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생각 - 유럽 17년 차 디자이너의 일상수집
박찬휘 지음 / 싱긋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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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제목을 보고 호기심이 마구 생겼던 책이다. 디자이너의 딴 생각이란 도대체 뭘까, 이 책의 저자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17년 차 자동차 디자이너이다.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브랜드의 디자이너라니... 멋지지 않은가? 사실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수많은 분야의 디자이너 중에서도 그가 '자동차 디자이너'라는 점 때문이었다.

다른 분야이긴 하지만 나 역시 제품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고, 한때 알던 사람 중 디자인을 참 잘한다고 느꼈던 이가 있었는데 그의 디자인적 능력이 몹시 부러워 하루는 직접 물어보았다. 어떻게 디자인을 그렇게 잘 하냐고. 그랬더니 그 사람이 자신은 '차'를 본다고 답해주었다. 그 이후부터 자동차 디자인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관심이 갔다.

차를 디자인하는 사람이 평소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그의 일상 속 사유를 살펴본다면, 디자이너로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분명 있지 않을까.

p.105

인생은 선택의 자취라고 하지 않던가? 최선을 다해 선택한 사소한 순간들. 그 선택의 순간을 이으면 그게 인생이 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저 내 손가락이 가장 편하게 누를 수 있는 좌측 상단의 버튼을 매번 눌렀다. 당연히 매일 같은 커피가 나왔다. 2년 조금 안되는 시간 동안 나는 자판기 앞에서 단 하나의 점밖에 찍지 못했다. 자판기에 붙은 수많은 이름 속에서 매번 다른 커피를 선택했던 친구들은 나보다 다양한 점을 찍었다. 그들의 점을 이은 선은 나의 선보다 훨씬 풍요로운 삶으로 이어졌으리라는 깨침을 얻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건조하게 지나갔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마시는 커피에 대해서도 저자는 책 속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중 위의 내용이 마음에 들어왔다.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는 자세. 사실 나도 평소 저자의 자판기 앞 모습처럼 늘 익숙한 것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어서 시간이 지난 후에 그때 다른 선택을 해볼 걸 하는 후회를 여러 번 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잘 고쳐지지 않는 내 고질적인 문제인데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게 뭐 대단한 건가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 사소한 행동이 바로 그 사람이 매 순간 선택 앞에서 취하는 자세라는 것이다.

p.249

심플하게 행동해야 현명한 결과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다. 형태를 만들어내는 디자이너의 일이든, 결론을 도출해야 할 회의에서든,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지독한 단순함이다.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이 효율적이고 우아한 단순화를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가만있으면 주목받지 못한다는 사람들의 강박도 단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

학창 시절, 전공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가장 좋은 디자인이란 더 이상 뺄 게 없는 디자인이다." 다른 좋은 조언도 물론 많이 해주셨겠지만 여전히 가장 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있는 말은 바로 저 문장이다. 그리고 지금도 디자인을 할 때면 항상 쳐내는 작업을 놓치지 않는다.

책 속에서 저자는 우리가 사소하게 여기며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과 그 일상을 이루는 수많은 '작은 존재들'에 대한 그만의 시각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독자가 한 번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게 한다. 문득 든 생각은 '디자인 잘 하는 사람은 글도 잘 쓰나 보다.'였다. 그의 생각과 발상들이 매우 흥미로웠고 그가 써 내려간 문장들은 매우 흡인력 있었다.

늘 같은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봤다면 가끔은 저자처럼 <딴 생각>을 해보는 건 어떨까? 책을 덮은 지금, 주위를 둘러본다. 나에게 너무도 익숙해서 놓치고 있던 게 뭘까 하고. 난 철저히 디자이너의 일상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이 책을 읽었지만, 디자인과 전혀 관련 없는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들도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보는 방법을 배운다면 자신의 분야 혹은 일상에 적용할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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