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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 - 레나의 스페인 반년살이
레나 지음 / 에고의바다 / 2022년 5월
평점 :

좋아하는 영화나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 혹은 SNS에 누군가 올린 이국적인 장소의 사진들을 보며 언젠가 저곳에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며칠 정도의 짧은 여행은 왠지 아쉬움이 크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곳에서 생활하고 일상을 살아보기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저자 역시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한 달은 너무 짧고... 또 일 년은 좀 부담스러우니 반년만 살아보기. 무려 스페인에서 말이다. 스페인은 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나라인데 아직 갈 기회가 없었다. 이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해보려 한다.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는 시간이라는 말이 참 와닿는다. 나 역시 한국에서 살 때와 달리 이탈리아에서 지내던 시절이 유일하게 '온전한 나'로 살았던 시간이다. 누구도 나 대신 그 어떤 것도 책임져줄 수 없고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하며 또 같은 이유로 타인과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나의 생각만으로 살 수 있었다. 물론 내 맘 같지 않은 상황들이 종종 일어나지만 그럼에도 한국에서보다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고 살았다. 어쩌면 늘 속해 있던 곳에서 더 이상 나아질 것도 없고 해결되는 것도 없는 답답한 상황이라면 새로운 곳으로 떠나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저자는 반년 동안 스페인 발렌시아에 살며 다양한 나라들도 여행한다.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모로코,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 살이와 더불어 이 여행들을 통해 여러 친구들을 만나고 또 헤어지며 그 안에서 쌓은 소소한 추억들, 그때의 생각들을 이 책에 담았다. 책 속 곳곳에 배치된 사진들은 그녀의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제 존재하는 병명은 아니지만 아마 이 내용은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유럽에선 성당이라는 게 동네마다 참 많이, 너무나도 흔하게 존재하고 그마저도 다 비슷비슷한 느낌이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엔 들어갈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된다. 지금에 와서 보니 어이없는 건 피렌체에 1년을 넘게 살며 산타마리아 노벨라,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산타 크로체 중 그 어디에도 들어가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의 글을 보니 그런데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싶다...^^
코로나19로 아무 데도 가지 못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 읽는 내내 같이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은 그곳에서 생활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겐 간접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줄 것이고, 잠시라도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겐 잊고 지내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선물 같은 책이 되어줄 것이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도 난 이 책이 재미있을 거라 확신했다. 여행은 가고 싶으나 당장 떠날 수 없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나도 스페인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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