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야의 티 노트 - 엄마와 차 마시는 시간
조은아 지음 / 네시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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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엄마와 함께 차를 마신다는 것이 나에겐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엄마는 차를 즐기셨으므로 옆에 앉아 한 두 잔 마시는것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처음 차를 마시기 시작한 게 언제였을까? 아마도 나만의 찻잔을 선물을 받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다. 엄마의 친구분들도 차를 즐기셨는데 한 친구분의 댁에 엄마를 따라갔다가 많은 찻잔 중 작고 예쁜 찻잔을 마음에 들어 했더니 그분이 흔쾌히 나에게 선물로 주신 기억이 있다. 그때부터 엄마가 차를 드실 때 옆에 앉아 그 잔에 꼭 따라 마시곤 했다. 특별히 차의 맛을 아는 건 아니지만, 그때부터 차를 마시는 게 낯설지는 않았다. 언젠가부터 차에 대해 배워봐야지, 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 보니 아직이다.

 

대학에 오면서부터 몇 년간을 혼자 지내다가, 1년 전부터 엄마와 살게 되었다. 혼자 지낼 때는 그저 커피밖에 마시지 않았는데, 엄마와 함께 살다 보니 다시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갖게 됐다. 이 책을 보면 엄마와 딸이 함께 차를 마신다는 것은 단순히 정말 차만 마시는 게 아니라 그 시간을 함께하며 인생이야기와 삶을 공유한다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내가 차를 마시는 습관을 보면 '한참 잘못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다기를 내어오고 테이블에 차를 마실 준비를 하시면, 큰 머그에 차를 받아서는 방에 쏙 들어가 문을 닫고 친구와 통화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책의 저자와 그녀의 어머니처럼, 우리 엄마도 딸과의 티타임을 즐길 준비를 하셨을 텐데, 나만 그 의미를 모르고 조금은 귀찮아하며 외면했던 것 같아 뜨끔했다.

 

요즘 들어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착한 딸이라고 스스로 말하지만, 나도 엄마한테 톡 쏘고 못되게 구는 '보통 딸'이다. 이젠 나도 어린아이가 아니라서 엄마의 손길보다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편하다 보니 때때로 함께하는 시간이 불편하고 엄마가 귀찮을 때도 있는데, 그러다가도 바깥활동을 안 하고 집에만 계시는 엄마를 생각하면 한 편 미안해지기도 한다. 20대의 딸이라면 엄마에게 갖는 당연한 감정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서로 대화 없이 점점 멀어지다가 결국엔 등을 돌리고, 그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어긋난 경우도 많이 보았다. 그래서 저자처럼 일주일에 한 번씩 엄마와 약속을 잡아 티타임을 갖는 것이 굉장히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의 가장 소중한 가족을 소홀히 하지 말고, 일주일에 단 한 번이라도 짧은 시간을 내어 엄마와 티타임을 가진다면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그 관계는 더욱 아름답게 이어져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저자처럼 꼭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 책에서 저자는 차에 대한 다양한 지식도 알려주지만, 나처럼 차의 기본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조차도 알아듣기 어려울 것이다. 당장에 차가 어려운 사람이라면 티백을 활용해 티타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아닐까?

 

처음엔 단순히 차를 배울까 해서 이 책을 폈는데, 차는 아직 잘 몰라서 기본부터 배운 후에 다시 봐야 할 것 같고, 차보다는 엄마와 딸의 관계, 인생을 살아가는데 소중한 것들, 마음가짐에 대해 더 많이 배운 책이다. 책의 뒤편을 보면 '스물아홉 살 딸과 엄마가 나눈 차와 인생'이라고 나와 있다. 책 속 저자는 내가 참 배울 게 많은 사람이더라. 비슷한 나이인 나는 지금까지 너무 게을리 산 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됐고, 엄마에게 좀 더 좋은 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조만간 엄마와 온전한 마음을 나누는 티타임을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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