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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몸,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평소 류시화가 꾸준히 번역해오던지 책으로 엮었던 책들을 몇 권이라도 들쳐본 독자라면 그의 일관된 시선이나 스타일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이 책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역시 역자의 이름을 통해 읽기도 전부터 미리 내용을 더듬어 예상해보는 것이 섣부른 일이긴 하지만 어렵지는 않다.
아, 그러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의 맛을 예단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새삼 알게 된다.
저자 아잔 브라흐마는 스님이다.
정확히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이론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자 출신으로 태국에서 불교에 입문했고 현재는 호주에서 일반인들에게 법문을 보다 쉽고 편하게 전달하며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단다.
그런데 그 ‘쉽고 편하다’는 표현이 직접 접해보고 나면 고개가 저절로 끄덕이게 된다.
요즘 개인적으로 심사가 하도 복잡하고 어지러운 차에 이 책을 덥석 집어 들었는데 내용이 기대이상으로 나에게 힘을 전달해주었다.
뒤틀리는 심정을 어루만지며 잔잔히 속삭이듯 다가오는 충고의 소리는 다급한 나를 멈추게 하고 나를 내려놓게 하였다.
잠시 쉬어가야겠다는 마음이 여유를 낳고, 여유는 다시 나를 돌아보게 한다.
내 마음의 코끼리는 술까지 취했나보다.
제어가 안 되고 미친 듯이 마음을 헤젓고 다닌다.
점점 녀석의 위력에 깔려서 나는 주눅 들어 있는데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나중인지도 분간이 안가 막막하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마치 마취총을 쏘듯 나의 코끼리를 잠재울 수는 없다.
그러나 힌트를 얻고 잠시 평안한 휴식이 되었음은 사실이다.
어렵지 않게 일화나 우화를 통해 불교의 지혜를 전달하려는 아잔 브라흐마의 배려 덕이었다.
내용 중 힘이 되어 주었던 하나다.
집 앞에 한 트럭의 소똥을 누군가 버리고 갔다.
황당하고 기가 막힐 일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내가 치워야 한다.
몇 날 며칠 아니 몇 년, 얼마가 걸릴지도 모른다.
불행은 그렇게 다가온다.
참 억울한 일이지만 그렇게 정원을 치우고 나면 거름이 되어 그곳에 열매가 열리고 아름다운 꽃이 핀다.
향기는 정원을 채우고 비로소 나는 허리를 펴고 풍성한 그 속에서 미소를 짓는다.
역시 지혜란 얻기 힘들지만 실천하는 일은 더욱 벅차다.
살다보면 점점 어려운 일이 억울함이요, 내가 원인이 아닌데도 결과로 나쁜 일들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어떨 때는 동시다발로.
그 다음은 분노로 잠을 이룰 수 없다.
마침 책에서 지혜를 만났다.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는 지혜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