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개장의 용도
함윤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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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서평에 앞서 한 가지 밝혀야 하는 사실은 내가 이 소설집을 완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총 4편의 단편을 읽었고, 분량으로 환산한다면 약 반 권 정도는 읽은 셈인데, 아무튼 완독하지 못한 채 서평을 쓰려니 출판사에 죄송한 마음이 든다. 나의 건강 문제로… 일이 무너진 점이 안타깝다.

소설의 표제작은 가장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일단 표지가 주는 범상치 않은 에너지가 좋았다. (문지에서 출간되는 소설집 중에서는) 다소 화려한 감은 있지만, 물성으로나 내용으로나 보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기도 했다. (참고로 나는 문지가 발간하는 소설선을 좋아한다.) 게다가 첫 작품집이 나오기 전에 문지문학상에 이효석문학상 우수상, 젊은작가상 그리고 문학동네소설상까지 수상한 함윤이 소설가의 작품이라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년 ‘소설보다’에서 예소연 작가의 소설과 함께 읽은 적 잇는 작가였고 제목부터 참 좋았는데 이렇게 소설집으로 만날 수 있어 기뻤다.

젊음작가상 수상작인 <자개장의 용도>는 나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소설이었다. 이 소설이 표제작인 동시에 소설집의 머리를 장식한 연유를 상상해봤는데, 함윤이 소설가의 소설적 발화법이나 상상력 등이 조금 친근한 방식으로 대중과 섞일 수 있는 여지가 가장 큰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싶었다. 결론적으로, 꽤 좋았다. ‘자개장’을 소재로 한 점부터 재밌었는데, 이것을 매개로 상실을 풀이한 점이 텍스트적으로나 서사 전개 방식으로나 환상적이었다.

함윤이 소설가의 이 소설집을 전체 읽어보진 못했으나, 내가 느낀 각 단편들의 공통점은 이렇다. 아주 기초적인 측면에서 과정이 어떻든 소설 속 화자는 종내에는 무언갈 획득하고 만다는 것이다. 그것이 감정이든, 감정으로 환원된 구체적 사물이든지 상관없이 말이다. 이 지점은 성장하는 이야기와 닮아있지만, ‘소설이 초점화자를 성장시킬 의무가 있는 문학인가’라고 묻는다면 모호해지긴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마무리가 좋았던 이유는 ‘남겨짐’이 주는 소설 고유의 재미 때문인 것 같다. 자개장에 남겨진 편지, 무대복을 입고 달려가는 여자들 등 장면(이미지)이 선사하는 일종의 확언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외려 서사 과정에 모호함이 가득하고, 미래를 딱히 긍정하지는 않지만, 결말에 들어서 독자에게 ‘남겨진 이미지’를 잊을 수 없어 소설이 애틋해지는 느낌이다.

전형적인 소설성을 탈피하는 특징도 흥미로웠다. ‘실험적’이라고 말하기에는 지나친 해석 같고, 소설이라 정의된 관념을 무의식적으로 뜯어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어떠한 성질을 거부하는 느낌? 소설 속 화자들을 보면 전반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우리가 평소에 짐작하던 소설과는 조금 다르다. 캐릭터성이 주가 되어, 어찌 보면 사람냄새는 덜 나는데, 다만 공간이나 물질이나 비-인간적(소설에서 주체를 제외한 잉여) 구성에서 나는 쾌와 불쾌 사이의 냄새가 있어서 나는 그게 좋았다. 서사보다는 이미지가 중시되어 있고, 함부로 친절해지지 않으려는 작가의 (아마도 무의식적) 핸들링(*운전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다.)이 흥미진진했다.

여담이지만, 내가 읽은 4편의 소설에는 모두 ‘강’이 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직 해설을 안 읽어서 어떤진 모르겠는데, 이 점도 신기했다. 강의 주변, 강 그 자체, 강의 건너편, 강의 풍경 등 자연물의 세부적 활용도 눈에 띄는 포인트였다.

비몽사몽으로 쓰는 서평이다… 미시적인 감상보다 거시적인 인상에 가까웠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공부하는 느낌(?)으로 쓴 글이기도 하다.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될 글이지만, 약속은 약속이니까! (심지어 늦었다)

위픽 시리즈로 출간된 <소도둑 성장기> 역시 SNS상에서 뜨거운 소설로 유명하다. 아직 읽어보진 못했는데, 이 소설집을 만남으로써 함윤이 소설가의 기발표작이 더 궁금해졌고, 앞으로의 작품 활동이 더욱 기대되었다. 소설에서 도망치려는 이런 종류의 독보성이 앞으로 우리 문단에 멈추지 않고 등장하기를. 성공하기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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