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나이 들지 배웁니다 - 기능 저하의 함정에서 벗어나 내 몸을 제대로 돌보는 법
김광일 지음 / 청림Life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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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들기 전에 배워야 할 것들/50대의 나와 70대 어머니를 함께 생각하며 읽은 책/『어떻게 나이 들지 배웁니다』 / 김광일 지음 / 청림출판

나이가 든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지만, 우리는 정작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하는지는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살아간다.

젊을 때는 건강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노년은 아직 먼 미래의 일처럼 느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전과 달라진 몸을 느끼고, 부모님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노후와 건강을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김광일 교수의 『어떻게 나이 들지 배웁니다』는 노화를 막는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신체 기능과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고 자신의 일상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책 표지에 적힌 ‘기능 저하의 함정에서 벗어나 내 몸을 제대로 돌보는 법’이라는 문장이 이 책의 내용을 잘 보여준다.


노인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있다는 것

나는 이 책을 통해 노인의료센터가 있고, 노인의료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사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인 김광일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내과와 순환기내과 수련을 마친 뒤 2004년부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노인병내과에서 근무했다.

책의 저자 소개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교수이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노인의료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20년 넘게 노인 환자를 진료해 온 저자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같은 나이라도 건강 상태와 신체 기능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 ‘노인포괄평가’를 활용하고, 고령 환자의 치료 위험과 예후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해 개인의 상태에 맞는 치료 방법을 찾는 연구를 이어왔다고 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노인 건강관리와 노쇠를 고려한 고혈압 치료 등으로 연구 분야를 넓히고 있다.

이러한 이력을 알고 책을 읽으니 내용에 더욱 신뢰가 갔다. 의학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와 가족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목차를 따라 배우는 건강한 노년

이 책은 모두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목차는 노화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해 마음과 관계를 살펴보고, 건강한 노년을 위해 필요한 조건과 지금부터 실천해야 할 생활습관으로 이어진다.

1장 우리는 왜 늙는가

1장에서는 노화를 둘러싼 가장 기본적인 질문들을 다룬다.

노화는 병인지 피할 수 없는 운명인지, 같은 나이인데도 누군가는 건강하고 누군가는 쉽게 무너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오래 사는 것이 정말 축복인지 질문한다.

몇 살부터 노인이라고 할 수 있는지, 나이 든다는 것에는 어떤 힘이 있는지, 노화와 노쇠는 어떻게 다른지, 오래 아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지도 살펴본다.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노화의 의미를 의학적인 관점에서 다시 이해하게 하는 부분이다.

2장 멋지게 나이 드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2장에서는 건강한 노년이 몸뿐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목표 만들기, 부족한 것보다 남아 있는 것을 바라보는 감사, 걱정과 집착을 덜어내는 연습, 비교와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거리두기 등을 다룬다.

지나간 선택에 지나치게 붙잡히지 않는 태도와 나이 들수록 필요한 마음의 여유,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죽음을 생각하며 현재의 삶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자세도 이야기한다.

노년의 건강은 병원 진료와 약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마음과 태도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한다.

3장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 생활을 위해 꼭 갖추어야 할 것

3장에서는 배우자와 자녀, 친구, 돌봄, 경제와 시간에 관해 이야기한다.

가장 가까운 배우자와 노년을 함께 지내는 방법, 부모와 자녀 사이에 필요한 거리, 나이 들수록 곁에 남겨야 할 친구의 의미를 살펴본다.

가족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는 돌봄의 문제와 노년의 경제적인 준비, 은퇴 이후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도 다룬다.

나이가 들어도 안정적인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몸의 건강뿐 아니라 사람과 돈, 시간과 돌봄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4장 나이 들어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것들

마지막 4장에서는 건강한 노년을 위해 지금부터 실천해야 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건강하게 먹는 방법,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의 건강관리, 안전한 약 복용법, 마지막까지 걷기 위한 운동을 다룬다.

나이가 들어도 뇌는 다시 배울 수 있다는 학습과 뇌 가소성의 의미, 몸과 마음을 깨우는 자극이 노년의 삶에 왜 필요한지도 설명한다.

앞부분에서 노화와 노년의 삶을 이해했다면 마지막 장에서는 그것을 생활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알려준다.

목차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이 책이 단순한 노년 건강 안내서가 아니라 나이 듦을 이해하고 준비하며 실천하도록 이끄는 종합적인 안내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인에게는 질병만이 아니라 삶 전체를 보는 의료가 필요하다

노인 환자는 한 가지 질병만 앓기보다 여러 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거나 다양한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병에 걸렸더라도 평소의 신체 기능과 생활환경, 가족관계에 따라 치료의 목표와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노인의료에서는 병명과 검사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잘 걷고 있는지, 식사를 제대로 하는지, 기억력에는 문제가 없는지, 여러 약을 안전하게 복용하고 있는지, 일상생활을 스스로 이어갈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한다.

책에 소개된 환자들의 사례를 읽다 보면 노년의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질병이 있더라도 잘 관리하면서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특별한 병이 없어도 근력과 인지기능이 약해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있다.

나이가 같다고 해서 몸과 마음의 상태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숫자로 표시되는 나이보다 현재 어떤 기능을 유지하고 있고,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노화와 노쇠는 분명히 다르다

책에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내용은 노화와 노쇠가 분명히 다르다는 점이었다.

노화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변화이지만, 노쇠는 신체의 회복력과 기능이 약해져 작은 질병이나 충격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똑같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생활습관과 활동 정도, 질병 관리와 관계, 마음가짐에 따라 노년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나이가 들면 아프고 약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노화를 무조건 질병으로 여기거나 두려워하기보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터넷에는 노화를 한 번에 늦추거나 되돌릴 수 있다는 정보가 넘쳐난다. 하지만 이 책은 특별한 비법이나 건강식품보다 노화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관리를 꾸준히 이어가는 일이 먼저라는 것을 알려준다.


나이 든다는 것의 힘, 경험은 늙지 않는다

책에는 나이가 들어서도 활발하게 자신의 일을 이어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배우이자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나이가 들어서도 영화 작업을 이어갔고, 하이든은 60대 후반에 중요한 작품을 작곡했다. 괴테는 80세가 넘어서 『파우스트』를 완성했으며, 베르디와 피카소도 노년까지 창작 활동을 계속했다.

이들의 사례가 모든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도 젊을 때처럼 일해야 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나이가 든다고 해서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능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몸의 속도는 느려질 수 있지만 오랜 시간 쌓아온 판단력과 지혜, 자신만의 시선은 오히려 더 깊어질 수 있다.

노년을 쇠퇴의 시간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동안 축적한 경험을 새롭게 사용하는 시간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 현장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자신의 몸과 상황에 맞는 속도로 좋아하는 일과 배움을 계속한다면 노년에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몸뿐 아니라 마음과 관계를 함께 돌보는 노년

이 책은 노년의 건강을 몸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질병 관리와 약 복용, 식사와 운동뿐 아니라 배우자와 자녀의 관계, 곁에 남겨야 할 친구, 돌봄과 경제적인 준비, 은퇴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도 함께 다룬다.

건강한 노년은 몸만 건강하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을 돌보고 사람들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며 자신의 일상을 계속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책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거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읽으며 어머니와 나의 관계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이가 든 부모님을 걱정하다 보면 자녀가 부모의 생활과 선택을 대신 결정하려 할 때가 있다. 건강을 생각한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자녀가 생각하는 방식을 따르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님 역시 자신의 방식과 경험을 가지고 살아온 한 사람이다. 도움을 드리는 것과 삶을 대신 결정하는 것은 다르다.

부모님의 안전과 건강을 살피되 스스로 선택하고 생활할 수 있는 영역을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지금 해야 할 일

건강을 지키겠다고 무조건 많은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제대로 이해하고, 꼭 필요한 치료와 관리가 무엇인지 전문가와 상의해 선택하는 태도가 중요할 것이다.

노년의 건강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무엇을 먹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는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가 오랜 시간 쌓여 미래의 삶을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이미 노년을 살아가는 사람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아직 건강할 때 앞으로의 삶을 준비하고 싶은 사람에게 더욱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0대의 나와 70대 어머니를 떠올리며

내가 50대이고 어머니가 70대여서인지 이 책의 내용이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지금의 내 건강과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생각했고, 동시에 어머니의 몸과 생활도 떠올렸다.

부모님의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나이가 들면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나쳤던 부분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반대로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일까지 내가 대신하려 하거나 내 생각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도 생각했다.

부모님에게 무조건 건강을 챙기라고 말하기보다 현재의 몸 상태와 생활 방식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자녀의 기준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기보다 부모님이 자신의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태도도 중요하다.

나 역시 아직은 노년이 멀리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나이지만,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갑자기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어머니의 노년을 이해하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나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노년을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나이가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떻게 나이 들 것인지는 지금부터 준비할 수 있다.

질병이 전혀 없는 노년만이 행복한 노년은 아닐 것이다. 질병이 있더라도 잘 관리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며, 가능한 한 스스로의 일상을 지켜나갈 수 있다면 그것도 충분히 건강한 삶일 수 있다.

『어떻게 나이 들지 배웁니다』는 노년을 막연히 두려워하기보다 지금부터 현실적으로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노화에 관한 의학 지식뿐 아니라 마음과 관계, 돌봄과 생활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어 한 번 읽고 끝내기보다 가까이 두고 다시 펼쳐보고 싶다.

노후를 준비하기 시작한 40대와 50대, 현재 노년을 살아가는 사람, 나이 든 부모님의 건강과 생활을 이해하고 싶은 자녀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잘 늙는다는 것은 젊음을 붙잡는 일이 아니라 변화하는 자신을 이해하고, 마지막까지 소중한 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이제부터 두려움보다 준비하는 마음으로 나이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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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자기 뼈의 운명을 알겠는가 - 하이드리오타피아, 유골 항아리 매장에 관하여
토머스 브라운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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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죽은 뒤 우리의 뼈는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토머스 브라운 『누가 자기 뼈의 운명을 알겠는가』 서평


유골 항아리에서 시작된 죽음과 삶에 관한 명상

『누가 자기 뼈의 운명을 알겠는가』를 읽기 전까지는 토머스 브라운이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책의 제목만 보았을 때는 죽음이나 장례 문화를 다룬 철학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니 유골 항아리라는 낯선 분야를 알게 되었고, 고대 사람들이 죽은 사람을 매장하거나 화장했던 다양한 방식도 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장례 풍습을 소개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땅속에서 발견된 유골 항아리를 바라보며 인간의 죽음과 기억, 육체의 소멸과 영혼의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17세기 영국의 의사이자 독창적인 산문가

토머스 브라운은 1605년에 태어난 17세기 영국의 의사이자 산문가다.

윈체스터 칼리지와 옥스퍼드 펨브로크 칼리지에서 공부하고, 프랑스 몽펠리에와 이탈리아 파도바를 거쳐 1633년 네덜란드 레이던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노리치에 정착하여 평생 의사로 일했다.

그는 과학과 종교를 서로 대립하는 것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와 영혼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함께 이해하려 했고, 이성과 신비, 과학과 신앙을 자신의 문장 안에서 조화시키고자 했다.

대표작으로는 자신의 종교적 사유를 담은 『의사의 종교』와 당시 널리 퍼져 있던 잘못된 믿음을 비판한 『속설 비판』 등이 있다. ‘전기’를 뜻하는 ‘electricity’와 ‘환각’을 뜻하는 ‘hallucination’ 같은 단어가 영어 문헌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도 그의 글에서였다고 한다.

1671년에는 찰스 2세에게 기사 작위를 받았고, 1682년 자신의 77번째 생일에 세상을 떠났다. 죽음에 대해 오랫동안 사유했던 작가가 생일에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도 이 책의 분위기와 묘하게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들판에서 발견된 유골 항아리들

이 책의 원제는 『하이드리오타피아, 유골 항아리 매장에 관하여』다.

토머스 브라운은 17세기 영국의 한 들판에서 오래된 유골 항아리들이 발견된 일을 계기로 이 글을 썼다. 항아리 안에는 화장된 사람들의 뼈와 재가 담겨 있었지만, 그것이 정확히 어느 시대 누구의 것이었는지는 쉽게 알 수 없었다.

작가는 이 항아리들을 바라보며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비롯한 여러 시대와 지역의 장례 풍습을 살펴본다. 어떤 사람들은 시신을 땅에 묻었고, 어떤 사람들은 불에 태운 뒤 남은 유골을 항아리에 담았다. 죽은 사람과 함께 물건을 묻거나 향료와 장식품을 넣기도 했다.

책은 ‘묻을 것인가, 태울 것인가’, ‘들판에서 나온 유골 항아리들’, ‘썩지 않고 남은 것들’, ‘죽음 너머의 희망’, ‘삶은 순수한 불꽃’으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고대의 매장과 화장에 관한 기록을 읽는 듯하지만, 뒤로 갈수록 인간은 왜 죽은 뒤에도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고 하는지, 이름과 명예는 얼마나 오래 기억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누구도 자기 뼈의 운명을 알 수 없다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많은 것을 이루고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한다.

거대한 무덤이나 기념물을 만들고 기록을 남기는 것도 죽은 뒤까지 기억되고 싶은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단단한 무덤과 화려한 기념비를 세워도 오랜 시간이 흐르면 무너지고, 그 안에 있던 사람의 이름마저 잊힐 수 있다.

이름을 널리 알린 사람의 뼈도, 평범하게 살다 간 사람의 뼈도 결국에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유골이 될 수 있다. 살아 있을 때의 신분과 재산, 명예와 권력도 죽음 앞에서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래서 ‘누가 자기 뼈의 운명을 알겠는가’라는 제목이 더욱 강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죽은 뒤 우리의 몸이 어떻게 남을지 알 수 없다. 잘 보존될 수도 있고,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으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낯선 사람에게 발견될 수도 있다. 기억되기를 바라지만 언제까지 기억될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죽음을 말하지만 결국 삶을 바라보는 책

이 책은 유골과 무덤, 매장과 화장을 이야기하지만 단순히 어둡고 무거운 책만은 아니었다.

죽음을 깊이 생각할수록 오히려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언젠가 우리의 육체와 이름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면, 중요한 것은 영원히 남는 일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있을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 제목인 ‘삶은 순수한 불꽃’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불꽃은 영원히 타오르지 않지만 타오르는 순간에는 분명한 빛과 온기를 낸다. 사람의 삶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하루와 곁에 있는 사람들이 더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다.



고고학과 유물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책에는 장강명 작가의 글과 버지니아 울프가 토머스 브라운을 이야기한 글도 함께 실려 있어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17세기에 쓰인 글인 만큼 문장이 낯설고 한 번에 의미가 들어오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천천히 읽다 보면 유골 항아리라는 작은 유물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역사와 죽음, 기억과 망각, 삶의 의미까지 생각을 확장해가는 작가의 시선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고고학이나 유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땅속에서 발견된 유골 항아리를 통해 고대의 매장과 화장 방식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죽음과 사후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골 항아리의 연대와 형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전문 고고학 서적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유물을 바라보며 인간의 삶과 죽음을 깊이 사유하는 인문학적 산문에 가깝다. 그래서 고고학과 유물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누가 자기 뼈의 운명을 알겠는가』는 장례 문화와 고대 유물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알려주면서, 결국 지금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토머스 브라운은 죽음만을 이야기하는 작가가 아니었다. 그는 죽음을 바라보며 오히려 살아 있는 시간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언젠가 우리의 뼈와 이름은 사라질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살아 있는 동안 나누었던 사랑과 온기, 누군가에게 건넨 말과 마음은 다른 사람의 삶 속에 조금 더 오래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고대의 유골 항아리에서 시작해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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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링 & 씨댄스 - 매일매일 쓰는 영상 생성 편집 AI ㅣ 매일매일 AI 시리즈 5
전은재 지음 / 생능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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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AI 영상 제작, 책을 따라 직접 시작해보다/초보자를 위한 실전형 AI 영상 제작 길잡이/『클링 & 씨댄스』 / 전은세 지음 / 생능북스

AI를 활용해 이미지나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막상 직접 해보려고 하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클링 AI와 씨댄스라는 이름을 들어보았어도 어떻게 가입하는지, 원하는 이미지는 어떻게 만들고, 완성된 이미지에 움직임을 더해 영상으로 만드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전은세 작가의 『클링 & 씨댄스』는 이런 초보자들을 위해 이미지 생성부터 영상 제작과 편집까지 실제 화면을 따라가며 배울 수 있도록 만든 실전형 안내서다.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프로그램을 실행해 하나씩 따라 해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화면을 따라 배우는 클링 AI와 씨댄스

이 책은 클링 AI와 씨댄스의 기본 기능부터 차근차근 설명한다.

회원가입과 로그인 방법, 기본 화면의 구성, 이미지와 영상을 생성하는 과정, 요금제와 주요 기능 등을 실제 화면과 함께 보여준다. 메뉴의 위치와 눌러야 할 버튼까지 표시되어 있어 처음 사용하는 사람도 비교적 쉽게 따라갈 수 있다.

AI 이미지나 영상을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용어부터 낯설 수 있다. 프롬프트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생성된 이미지에 원하는 움직임을 어떻게 넣는지,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려면 무엇을 설정해야 하는지도 어렵게 느껴진다.

이 책은 이러한 과정을 설명과 예시를 통해 보여준다. 인물의 표정과 동작을 설정하는 방법, 다양한 각도의 장면을 만드는 방법, 이미지를 영상으로 변환하고 결과물을 수정하는 방법까지 단계별로 소개한다.

이론을 길게 설명하기보다 직접 실행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 실습용 교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보며 직접 클링 AI에 가입하다

나 역시 이 책을 보면서 클링 AI에 직접 가입했다.

이미지나 영상을 전문적으로 편집해본 경험이 많지 않아 처음에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책에 나온 화면을 하나씩 확인하며 따라가니 가입부터 이미지 생성까지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었다.

내가 처음 만들어본 것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중년 여성의 이미지였다.

인물의 나이와 모습, 도서관이라는 장소, 책을 읽고 있는 행동 등을 프롬프트에 입력했다. 잠시 후 따뜻한 분위기의 도서관 창가에서 책을 읽는 여성과 현대적인 도서관 서가 앞에서 책을 보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실제 사진처럼 생성되었다.

같은 도서관과 독서라는 주제를 입력했지만 인물의 옷과 자세, 공간의 분위기가 조금씩 다른 여러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내가 글로 입력한 내용이 하나의 장면으로 나타나는 과정이 신기했다.

처음부터 모든 결과가 정확하게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인물의 모습이나 옷차림, 자세가 생각과 다르게 표현되기도 했다. 그러나 원하는 장면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결과를 다시 만들어보면서 프롬프트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사진을 직접 촬영하지 않아도 머릿속으로 생각한 장면을 이미지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블로그나 다양한 콘텐츠 작업에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씨댄스로 아주 간단한 영상도 만들어보다

클링 AI로 이미지를 만들어본 뒤에는 씨댄스를 활용해 아주 간단한 영상도 만들어보았다.

현대적인 도서관의 서가 앞에 서 있는 여성 이미지를 활용해 인물이 책장을 따라 걸어가고, 서가에서 책을 꺼내 드는 짧은 영상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한 장의 정지된 이미지였지만 움직임을 더하자 인물이 실제 도서관 안을 걸어 다니는 장면처럼 바뀌었다. 몇 초 정도의 짧고 단순한 영상이었지만, 내가 만든 이미지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순간 무척 신기했다.

직접 촬영하거나 복잡한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아도 한 장의 이미지와 간단한 설명만으로 영상의 기본 장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동작이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은 아니었다. 인물의 움직임이나 손의 모양, 걷는 방향이 예상과 다르게 나올 수도 있고 원하는 장면에 가까워지기 위해 여러 번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처음부터 완벽한 영상을 만드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다. 책을 읽으며 클링 AI에 가입하고 이미지를 생성한 뒤, 씨댄스를 통해 그 이미지에 움직임까지 더해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행정사 업무 홍보영상에도 활용해보고 싶다

나는 행정사로 일하면서 고객에게 여러 행정절차와 준비서류, 업무의 진행 과정을 설명할 일이 많다.

이러한 내용을 글로만 전달하면 다소 어렵거나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다. 설명이 길어지면 꼭 필요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도 있다.

클링 AI와 씨댄스의 활용 방법을 익힌다면 행정사 업무를 소개하는 짧은 홍보영상이나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안내하는 영상도 직접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

행정사 사무실에서 어떤 업무를 하는지, 상담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 신청 전에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이미지와 자막, 간단한 움직임으로 보여준다면 글보다 쉽고 친근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모든 장면을 촬영하지 않아도 사무실이나 상담 장면을 이미지로 만들고, 인물에게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더해 짧은 영상으로 구성할 수도 있다. 블로그에 작성한 행정정보를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용 짧은 영상으로 다시 제작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직은 도서관에서 인물이 걸어가 책을 꺼내는 아주 간단한 영상을 만들어본 단계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시작으로 프롬프트 작성과 영상 구성을 조금씩 연습해 행정사 업무를 알리는 홍보영상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단순히 새로운 AI 프로그램을 체험한 것을 넘어 실제 업무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까지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다.



프롬프트가 장면이 되고 이야기가 되다

AI 영상 제작에서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버튼을 누르는 기술만이 아니었다.

내가 어떤 장면을 만들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인물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분위기인지, 카메라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할수록 결과도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졌다.

내가 만들어본 영상도 ‘도서관에 있는 여성’이라고만 입력하는 것보다 ‘서가를 따라 걸어가 책을 꺼내는 여성’처럼 행동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원하는 움직임에 가까워졌다.

결국 아이디어가 하나의 이미지가 되고, 그 이미지에 움직임이 더해져 하나의 장면이 되는 것이다. 여러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면 짧은 이야기나 하나의 콘텐츠로도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다.

『클링 & 씨댄스』는 단순히 AI에게 “영상을 만들어줘”라고 요청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원하는 장면을 기획하고 프롬프트를 작성하며, 결과물을 수정하고 영상으로 확장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AI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과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었다.



AI 영상 제작이 궁금한 초보자에게

AI 기술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어 책에 실린 화면이나 일부 기능은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이미지와 영상을 기획하고, 프롬프트를 작성하며, 결과를 수정하는 기본 과정은 앞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AI 이미지와 영상 제작에 관심은 있지만 시작하지 못했던 사람,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유튜브에 사용할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 자신의 사업이나 업무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도 유용한 책이다.

나 역시 책을 읽기 전에는 클링 AI와 씨댄스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책을 따라 직접 가입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여성의 이미지를 만든 뒤, 씨댄스를 이용해 인물이 서가를 걸으며 책을 꺼내는 짧은 영상도 완성해보았다.

책을 읽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이미지와 영상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보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독서였다.

처음부터 대단한 영상을 만들 필요는 없다. 내가 떠올린 장면 하나를 이미지로 만들고, 그 이미지에 작은 움직임을 더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나도 이 책을 길잡이 삼아 조금씩 연습하면서 행정사 업무와 필요한 행정정보를 쉽고 친근하게 알리는 홍보영상을 만들어보고 싶다.

『클링 & 씨댄스』는 AI 영상 제작이 어렵게만 느껴졌던 초보자에게 “책을 펼치고 화면을 보며 지금 한번 만들어보라”고 권하는 실용적인 길잡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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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할수록 불행해지는 사람들 - 과도한 책임감과 인정 욕구에서 빠져나오는 불안 관리 플랜
테리 콜 지음, 박선령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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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테리 콜 『노력할수록 불행해지는 사람들』 서평/과도한 책임감과 인정 욕구에서 빠져나오는 불안 관리법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내가 조금 더 신경 쓰고, 조금 더 배려하고, 조금 더 노력하면 일도 관계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가족이나 친구가 어려움을 겪으면 내가 나서서 해결해 주어야 할 것 같고, 직장에서도 다른 사람이 놓친 부분까지 살펴봐야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그렇게 모든 일을 잘 해내려고 노력할수록 마음은 편안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불안하고 지칠 때가 있다.

테리 콜의 『노력할수록 불행해지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유능하고 책임감이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타인의 감정과 문제까지 자신의 책임으로 떠안으며 살아가는 ‘고기능 공의존자’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의 표지에는 블록으로 만든 사람이 위태롭게 서 있다. 블록에는 ‘High-Functioning Codependency’라는 글자가 적혀 있고, 옆에는 ‘Too’와 ‘Much’라고 쓰인 블록이 빠져나와 있다.

너무 많이 책임지고, 너무 많이 배려하고, 너무 잘하려는 삶이 겉으로는 단단해 보여도 어느 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지처럼 느껴졌다.



30년 경력의 심리치료사 테리 콜

저자인 테리 콜은 30여 년 동안 활동해 온 심리치료사다.

포춘 선정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유명인, 위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상담하며 성공과 행복을 가로막는 심리적인 문제를 함께 해결해 왔다. 특히 겉으로는 능력 있고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다른 사람의 문제까지 해결하려 하며 자신을 소진시키는 ‘고기능 공의존’의 치유에 집중해 왔다.

강연과 소셜미디어, 팟캐스트,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건강하게 다시 세우는 방법을 전하고 있으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이상 타인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고 자신을 돌보는 법을 이야기한다.

저자 역시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자신의 문제로 여기며 살아왔던 사람이다.

책의 프롤로그에는 저자가 기차역에서 갈 곳을 잃은 젊은 여성을 만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그 여성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바로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함께 사는 사람은 괜찮을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다.

그 순간 저자에게 중요했던 것은 자신의 안전과 평안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결과였다. 다른 사람의 어려움까지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던 습관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이 경험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질문을 던진다.

‘이것이 정말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일까?’


유능하고 책임감이 강해서 더 알아차리기 어렵다

공의존이라고 하면 흔히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고기능 공의존자는 오히려 그 반대의 모습으로 보인다.

일을 잘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주변 사람들을 세심하게 살핀다.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나서고, 부탁받지 않은 일까지 미리 처리한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싫어하고 자신이 맡은 일은 완벽하게 해내려고 한다.

겉으로만 보면 누구보다 유능하고 독립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다른 사람의 기분과 반응을 끊임없이 살핀다. 누군가 불편해하면 자신이 잘못한 것처럼 느끼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든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절하면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일까 두렵고, 도움을 주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낀다.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기도 한다.

이렇게 과도하게 기능하는 모습 뒤에는 불안과 통제 욕구,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챙기지 않으면 일이 잘못될 것이다.’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저 사람은 힘들어질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쌓이면 결국 다른 사람의 삶까지 책임지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라도 그 사람의 문제를 대신 해결할 수는 없다. 각자의 삶에는 스스로 감당하고 선택해야 하는 몫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치유되지 않은 나에서 회복 중인 나로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치유되지 않은 당신에게’에서는 너무 통제하고, 너무 간섭하고, 너무 잘해주려는 고기능 공의존자의 모습을 살펴본다.

‘지나치게 잘 해내려는 행동이 과한 결과를 낳는다’, ‘배려일까, 의존일까’, ‘당신이 지금과 같은 관계를 맺게 된 이유’, ‘고기능 공의존자가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 등의 내용을 통해 자신의 행동이 건강한 배려인지 불안에서 비롯된 개입인지 돌아보게 한다.

어린 시절부터 책임감에 짓눌린 경험이나 가족관계에서 만들어진 역할, 반복되는 관계의 패턴도 살펴본다. 나르시시스트와 공의존자가 서로에게 끌리는 이유와 고기능 공의존자로 살아가며 치러야 하는 감정적인 대가도 다룬다.

2부 ‘회복 중인 당신에게’에서는 고기능 공의존의 패턴에서 빠져나와 자신을 회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정서적인 회복 탄력성을 기르는 방법부터 건강한 경계를 설정하는 법, 자신을 먼저 돌보는 연습, 다른 사람의 문제를 내려놓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특히 ‘적당한 거리감이 나를 지킨다’, ‘나부터 돌봐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내려놓아도 된다’와 같은 장의 제목들이 마음에 남았다.

타인을 완전히 외면하라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사랑하고 배려하면서도 어디까지가 나의 책임이고 어디부터가 상대의 몫인지 구분하라는 의미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독립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나를 떠올리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일을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고,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그래서 자신이 맡은 일보다 더 많은 일을 하려 하고, 다른 사람이 부탁하면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사실 나도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 그랬던 것 같다.

작은 일도 아주 크게 느껴졌고, 내가 잘하지 못하면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더 열심히 하려고 했고, 힘들어도 힘들다는 말을 쉽게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내가 잠시 쉬거나 하나를 내려놓는다고 해서 회사가 무너지거나 세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는 내려놓는 일이 쉽지 않았다.

열심히 하는 것과 나를 소진시키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책임감과 과도한 책임감을 구분하지 못했고,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추는 것이 좋은 직장인이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배려와 과도한 개입은 다르다

누군가를 걱정하고 도와주는 것은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상대가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상대의 선택을 대신 결정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계속 개입한다면 그것은 건강한 배려와 조금 다를 수 있다.

때로는 상대가 실패하지 않도록 모든 장애물을 치워주는 일이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경험과 성장의 기회를 빼앗을 수도 있다.

가족의 문제도, 친구의 문제도 내가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요청받은 범위 안에서 도움을 주며, 상대가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다.

도와주지 않는 것이 냉정함은 아니다.

내 책임이 아닌 것을 내려놓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 아니라 관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과정일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구분하고, 상대의 불편한 감정을 견디며, 죄책감을 느끼더라도 필요한 경계를 세우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거절한 뒤 후회하거나 불안해질 수 있다. 그래서 책에서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24시간 생각해보는 규칙도 소개한다.

누군가 부탁했을 때 바로 “네”라고 대답하기보다 “일정을 확인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짧은 한마디지만 다른 사람의 요구에 자동으로 반응하지 않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게 해주는 방법이다.




적당한 거리감이 나를 지킨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경계를 세우는 일을 어렵게 느낀다.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 선을 긋는 것이 차갑게 느껴지고, 상대에게 거절당하거나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일까 두렵다. 자신의 욕구와 가치관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하면 경계를 표현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진다.

하지만 경계는 상대를 밀어내기 위한 벽이 아니다.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한 선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알고, 필요한 것을 솔직하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야 관계도 건강하게 이어질 수 있다.

책 제목처럼 노력할수록 불행해지는 이유는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닐 수 있다.

노력의 방향이 늘 다른 사람을 향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타인의 기분을 살피고, 타인의 문제를 해결하며, 타인의 기대에 맞추느라 정작 내 마음은 돌보지 못했던 것이다.

적당한 거리감은 관계를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면서도 상대를 존중할 수 있게 해준다.




읽고 직접 점검해볼 수 있는 책

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고기능 공의존에 관한 설명만 하고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공의존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질문과 감정 상태를 점검하는 방법, 경계를 세우기 어려운 이유를 찾아보는 과정이 실려 있다.

집이나 직장에서 언제 감정이 격해지는지, 어떤 사람과 있을 때 더 불안해지는지, 어떤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문제를 대신 해결하고 싶어지는지를 직접 적어보게 한다.

책을 읽으며 자신의 행동과 관계의 패턴을 하나씩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자신의 습관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바꾸기도 어렵다. 내가 왜 자꾸 남을 도우려 하는지, 거절한 뒤 왜 죄책감을 느끼는지, 인정받지 못하면 왜 불안해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변화의 시작일 것이다.


나부터 돌봐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노력할수록 불행해지는 사람들』은 열심히 살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모든 책임을 버리고 나만 생각하며 살라는 뜻도 아니다. 내가 책임져야 할 것과 책임질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다른 사람에게 향하던 관심과 에너지를 나에게도 돌려주라는 책이다.

자신을 돌보는 것은 이기적인 일이 아니다.

내가 지쳐 무너지지 않아야 다른 사람과도 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나부터 돌본다고 해서 가족이나 친구가 무너지거나 세상이 멈추는 것도 아니다.

나는 타인의 감정과 선택을 통제할 수 없다.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생각과 감정, 선택과 행동을 책임지는 일이다.

자신과도 타인과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가까워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할 때 손을 내밀 수 있는 거리. 어쩌면 건강한 관계란 그런 거리를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과도한 책임감으로 지친 사람에게

이 책은 매일 많은 일을 책임지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가족이나 친구의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일처럼 걱정하는 사람, 직장에서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무리하는 사람,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라면 책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겉으로는 유능하고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불안하고 지친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삶까지 책임지려는 마음을 내려놓는다고 해서 무책임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지 않아도 되고,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지 않아도 된다.

때로는 노력하는 것보다 내려놓는 데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나부터 돌봐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것을 책임지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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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공감 - 감정의 낭비를 끝내고 확실한 변화를 이루는 법
셰르민 크루즈 지음, 신동숙 옮김 / 청림출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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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셰르민 크루즈 『단단한 공감』 서평

감정의 낭비를 끝내고 확실한 변화를 이루는 법

공감이라고 하면 흔히 상대방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모습을 떠올린다. 상대가 슬퍼하면 같이 슬퍼하고, 힘들어하면 그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이 공감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셰르민 크루즈의 『단단한 공감』은 공감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되 그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나의 중심과 경계를 지키면서 관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공감이다. 저자는 이를 ‘전략적 공감’ 또는 ‘스토아적 공감’이라고 설명한다.

책의 부제인 ‘감정의 낭비를 끝내고 확실한 변화를 이루는 법’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공감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공감은 무조건 상대에게 맞추거나 양보하는 일이 아니다. 나와 상대의 감정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며, 관계와 상황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사용하는 실천적인 힘이다.


전쟁과 이민의 경험에서 시작된 전략적 공감

저자인 셰르민 크루즈는 협상 전문가이자 법학 교수이며, 작가이자 TEDx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1977년 사회적·정치적 격변이 끊이지 않던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났다. 정부의 탄압과 전쟁의 위기를 일상에서 마주하며 성장했고, 열 살 무렵부터 페르시아어로 시를 쓰며 글쓰기를 익혔다.

열한 살이 되던 해에는 가족과 함께 여행 가방 몇 개만 들고 캐나다로 이주했다. 그러나 전쟁을 피해 도착한 새로운 나라에서도 이민자로서 차별과 수모를 겪어야 했다.

저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신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감정적인 호소력과 논리적인 설득력을 함께 갖추기 위해 말과 글을 끊임없이 훈련했다.

이후 토론토대학교에서 철학과 신경심리학을 전공하고, 미시간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 학위를 취득했다. 국제 비즈니스 법률을 전문으로 하는 법조인의 길을 걸으며 로펌 파트너로 17년 동안 근무했고, LVMH와 구글, 월마트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대리했다.

분쟁 해결과 고위험 협상, 국제 거래와 기업 경영을 다루며 쌓은 경험은 이 책에서 설명하는 ‘전략적 공감’의 토대가 되었다.

현재는 노스웨스턴대학교 프리츠커 로스쿨 교수로 일하며 전략적 공감에 기반한 협상과 리더십, 국제 거래 등을 가르치고 있다. TEDx 총괄 프로듀서와 강연자로도 활동했으며, 2022년에는 인지적 공감을 활용한 협상에 관한 강연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작가의 이력을 알고 책을 읽으면 『단단한 공감』이 책상 위에서 이론으로만 만들어진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쟁과 이민, 차별과 법률 분쟁을 직접 겪고, 수많은 협상 현장에서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온 경험이 이 책의 문장 곳곳에 녹아 있다. 그래서 다른 공감 관련 책보다 저자의 이야기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전쟁 이야기에서 우리의 일상으로

전쟁을 직접 겪지 않고 주로 텔레비전이나 뉴스를 통해 보아온 세대인 나에게 저자의 경험을 온전히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의 이야기는 전쟁이라는 특별한 상황에만 머물지 않는다.

직장에서 동료와 의견이 부딪칠 때, 가족과의 대화가 자꾸 어긋날 때, 상대를 설득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는 관계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누군가의 감정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그 사람을 이해하기보다 나까지 함께 지쳐버릴 수 있다. 상대의 슬픔과 분노를 모두 끌어안은 채 감정적으로 소진되면 정작 문제를 해결할 힘은 남지 않는다.

그렇다고 타인의 감정을 외면하거나 냉정하게 거리를 두는 것이 답은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단단한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감정과 경계를 잃지 않는 것이다. 상대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되 반드시 같은 의견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상대의 마음을 인정하더라도 부당한 요구까지 받아줄 필요는 없다.

상대와 함께 무너지는 공감이 아니라 서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공감이라고 할 수 있다.



목차를 따라 배우는 공감의 힘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세상을 내 편으로 만드는 공감의 힘’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내 편으로 만든다’는 것은 상대를 조종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상대의 입장과 욕구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을 찾아간다는 뜻에 가깝다.

1장에서는 스토아 철학에서 배우는 내적 통제력과 공감이 만들어내는 외적 영향력을 살펴본다. 저자가 이민자 소녀에서 변호사와 협상 전문가가 되기까지의 과정도 이 장에서 만날 수 있다.

2장에서는 감정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 동정과 연민의 차이를 설명한다. 공감이 때로는 우리를 지치게 하는 이유와, 공감을 건강한 힘으로 사용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이야기한다.

3장과 4장에서는 전략적 공감을 실천하는 다섯 단계를 소개한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집중해서 들으며, 침묵으로 대화하고, 상대에게 맞춰주고 따라 하며, 질문을 통해 더 깊이 탐색하는 과정이다.

2부에서는 ‘삶의 주도권을 얻는 스토아 철학의 방법’을 다룬다.

5장과 6장에서는 감정을 없애려고 하기보다 어떻게 이해하고 다스릴 것인지, 감정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한다.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에 따라 감정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며, 생각의 초점을 바꾸면 감정과 행동도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7장과 8장에서는 삶의 어려움을 견디고 주도권을 되찾는 스토아 철학의 다섯 가지 도구를 소개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통제의 이분법’, 불편함을 무조건 피하지 않는 태도, 어려움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체계적인 훈련, 삶의 유한함을 기억하는 ‘메멘토 모리’, 옳다고 믿는 일을 선택하는 ‘도덕적 용기’가 그것이다.

마지막 9장에서는 더 나은 삶과 세상을 위한 윤리적 삶의 열 가지 기둥을 제시한다.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도움을 제공하며, 개인의 선의를 넘어 사회의 부당함에도 목소리를 내는 삶을 이야기한다.

책의 목차는 공감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 감정을 다스리고, 역경을 이겨내며, 더 나은 관계와 사회를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읽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직접 실천하는 책

이 책에서 또 하나 좋았던 점은 각 장의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데서 끝나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각 장에서 배운 내용을 자신의 일상에 적용해볼 수 있는 실천 방법을 제시하고, 독자가 직접 자신의 생각과 행동 계획을 작성할 수 있는 부분도 마련되어 있다.

공감에 관한 좋은 내용을 읽는 것과 실제 관계에서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아무리 상대의 말을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감정이 앞서는 순간에는 내 이야기부터 꺼내기 쉽다. 통제할 수 없는 일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상대의 반응에 계속 마음을 빼앗길 때도 있다.

그래서 책을 읽은 뒤 나의 상황을 돌아보고 직접 적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근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감정이 앞섰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듣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써보면 책의 내용을 더욱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꺼번에 모든 방법을 실천하려 하기보다 각 장을 읽을 때마다 한 가지씩 자신의 생활에 적용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읽고, 생각하고, 직접 써보고, 관계 속에서 실천해보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에서 구성도 잘 짜인 책이었다.

공감을 머리로만 이해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실제 행동과 변화로 연결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느껴졌다.


감정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의 차이

책에서 특히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은 감정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을 구분한 내용이었다.

감정적 공감이 상대방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것이라면 인지적 공감은 상대가 왜 그렇게 느끼고 행동하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는 감정적 공감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많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상대의 말과 행동 뒤에 숨어 있는 이유와 욕구를 살펴보아야 한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본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의견에 모두 동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과 그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 차이를 구분할 수 있어야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협상 전문가인 저자가 공감을 단순한 친절이나 위로가 아니라 실질적인 영향력으로 설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공감을 실천하는 다섯 단계

저자가 소개하는 전략적 공감의 다섯 단계는 일상에서도 활용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분노인지, 두려움인지, 서운함인지 구체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에서 공감은 시작된다.

두 번째는 집중해서 듣는 것이다.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내 대답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속에 담긴 감정과 의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다.

세 번째는 침묵으로 대화하는 것이다. 모든 순간을 말로 채우지 않고 상대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도 중요한 공감의 방법이다.

네 번째는 상대에게 맞춰주고 따라 하는 것이다. 말의 속도나 자세, 표정과 같은 비언어적 신호를 살피고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추면 상대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질문으로 탐색하는 것이다. 판단하거나 몰아붙이는 질문이 아니라 상대의 생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열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설명만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생활에서 꾸준히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방법들이다. 그래서 한 번 읽고 덮기보다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거나 협상이 필요한 순간에 다시 펼쳐보면 좋을 것 같다.


나를 지키면서도 타인을 외면하지 않는 공감

『단단한 공감』을 읽으며 공감은 타인만을 위한 능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먼저 알아차리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일에서 공감이 시작된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상대의 반응에 매달리기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말과 행동에 집중하는 것, 상대를 이해하면서도 나의 필요와 경계를 존중하는 것이 단단한 공감의 핵심이다.

저자는 불편한 진실을 말해야 할 때는 상대를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부당한 상황에서는 선을 긋고, 개인적인 친절을 넘어 사회의 불평등과 부당함에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공감은 무조건적인 양보도 아니고, 갈등을 피하기 위해 나를 숨기는 일도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타인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다. 나를 지키는 힘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이 함께할 때 공감은 세상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관계가 어렵고 감정에 쉽게 지치는 사람에게

『단단한 공감』은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사람과의 관계가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상대의 감정에 쉽게 휩쓸려 지치는 사람, 갈등이 생기면 무조건 피하거나 반대로 감정부터 앞서는 사람, 협상과 설득이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뿐 아니라 가족과 동료 사이에서 건강하게 대화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특히 자기계발서를 읽고도 무엇부터 실천해야 할지 몰라 책을 덮어버리곤 했던 사람이라면, 각 장의 실천 내용을 직접 써보면서 한 가지씩 생활에 적용해보아도 좋겠다.

공감은 타고난 성격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연습할 수 있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되 그 감정에 빠져 함께 흔들리지 않는 것, 따뜻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중심을 단단히 지키는 것.

저자가 전쟁과 이민, 차별과 수많은 협상의 현장을 지나며 발견한 공감은 부드럽지만 약하지 않았다.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단단한 공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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