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명화들 - 뭉크에서 베르메르까지
에드워드 돌닉 지음, 최필원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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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함메르 동계 올림픽 개최로 나라전체가 한껏 흥분하고 들썩이던 노르웨이, 이런 고조된 분위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1994년 2월 어느 날 새벽, 오슬로 국립 미술관에 전지 중인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가 두 명의 도둑들에 의해 간단히 도난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당황한 노르웨이 경찰 당국이 서둘러 수사에 착수할 즈음, 이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런던 경찰청 예술 범죄반 담당 비밀경찰 찰리 힐 역시 사건 해결을 위해 영국 상부 설득에 필요한 이렇다 할 수사 참여의 이유에 걸맞은 핑계를 찾느라 궁리에 빠져 있었다.

과연 세상에 이렇게 널리 알려진 명화를 비롯한 미술품에 거침없이 손을 대고 서슴없이 훔치는 도둑들의 정체는 무엇이며, 또 얼마나 미술관들이 의외로 무방비상태에 노출되어 있고, 잃어버린 명화를 되찾고자 기울이는 노력들은 어떤 과정과 모습으로 펼쳐지고 접근하는지 이야기는 자세하고 흥미롭게 이어간다.

 

그러니까 <사라진 명화들>은 제목 그대로 사라진 명화를 둘러싼 범인과 그들을 쫓는 경찰들의 활약을 허구나 상상으로 빚은 결과물이 아니라 실제 일어난 사건과 실존인물들을 중심으로 사실성 있게 르뽀 형식에 가까운 담담한 어조와 시선으로 뒤쫓고 있다.

 

물론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뭉크와 <절규>가 있고, 애타게 뒤쫓는 찰리 힐을 비롯한 위험에 노출된 형사들의 어려움이 곳곳에 긴장을 고조시키며 포진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단지 뭉크의 <절규>, 그리고 오슬로 국립 미술관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세계 곳곳의 미술관들이 그것도 유명해서 설마 했던 바로 그런 곳들이 또 그렇게 유명해서 표적이 되는 작품들이, 얼마나 쉽게 도난당할 수 있는지 그래서 버젓이 황당하리만치 가볍게 얼마나 도난당해 왔는지, 그렇지만 치열하게 찾아내려 해도 결국에는 돌아오지 못하고 어둠 속에 가려진 범죄의 포로가 된 아까운 명화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 모든 얘기들은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그래서 사라진 명화들이 제자리에 돌아와 자리하고 심혈을 기울였던 사람들의 노고가 더욱 빛을 발하는 순간까지 진지하고 심각하게 몰입하며 책을 읽었다.

고가의 좋은 액자에 둘러싸여 거만한 표정으로 자신의 가치를 뽐내며 도도하게 내려다보는 나이 많은 허영과 휘광으로 치장한 줄로만 알았던 명화들.

그런 작품들에게 이런 수난을 겪으며 주름처럼 늘어난 상처가 깊숙이 숨은 얘기로 남아 있는지 몰랐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좀 더 색다른 시각으로 상처가 새겨진 영광의 작품들을 애정 있게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침 절규라는 작품을 통해 에드바르트 뭉크라는 인물과 그의 삶에 대해서도 잠시나마 만날 수 있어 더없이 좋았다.

 

명화가 고가이기에 우리에게 소중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화가의 삶과 시선이 녹아있고 자신의 얘기를 투철하고 치열하게 구현하려한 작가들의 몸부림의 결정체이기에 우리는 감탄하고 느끼며 배우는 것이리라.

그들의 천재적 에너지가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잠시 전이되기를 은근히 꿈꾸기도 하면서 말이다. 잃어버렸던 경험 때문에 더욱 소중함을 확인했다고 해야 할까?

누군가 악의를 갖고 개인의 탐욕을 채우려 무감각하게 도둑질을 하지만 의외로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상처로 각인된 아픔으로 남을 수 있음을 역시나 깨닫게 되었다.

이런 일렬의 과정에 나를 이끌어준 <사라진 명화들>은 그래서 마치 007제임스 본드의 영웅적 활약의 재미와 흥밋거리로만 대치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소곤거리며 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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