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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할수록 불행해지는 사람들 - 과도한 책임감과 인정 욕구에서 빠져나오는 불안 관리 플랜
테리 콜 지음, 박선령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테리 콜 『노력할수록 불행해지는 사람들』 서평/과도한 책임감과 인정 욕구에서 빠져나오는 불안 관리법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내가 조금 더 신경 쓰고, 조금 더 배려하고, 조금 더 노력하면 일도 관계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가족이나 친구가 어려움을 겪으면 내가 나서서 해결해 주어야 할 것 같고, 직장에서도 다른 사람이 놓친 부분까지 살펴봐야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그렇게 모든 일을 잘 해내려고 노력할수록 마음은 편안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불안하고 지칠 때가 있다.
테리 콜의 『노력할수록 불행해지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유능하고 책임감이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타인의 감정과 문제까지 자신의 책임으로 떠안으며 살아가는 ‘고기능 공의존자’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의 표지에는 블록으로 만든 사람이 위태롭게 서 있다. 블록에는 ‘High-Functioning Codependency’라는 글자가 적혀 있고, 옆에는 ‘Too’와 ‘Much’라고 쓰인 블록이 빠져나와 있다.
너무 많이 책임지고, 너무 많이 배려하고, 너무 잘하려는 삶이 겉으로는 단단해 보여도 어느 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지처럼 느껴졌다.
30년 경력의 심리치료사 테리 콜
저자인 테리 콜은 30여 년 동안 활동해 온 심리치료사다.
포춘 선정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유명인, 위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상담하며 성공과 행복을 가로막는 심리적인 문제를 함께 해결해 왔다. 특히 겉으로는 능력 있고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다른 사람의 문제까지 해결하려 하며 자신을 소진시키는 ‘고기능 공의존’의 치유에 집중해 왔다.
강연과 소셜미디어, 팟캐스트,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건강하게 다시 세우는 방법을 전하고 있으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이상 타인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고 자신을 돌보는 법을 이야기한다.
저자 역시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자신의 문제로 여기며 살아왔던 사람이다.
책의 프롤로그에는 저자가 기차역에서 갈 곳을 잃은 젊은 여성을 만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그 여성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바로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함께 사는 사람은 괜찮을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다.
그 순간 저자에게 중요했던 것은 자신의 안전과 평안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결과였다. 다른 사람의 어려움까지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던 습관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이 경험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질문을 던진다.
‘이것이 정말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일까?’
유능하고 책임감이 강해서 더 알아차리기 어렵다
공의존이라고 하면 흔히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고기능 공의존자는 오히려 그 반대의 모습으로 보인다.
일을 잘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주변 사람들을 세심하게 살핀다.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나서고, 부탁받지 않은 일까지 미리 처리한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싫어하고 자신이 맡은 일은 완벽하게 해내려고 한다.
겉으로만 보면 누구보다 유능하고 독립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다른 사람의 기분과 반응을 끊임없이 살핀다. 누군가 불편해하면 자신이 잘못한 것처럼 느끼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든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절하면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일까 두렵고, 도움을 주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낀다.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기도 한다.
이렇게 과도하게 기능하는 모습 뒤에는 불안과 통제 욕구,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챙기지 않으면 일이 잘못될 것이다.’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저 사람은 힘들어질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쌓이면 결국 다른 사람의 삶까지 책임지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라도 그 사람의 문제를 대신 해결할 수는 없다. 각자의 삶에는 스스로 감당하고 선택해야 하는 몫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치유되지 않은 나에서 회복 중인 나로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치유되지 않은 당신에게’에서는 너무 통제하고, 너무 간섭하고, 너무 잘해주려는 고기능 공의존자의 모습을 살펴본다.
‘지나치게 잘 해내려는 행동이 과한 결과를 낳는다’, ‘배려일까, 의존일까’, ‘당신이 지금과 같은 관계를 맺게 된 이유’, ‘고기능 공의존자가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 등의 내용을 통해 자신의 행동이 건강한 배려인지 불안에서 비롯된 개입인지 돌아보게 한다.
어린 시절부터 책임감에 짓눌린 경험이나 가족관계에서 만들어진 역할, 반복되는 관계의 패턴도 살펴본다. 나르시시스트와 공의존자가 서로에게 끌리는 이유와 고기능 공의존자로 살아가며 치러야 하는 감정적인 대가도 다룬다.
2부 ‘회복 중인 당신에게’에서는 고기능 공의존의 패턴에서 빠져나와 자신을 회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정서적인 회복 탄력성을 기르는 방법부터 건강한 경계를 설정하는 법, 자신을 먼저 돌보는 연습, 다른 사람의 문제를 내려놓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특히 ‘적당한 거리감이 나를 지킨다’, ‘나부터 돌봐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내려놓아도 된다’와 같은 장의 제목들이 마음에 남았다.
타인을 완전히 외면하라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사랑하고 배려하면서도 어디까지가 나의 책임이고 어디부터가 상대의 몫인지 구분하라는 의미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독립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나를 떠올리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일을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고,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그래서 자신이 맡은 일보다 더 많은 일을 하려 하고, 다른 사람이 부탁하면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사실 나도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 그랬던 것 같다.
작은 일도 아주 크게 느껴졌고, 내가 잘하지 못하면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더 열심히 하려고 했고, 힘들어도 힘들다는 말을 쉽게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내가 잠시 쉬거나 하나를 내려놓는다고 해서 회사가 무너지거나 세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는 내려놓는 일이 쉽지 않았다.
열심히 하는 것과 나를 소진시키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책임감과 과도한 책임감을 구분하지 못했고,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추는 것이 좋은 직장인이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배려와 과도한 개입은 다르다
누군가를 걱정하고 도와주는 것은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상대가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상대의 선택을 대신 결정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계속 개입한다면 그것은 건강한 배려와 조금 다를 수 있다.
때로는 상대가 실패하지 않도록 모든 장애물을 치워주는 일이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경험과 성장의 기회를 빼앗을 수도 있다.
가족의 문제도, 친구의 문제도 내가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요청받은 범위 안에서 도움을 주며, 상대가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다.
도와주지 않는 것이 냉정함은 아니다.
내 책임이 아닌 것을 내려놓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 아니라 관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과정일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구분하고, 상대의 불편한 감정을 견디며, 죄책감을 느끼더라도 필요한 경계를 세우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거절한 뒤 후회하거나 불안해질 수 있다. 그래서 책에서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24시간 생각해보는 규칙도 소개한다.
누군가 부탁했을 때 바로 “네”라고 대답하기보다 “일정을 확인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짧은 한마디지만 다른 사람의 요구에 자동으로 반응하지 않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게 해주는 방법이다.

적당한 거리감이 나를 지킨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경계를 세우는 일을 어렵게 느낀다.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 선을 긋는 것이 차갑게 느껴지고, 상대에게 거절당하거나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일까 두렵다. 자신의 욕구와 가치관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하면 경계를 표현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진다.
하지만 경계는 상대를 밀어내기 위한 벽이 아니다.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한 선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알고, 필요한 것을 솔직하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야 관계도 건강하게 이어질 수 있다.
책 제목처럼 노력할수록 불행해지는 이유는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닐 수 있다.
노력의 방향이 늘 다른 사람을 향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타인의 기분을 살피고, 타인의 문제를 해결하며, 타인의 기대에 맞추느라 정작 내 마음은 돌보지 못했던 것이다.
적당한 거리감은 관계를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면서도 상대를 존중할 수 있게 해준다.

읽고 직접 점검해볼 수 있는 책
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고기능 공의존에 관한 설명만 하고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공의존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질문과 감정 상태를 점검하는 방법, 경계를 세우기 어려운 이유를 찾아보는 과정이 실려 있다.
집이나 직장에서 언제 감정이 격해지는지, 어떤 사람과 있을 때 더 불안해지는지, 어떤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문제를 대신 해결하고 싶어지는지를 직접 적어보게 한다.
책을 읽으며 자신의 행동과 관계의 패턴을 하나씩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자신의 습관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바꾸기도 어렵다. 내가 왜 자꾸 남을 도우려 하는지, 거절한 뒤 왜 죄책감을 느끼는지, 인정받지 못하면 왜 불안해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변화의 시작일 것이다.
나부터 돌봐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노력할수록 불행해지는 사람들』은 열심히 살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모든 책임을 버리고 나만 생각하며 살라는 뜻도 아니다. 내가 책임져야 할 것과 책임질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다른 사람에게 향하던 관심과 에너지를 나에게도 돌려주라는 책이다.
자신을 돌보는 것은 이기적인 일이 아니다.
내가 지쳐 무너지지 않아야 다른 사람과도 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나부터 돌본다고 해서 가족이나 친구가 무너지거나 세상이 멈추는 것도 아니다.
나는 타인의 감정과 선택을 통제할 수 없다.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생각과 감정, 선택과 행동을 책임지는 일이다.
자신과도 타인과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가까워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할 때 손을 내밀 수 있는 거리. 어쩌면 건강한 관계란 그런 거리를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과도한 책임감으로 지친 사람에게
이 책은 매일 많은 일을 책임지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가족이나 친구의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일처럼 걱정하는 사람, 직장에서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무리하는 사람,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라면 책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겉으로는 유능하고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불안하고 지친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삶까지 책임지려는 마음을 내려놓는다고 해서 무책임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지 않아도 되고,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지 않아도 된다.
때로는 노력하는 것보다 내려놓는 데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나부터 돌봐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것을 책임지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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