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드림 창비청소년문학 130
강은지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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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창비 X 카카오 페이지 영어덜트 대상 수상작으로 강은지 작가의 『루시드 드림』(2024)이 선정되었고, 며칠 전 창비 청소년 문학 130권으로 출간되었다. 가제본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오랜만에 청소년 장편소설을 꺼내든 나는 접근성 좋은 문체와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을 마음에 들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내가 어렸을 때 읽었던 창비 청소년 문학 시리즈는 어땠는가. 생각해 보면 그때도 다르지 않았다. 동화에서 청소년 소설로 발돋움하는 길목에서 나는 소설 속 또래 친구들 이야기에 위로를 받음과 동시에 나와 다른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다. 이야기책에 등장하는 마냥 어린 친구들이 아니라 정말로 나와 닮았고, 나와는 달리 이런저런 심각한 고민에 빠진 또래 친구들과 만났기 때문이다.


강은지 작가의 『루시드 드림』에서 마주한 초점 화자 ‘강희’와 친구들도 그런 친구들이었다. 몸은 자라 어른이 되었지만 나는 청소년 소설을 펼칠 때마다 이제는 떠올리지도 못할 어린 시절의 감각을 자발적으로 환기하곤 한다. 아마 의미 모를 향수이거나 휴식이리라.

인터넷에서 읽은 문장이 떠오른다. 요즘 어른과 옛날 어른은 참말로 다르다. 정말이라고 느낀다. 젊지도 어리지도 않은 현재의 나는 내가 어린 시절 떠올렸던 ‘발전된 나’도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심각하게 ‘망가진 나’도 아니다. 평범하게 되었다. 그래서 가끔 성년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스스로 시민으로서 기능하고 싶은 마음이 몸 어딘가에서 길항한다. 비단 나의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와 얼마나 닮았는지 모를 수많은 어른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소설은 성년과 미성년의 경계를 아찔하게 넘나드는 청소년 화자의 내적 성장에 주목했다. 이들 미성년의 성장은 아포칼립스 세계 속에서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어른이 대개 잠든 세계에서, 그러니까 멸망하는 세계, 아이들만이 눈을 뜬 채 살아가는 그곳에서.

그런 곳에서 성년이 되기 직전인 친구들이 중심이 된다. 인상적인 점은 그들이 자신보다 어리고 약한 존재를 배제하지 않고 ‘공존’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작고의 고민과 역경이 생존 중의 그들의 발밑에 붙어 선뜻 전진하지 못하게 하긴 한다. 하지만 소년들은 공동체를 이루어 기다림을 긍정한다. 때때로 부정하며 ‘기다림’이라는 현상을 학습한다. 놀라운 방식이다. 성인용 데스 게임이나 아포칼립스 물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정서적·도덕적으로 고양된 수준의 침착한 방식이다.

이렇게까지만 말하면 이 소설이 불신 없는 긍정만을 다루었다고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소년들이 실로 다양한 존재 및 정황과 맞닥뜨리며 이어가는 고민들은 성년인 나도 차마 답을 쉽게 내릴 수 없는 질문들이 많았다.

다만 글의 편집적 진행 구조가 아포칼립스라는 큰 세계관을 삼켜내기에는 다소 평면적이었다고 느꼈다. 집중적으로 논의되는 미성년 인물들이 각각 어떤 특색을 가진 인물인지 확증적으로 파악하기 힘들었고, 초점 화자인 ‘강희’보다는 ‘윤서’에 천착하는 서사 전략이 독자의 시선을 분산했기에 이야기 전체가 깨끗이 손봐졌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모두 읽고 나서는 ‘윤서’가 초점 화자인 시점으로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떻게 됐든 작가가 ‘강희’를 초점 화자로 설정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진행되지 않거나 행동과 사유 어느 쪽에도 발을 담그지 않고 있는 인물들의 태도도 조금은 아쉬웠고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성격적 특색을 비롯하여 초점 화자의 결정적 메인 플롯이 어떤 감각을 만들어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는 점도 아쉬웠다. 생각 이상으로 관찰자 수준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작은 이야기들보다 중심 서사를 켜켜이 편집하여-특히 명시적인 구조로써-보여주었다면 어떤 이야기가 완성되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작가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된다.

감사합니다.


*해당 게시물은 '창비'에서 도서를 제공받아(가제본 서평단) 주관적으로 쓰인 서평입니다.

사실, 모두가 깨어나길 바라는 건 아니다.많은 자식들이 수면자가 된 부모를 돌보고 있지만 그러지 않는 자식들도 있다. 자식들은 부모를 버렸고, 버림받은 부모는 죽었다.그러나 누가 먼저 버린 건지는 명확하지 않다.
- P13

어른들은 잠들었고 깨어 있는 어른들은 우릴 보호하지 않는다.우린 언제까지 이 위험을 견뎌야 할까? 우리가 얼른 어른이 되어 스스로를 지키는 수밖에 없는 걸까? 우리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도대체 어른은 뭘까?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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