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실수 1
프랭크 탤리스 지음, 김시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폭풍이 몰아치던 밤 미모의 영매가 살해되어 시체로 발견된다. 그것도 밀실살인으로.....
라인하르트 경위는 사건해결을 위해, 종종 신세를 지던 정신과 의사 막스 리버만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당시 의혹과 질시, 호기심의 대상이었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의지해서 닥터 리버만은 사건을 추리 접근해나가는데......

마침 바로 얼마 전에 공교롭게도 <살인의 해석>이라는 소설을 읽었다.
이 작품과 공통점이라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의지해서 사건을 분석하는 정신과 의사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신세계 미국에 첫발을 내딛는 프로이트에 대한 표현도 흥미로웠지만 대서양 건너 유럽이라는 무대에서의 프로이트를 모티프로 한 또 다른 작품을 만나는 것이 우연치고는 꽤 흥미롭다.
결국 한 세기가 지난 지금 프로이트가 끼친 영향이며 그와 그의 학설에 대한 논의가 여러모로 다루어지고 있는 마당에 왜 하필 프로이트란 이름은 살인에 대한 추리소설에까지 등장하는 것일까?

어쩌면 과학이라고 칭하기에는 애매모호한 구석이 있으면서도 무의식이라는 상상의 세계로 이끄는 정신분석이 갖고 있는 인문적 매력이 탐정을 매개로 해서 사건과 만나 더욱 그럴듯한 인식의 세계로 초대하는 순간을 독자에게 맛보게 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이성과 합리주의가 꽃핀 근대의 유럽 한복판에서 살인을 당한 피해자는 마침 혼을 불러들이는 영매이다. 거기다 용의선상에 오른 강령회에 모인 사람들은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되어 있어 결국 인간이란 근대의 산물에서만 정의 내려질 수 없다는 현실을 알려주는 듯하다.

백 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올라가 유럽의 빈을 여행하는 즐거움도 솔솔하다. 그 때 그 곳에는 참 유명한 인물들이 회자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프로이트, 클림트, 말러 등등.
그리고 당대의 사회상이 잘 그려져 이해를 돕고 있어 그들의 생활상이 손에 잡힐 듯하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여성 투표권과 고등교육에 대한 개방성이 이제 막 기지개를 켜며 가치가 강조되어 발현되기 시작할 무렵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여성의 권리적 표현을 정신적인 문제로 매도하는 사회상이라든지, 실제 정신병에 있어서는 전기치료를 빙자한 비인간적 접근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참으로 가슴 아픈 상황이다.
그로부터 지금에 당도한 사실을 인식하면서 어떤 사회적 피해가 바닥에 깔려 높이 봉우리를 이루며 발전을 거듭해 왔다는 사실이 그나마 무거운 위안으로 다가온다.

소설은 몇 페이지 안 되는 단락들이 화면이 흐르듯 짧은 호흡으로 연결되어 읽기에도 편하고 스피드하게 책장을 넘기게 한다. 지루할 틈도 없이 재빠른 화면 전개가 다음으로 줄달음치도록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어느새 마지막에 당도한 후에야 사건 해결과 범인을 목도하게 된다.

문화사를 밑바탕으로 한 고급스런 추리 소설 한 편을 읽으며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다. 특별한 지적 유희가 아니어도 시원한 여행의 끝자락에서 아쉬움을 떨치지 못한 채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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