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국으로 날아가는 비행접시
곽재식 지음 / 구픽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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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라 이번 서평 도서에 관한 기대가 사뭇 컸다. 게다가 짧은 소설집이라니! 시중에는 짧은 소설이 주류를 이루는 것 같진 않다. 그러나 짧은 소설에 한 번 맛을 들이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곽재식 작가다. 구어체의 말맛을 소설에 퐁듀처럼 쏙 빠뜨렸다가 건져낸 듯한 재미가 압권일 테니.

짧은 소설이라고 하면 흔히 오해를 사기 쉬운데 이는 그것이 가진 물리적인 특색 때문일 것이다. 도톰하지 않단 건 요즘 시대에 환영받기 좋은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개별 작품으로서 온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지 의심하는 독자가 있어서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짧은 분량만큼 굵직하고 확실한 인상을 독자에게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짧은 소설을 잘 써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숙련된 작가들이라고 할지라도 짧은 소설에 특화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선뜻 도전하기 힘든 장르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것을 전문으로 하려면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샘솟는 절대적인 창의력이 필요하단 점에서 특히나 유별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곽재식 작가는 좀 재미있는 소설가이다. 이번에 그의 소설을 읽은 게 처음이라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게 사실이지만! 아이디어가 불꽃처럼 팡팡 터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건 독자로서 신비스러운 체험이었다. 말로 온전히 풀어내긴 힘들어도 그의 소설에는 무언가 재잘대는 수다스러움이 있었고 나는 이상할 정도로 그런 점에 마음이 끌렸다. 계속해서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듯 보이고실제로 작가가 얼마나 머리를 쥐어뜯으며 이야기를 만들어냈을지는 모를 일이지만넘칠 대로 넘쳐버린 이야기들이 구어의 벽을 넘어 문어(文語)의 옷에 소낙비를 뿌려대는 느낌이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말하는 그대로가 소설에 쏟아진 듯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으려면 작가로서 상당한 애가 쓰였을지도 모르겠다. 나 같은 경우 제대로 된 이야기를 만들어낸 경험은 없지만 적어도 이런 이야기순간만큼은 대단하다고 여겨지는가 떠오르면 귀찮아서 내버려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항상 마음속에서 못내 부채감을 느끼며 누구도 시키지 않은 글쓰기의 욕망을 없애려고 애를 쓴다. 그냥 써버리면 해결될 문제이긴 하지만…… 대체로 그런 이야기들을 풀어내지 않고 품고만 있는 건 소설을 써본 적 있는 사람에게는 불편한 일이다. 쓰고 싶어서 쓴다기보다는 입이 너무너무 간질거려서 키보드에 십자 자국을 내는 정도이다.

아무튼 곽재식 작가의 글은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의 평소 사고방식을 부러워하게 되기도 한다. (웃음) 나는 절대 십자가 모양으로 인해서 피폐해지는 외국인 드라큘라를 상상해낼 수 없다. <소가 된 게으름뱅이>를 파헤친 제2<데스노트>를 쓰는 건 더욱 못한다.

수록된 짧은 소설 중에서는 유독 인간의 아이러니를 그린 작품이 많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다. 비록 전래동화처럼 직접 발화나 서간체로 배경을 지나치게 상술한다는 점은 짧은 소설로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으나 대체로 만족할 만한 가볍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었다. 특히 불행한 멸망 판타지(?)에서 행복을 간구하는 이야기의 태도에 주목했는데 이러한 말하기 방식에서 느껴지는 아이러니의 맛이 독자에게 아주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 자세히 뜯어보면 잔인하고 어려운 이야기입니다만? 킥킥대고 읽다 보면 그래, 그렇지하며 허허 웃게 되는 이야기들이다참고로 나에게는 마지막에 수록된 <이상한 여우 가면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감사합니다.






해당 리뷰는 구픽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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