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되어 줄게 문학동네 청소년 72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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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소설가의 신작 청소년 소설

『네가 되어 줄게』(2024)가 출간되었습니다!

오늘은 문학동네에서 새롭게 출간된

조남주 장편소설을 읽은 후기를 짧게 써 보겠습니다.

소설을 읽기 전 표지 뒷면에 적힌

캐치프레이즈가 눈에 띄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오해가 최절정이던 순간

우리는 서로의 삶에 다녀왔다."

(p.192)


한 문장으로 소설의 줄거리를 관통하는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소설은

딸 강윤슬(14)과 엄마 최수일(45)의

'영혼 체인지'를 주된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막장'스러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교통사고로 정신을 잃은 엄마의 정신이

딸 '윤슬'의 몸으로 들어갔고

'윤슬'의 영혼은

1993년, 그러니까

엄마 '수일'의 사춘기 시절로 날아가

청소년이었던 엄마의 몸으로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둘의 갈등과 오해가 최고조였던 순간

엄마와 딸은 서로의 몸과 마음

그리고 시간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게 되는 이야기죠.

단순해 보이지만

각자의 시간에 어렸던 이모, 젊었던 할머니,

왈가닥 사고뭉치이면서도

어른들의 울타리 안에서

방황하는 여러 아이들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딸과 엄마가 살아온 시간대에

그러니까 '과거'와 '현재'에 공존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이죠.

저는 이 소설이

『82년생 김지영』(2016)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조남주 작가의 시선이 빛나는 작품이라 생각했습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사회 문제를 직시하고

관계의 저편으로 걸어가

관계의 내면을 파고드는 묘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는 윤슬이에게 사랑을 주려 애쓰고, 동시에 엄마의 사랑을 받는 윤슬이를 질투하고, 그러면서도 내 노력을 멈추지 못했다. 사랑받는 일이 당연한 윤슬이가 부럽고 궁금했다. 그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내 이상한 마음이 이 이상한 상황을 초래한 것 같다."

(p.66)



그리고

1993년의 학교 풍경과

2023년의 학교 풍경이

대비되어 비춰지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졸업한 지 오래돼서 저에게는 낯설지만

2023년, 즉 '윤슬'이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학교 풍경은 디지털과 키치와 귀여움이 넘치면서도

동시에 무언가 쫓기고 회피하고 포기하는

종류의 암면이 있었다는 것.

1993년의 학교 풍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현대의 학생 인권 의식에 밝은 '윤슬'이

과거의 폭력을 마주하며

(엄마의) 친구들과 함께

나름대로 따위의 상황을

인지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특히

자신의 키보다 높게 부착된 '(성적) 벽보'에

내로라하는 말썽쟁이 '지수'가 큰 양동이에 담은 물을 뿌려

일말의 고민 없이 벽보를 적시고

뜯어내는 장면이 재미있었는데요.

이 과정에 동요하는 교내 친구들과

아예 소화전을 열어

소화기를 작동시키는 '(엄마의 모습을 한) 윤슬'의 선택까지

하나하나 빼먹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풀 죽어 돌아서려는데 나의 반성문 메이트, 지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수는 가자! 씩씩하게 외치더니 계단이 아니라 화장실로 달려갔다. 응? 지수가 양동이를 들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양동이에서는 물이 출렁출렁 넘쳤고, 지수는 넘어질 듯 휘청거리며 계단 쪽으로 뒤뚱뒤뚱 다가왔다. (중략) 그러고는 양동이를 불끈 들어 올려 벽보를 향해 던지듯 물을 뿌렸다. 쫙! 거인이 자기보다 큰 거인에게 따귀를 맞는다면 이런 소리가 날까. 벽보는 물벼락을 정통으로 맞았고, 사방으로 물이 튀고 흘러 주변이 엉망이 됐다."

(p.118)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두 명의 청소년이 함께 공명하는 듯한 묘사까지.

술술 읽히는 청소년 소설이었지만

재미와 감동까지 놓칠 수 없는 소설이었습니다.


"세상에 나를 소중하게 여겨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벽에 걸린 달력이나 화분 같다고 생각했다. 없으면 조금 불편하고 허전하겠지만 있으면 있는 줄도 모르는 그런 존재. 언젠가 나를 진짜 아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생길까 궁금했다. 내가 먼저인 사람, 아니 전부인 사람, 나로 인해 존재하고 내가 있어야 살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내 간절한 바람이 2023년의 윤슬이를 1993년으로 불러왔던 걸까. 그럼 내가 기다리던 그 사람이 윤슬이인가."

(p.186)



문학동네

조남주 『네가 되어 줄게』(2024)

서평단 리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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