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코드 - 나를 명품으로 만드는 시크릿 코드
이윤경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브랜드를 만드는 초기에는 같은 마음일 것이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 내가 세상에 없더라도 내 브랜드만큼은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오랫동안 살아남기를 바라는 마음. 그런데 왜 수많은 브랜드가 그 생명력을 유지하지 못한 채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는 것일까, 반대로 시대와 상관없이 그 자리에서 묵묵히 전통을 지켜나가는 브랜드는 무엇이 다른 걸까? 책 속에 담긴 비결을 알아보자.

p.177

"훌륭한 제품을 만들라. 품질에 인색하지 말라. 이 단순한 생각을 고수하고 타협하지 말라."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갖지 못해 안달하는 그런 럭셔리 브랜드들의 '시크릿 코드'가 과연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책 속 브랜드들은 몇 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우선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이 되는 요소가 바로 '장인 정신'이다.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니 이 정도쯤이야 괜찮지 않을까' 혹은 '대강 여기서 마무리할까' 하는 타협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마치 우리의 옛 조상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도자기를 깨부쉈던 것처럼.

그리고 시대가 변해도 절대 함께 변하지 않는 그 브랜드만의 '철학'이 있다. '요즘엔 이게 유행이래.', '트렌드를 따르려면 이런 걸 해야 돼.'라는 말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철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저 유행을 좇아 이리저리 흔들리다 보면 브랜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만다. 그렇다고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낡은 전통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정신과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함께 꾀하며 유연한 사고로 브랜딩을 해나간다는 것이다.

또 그들에게는 '남과 다른 무언가'가 있는데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면,

샤넬은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이다. 그 시대 여자의 복장으로 당연했던 코르셋과 길고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거부하고 바지를 입고, 저지 소재로 짧은 치마를 만들어 입었다. 패션을 통해 혁신을 주도한 것이다.

에르메스는 본래 마구 용품을 제작하는 브랜드였다. 그런데 어느 날 에르메스의 3대손 에밀 모리스가 미국 출장 중 자동차 대량생산 시스템을 보며 시대의 변화를 읽고 사람들이 더 이상 말을 타지 않고 비행기와 자동차로 여행할 것이라는 걸 예견했다. 그리고 그는 재빨리 마구 용품 대신 부티크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결국 마구 용품을 만들던 장인들은 모두 파산하고 에르메스만이 살아남았다고 한다.

에스티로더는 대공황으로 인한 남편의 사업 실패로 주방에서 만든 화장품을 단골 미용실에 가져가 한쪽 코너에서 판매했다고 한다. 미용실 손님들이 대기할 때 재빨리 얼굴에 크림을 발라주고 머리 손질이 끝날 때엔 립스틱을 발라주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카탈로그와 샘플을 챙겨주며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그녀가 샘플과 카탈로그 마케팅의 원조였다니...) 언제 어디서든 그는 영업을 했다고 한다. 1초에 한 개씩 팔린다는 카피로 유명한 갈색병의 브랜드 '에스티 로더'의 시작이 이러했다는 걸 사람들은 예상이나 할까?

이 책을 통해 샤넬, 에르메스, 디올, 페라가모, 롤렉스, 버버리, 오메가, 겔랑 등 이름만 들어도 우리가 잘 아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창업스토리, 브랜드 고유의 철학, 그들만이 가진 역사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책의 곳곳에 배치된 그 시절의 사진과 다양한 이미지들이 그 재미를 더해준다.

혹자는 럭셔리 명품 하우스가 유럽에만 존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너무 감사하게도 이 책 속엔 우리나라 브랜드 '제네시스'와 '시몬느'의 이야기도 소개되어있다. 하나의 브랜드가 역사를 이어나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럭셔리'로 자리잡는게 쉬운일은 아니지만 차근차근 스토리를 쌓아간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본다.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사람에게는 하나의 지침서가 되어줄 것 같은 고마운 책이며, 럭셔리를 소비하는 입장의 사람들에겐 좀 더 가치 있는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해 주는 책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명품을 떠올리며 허영과 사치를 생각한다면 그건 명품의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를 모르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 나면 명품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될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