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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나이 들지 배웁니다 - 기능 저하의 함정에서 벗어나 내 몸을 제대로 돌보는 법
김광일 지음 / 청림Life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들기 전에 배워야 할 것들/50대의 나와 70대 어머니를 함께 생각하며 읽은 책/『어떻게 나이 들지 배웁니다』 / 김광일 지음 / 청림출판
나이가 든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지만, 우리는 정작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하는지는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살아간다.
젊을 때는 건강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노년은 아직 먼 미래의 일처럼 느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전과 달라진 몸을 느끼고, 부모님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노후와 건강을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김광일 교수의 『어떻게 나이 들지 배웁니다』는 노화를 막는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신체 기능과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고 자신의 일상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책 표지에 적힌 ‘기능 저하의 함정에서 벗어나 내 몸을 제대로 돌보는 법’이라는 문장이 이 책의 내용을 잘 보여준다.
노인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있다는 것
나는 이 책을 통해 노인의료센터가 있고, 노인의료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사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인 김광일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내과와 순환기내과 수련을 마친 뒤 2004년부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노인병내과에서 근무했다.
책의 저자 소개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교수이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노인의료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20년 넘게 노인 환자를 진료해 온 저자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같은 나이라도 건강 상태와 신체 기능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 ‘노인포괄평가’를 활용하고, 고령 환자의 치료 위험과 예후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해 개인의 상태에 맞는 치료 방법을 찾는 연구를 이어왔다고 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노인 건강관리와 노쇠를 고려한 고혈압 치료 등으로 연구 분야를 넓히고 있다.
이러한 이력을 알고 책을 읽으니 내용에 더욱 신뢰가 갔다. 의학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와 가족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목차를 따라 배우는 건강한 노년
이 책은 모두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목차는 노화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해 마음과 관계를 살펴보고, 건강한 노년을 위해 필요한 조건과 지금부터 실천해야 할 생활습관으로 이어진다.
1장 우리는 왜 늙는가
1장에서는 노화를 둘러싼 가장 기본적인 질문들을 다룬다.
노화는 병인지 피할 수 없는 운명인지, 같은 나이인데도 누군가는 건강하고 누군가는 쉽게 무너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오래 사는 것이 정말 축복인지 질문한다.
몇 살부터 노인이라고 할 수 있는지, 나이 든다는 것에는 어떤 힘이 있는지, 노화와 노쇠는 어떻게 다른지, 오래 아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지도 살펴본다.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노화의 의미를 의학적인 관점에서 다시 이해하게 하는 부분이다.
2장 멋지게 나이 드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2장에서는 건강한 노년이 몸뿐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목표 만들기, 부족한 것보다 남아 있는 것을 바라보는 감사, 걱정과 집착을 덜어내는 연습, 비교와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거리두기 등을 다룬다.
지나간 선택에 지나치게 붙잡히지 않는 태도와 나이 들수록 필요한 마음의 여유,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죽음을 생각하며 현재의 삶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자세도 이야기한다.
노년의 건강은 병원 진료와 약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마음과 태도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한다.
3장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 생활을 위해 꼭 갖추어야 할 것
3장에서는 배우자와 자녀, 친구, 돌봄, 경제와 시간에 관해 이야기한다.
가장 가까운 배우자와 노년을 함께 지내는 방법, 부모와 자녀 사이에 필요한 거리, 나이 들수록 곁에 남겨야 할 친구의 의미를 살펴본다.
가족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는 돌봄의 문제와 노년의 경제적인 준비, 은퇴 이후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도 다룬다.
나이가 들어도 안정적인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몸의 건강뿐 아니라 사람과 돈, 시간과 돌봄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4장 나이 들어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것들
마지막 4장에서는 건강한 노년을 위해 지금부터 실천해야 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건강하게 먹는 방법,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의 건강관리, 안전한 약 복용법, 마지막까지 걷기 위한 운동을 다룬다.
나이가 들어도 뇌는 다시 배울 수 있다는 학습과 뇌 가소성의 의미, 몸과 마음을 깨우는 자극이 노년의 삶에 왜 필요한지도 설명한다.
앞부분에서 노화와 노년의 삶을 이해했다면 마지막 장에서는 그것을 생활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알려준다.
목차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이 책이 단순한 노년 건강 안내서가 아니라 나이 듦을 이해하고 준비하며 실천하도록 이끄는 종합적인 안내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인에게는 질병만이 아니라 삶 전체를 보는 의료가 필요하다
노인 환자는 한 가지 질병만 앓기보다 여러 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거나 다양한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병에 걸렸더라도 평소의 신체 기능과 생활환경, 가족관계에 따라 치료의 목표와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노인의료에서는 병명과 검사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잘 걷고 있는지, 식사를 제대로 하는지, 기억력에는 문제가 없는지, 여러 약을 안전하게 복용하고 있는지, 일상생활을 스스로 이어갈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한다.
책에 소개된 환자들의 사례를 읽다 보면 노년의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질병이 있더라도 잘 관리하면서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특별한 병이 없어도 근력과 인지기능이 약해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있다.
나이가 같다고 해서 몸과 마음의 상태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숫자로 표시되는 나이보다 현재 어떤 기능을 유지하고 있고,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노화와 노쇠는 분명히 다르다
책에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내용은 노화와 노쇠가 분명히 다르다는 점이었다.
노화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변화이지만, 노쇠는 신체의 회복력과 기능이 약해져 작은 질병이나 충격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똑같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생활습관과 활동 정도, 질병 관리와 관계, 마음가짐에 따라 노년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나이가 들면 아프고 약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노화를 무조건 질병으로 여기거나 두려워하기보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터넷에는 노화를 한 번에 늦추거나 되돌릴 수 있다는 정보가 넘쳐난다. 하지만 이 책은 특별한 비법이나 건강식품보다 노화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관리를 꾸준히 이어가는 일이 먼저라는 것을 알려준다.
나이 든다는 것의 힘, 경험은 늙지 않는다
책에는 나이가 들어서도 활발하게 자신의 일을 이어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배우이자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나이가 들어서도 영화 작업을 이어갔고, 하이든은 60대 후반에 중요한 작품을 작곡했다. 괴테는 80세가 넘어서 『파우스트』를 완성했으며, 베르디와 피카소도 노년까지 창작 활동을 계속했다.
이들의 사례가 모든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도 젊을 때처럼 일해야 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나이가 든다고 해서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능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몸의 속도는 느려질 수 있지만 오랜 시간 쌓아온 판단력과 지혜, 자신만의 시선은 오히려 더 깊어질 수 있다.
노년을 쇠퇴의 시간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동안 축적한 경험을 새롭게 사용하는 시간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 현장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자신의 몸과 상황에 맞는 속도로 좋아하는 일과 배움을 계속한다면 노년에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몸뿐 아니라 마음과 관계를 함께 돌보는 노년
이 책은 노년의 건강을 몸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질병 관리와 약 복용, 식사와 운동뿐 아니라 배우자와 자녀의 관계, 곁에 남겨야 할 친구, 돌봄과 경제적인 준비, 은퇴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도 함께 다룬다.
건강한 노년은 몸만 건강하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을 돌보고 사람들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며 자신의 일상을 계속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책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거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읽으며 어머니와 나의 관계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이가 든 부모님을 걱정하다 보면 자녀가 부모의 생활과 선택을 대신 결정하려 할 때가 있다. 건강을 생각한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자녀가 생각하는 방식을 따르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님 역시 자신의 방식과 경험을 가지고 살아온 한 사람이다. 도움을 드리는 것과 삶을 대신 결정하는 것은 다르다.
부모님의 안전과 건강을 살피되 스스로 선택하고 생활할 수 있는 영역을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지금 해야 할 일
건강을 지키겠다고 무조건 많은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제대로 이해하고, 꼭 필요한 치료와 관리가 무엇인지 전문가와 상의해 선택하는 태도가 중요할 것이다.
노년의 건강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무엇을 먹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는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가 오랜 시간 쌓여 미래의 삶을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이미 노년을 살아가는 사람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아직 건강할 때 앞으로의 삶을 준비하고 싶은 사람에게 더욱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0대의 나와 70대 어머니를 떠올리며
내가 50대이고 어머니가 70대여서인지 이 책의 내용이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지금의 내 건강과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생각했고, 동시에 어머니의 몸과 생활도 떠올렸다.
부모님의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나이가 들면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나쳤던 부분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반대로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일까지 내가 대신하려 하거나 내 생각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도 생각했다.
부모님에게 무조건 건강을 챙기라고 말하기보다 현재의 몸 상태와 생활 방식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자녀의 기준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기보다 부모님이 자신의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태도도 중요하다.
나 역시 아직은 노년이 멀리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나이지만,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갑자기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어머니의 노년을 이해하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나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노년을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나이가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떻게 나이 들 것인지는 지금부터 준비할 수 있다.
질병이 전혀 없는 노년만이 행복한 노년은 아닐 것이다. 질병이 있더라도 잘 관리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며, 가능한 한 스스로의 일상을 지켜나갈 수 있다면 그것도 충분히 건강한 삶일 수 있다.
『어떻게 나이 들지 배웁니다』는 노년을 막연히 두려워하기보다 지금부터 현실적으로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노화에 관한 의학 지식뿐 아니라 마음과 관계, 돌봄과 생활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어 한 번 읽고 끝내기보다 가까이 두고 다시 펼쳐보고 싶다.
노후를 준비하기 시작한 40대와 50대, 현재 노년을 살아가는 사람, 나이 든 부모님의 건강과 생활을 이해하고 싶은 자녀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잘 늙는다는 것은 젊음을 붙잡는 일이 아니라 변화하는 자신을 이해하고, 마지막까지 소중한 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이제부터 두려움보다 준비하는 마음으로 나이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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