운 사람들, 부모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았던 것들을 마음으로 화해하고 치유하라고 조언하는데 나는 내 인생에서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 때문에 그렇게까지 상처를 받다니,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좀 어리석었던 것 같다. 책을 덮은 뒤엔 뭐랄까,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절대 남에게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강박, 나를 보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조금은 벗어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책을 한 번 읽었다고 해서 당장에 고쳐질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책 속에서 저자도 이 책을 당분간은 하루 30분씩 꼭 읽으라고, 반복해 읽어가며 자기 것으로 만들라고 조언한다. 저자가 제시한 방법들을 따르고 나 자신과 화해한다면, 온전히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