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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 (리커버) - 특유의 장인정신으로 격조 높은 미의식을 보여주는 ‘미나 페르호넨’ 이야기
미나가와 아키라 지음, 김지영 옮김 / 퍼블리온 / 2024년 9월
평점 :
‘미나 페르호넨’ 창업자 미나가와 아키라의 삶의 가치
『 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 』
감성적 디자인의 패브릭과 의류, 가방, 소품과 인테리어로 유명해진 < 미나 페르호넨 >
< 미나 페르호넨 >이 창립되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 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 』 는 < 미나 페르호넨 >의 창업주이자 디자이너인 미나가와 아키라의 삶과 가치를 담은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개인의 일대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 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 』를 읽으며 개인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소질과 재능을 타고난 것이 아님에도 노력과 끈기로 성공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창업주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우리는 늘 타고난 재능은 따라갈 수 없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미나가와 아키라의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이 달라졌다. 미나가와 아키라는 최소한 10년은 지나야 노력의 빛이 발한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육상 선수를 목표로 무수한 노력을 했으나 부상으로 체육대학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미나가와 아키라는 좌절하지 않았고 입학을 포기한 채 프랑스 국립미술고등학교에 가기 위해 파리 여행을 떠났다. 필자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저자는 홀연히 프랑스로 떠난 용기가 부러웠다. 프랑스에서 우연히 '준코 코시노'의 파리 컬렉션의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패션을 공부하고 양재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양재를 잘하지도 못하고 과제 수행도 잘하지 못했지만 저자는 좌절하거나 열등감을 가지고 포기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큰 기쁨을 느끼며 스스로를 응원했다. 본받고 싶은 삶의 태도였다. '나는 왜 이것밖에 못하지?'가 아닌 '느려도 괜찮아! 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질 거야!'라는 신뢰와 믿음에 부응하는 자신의 굳은 의지와 실행력이 뛰어났다.
저자는 패션업을 시작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절대 그만두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장기적인 시점에서 오랫동안 하나의 일을 집중하면 언젠가는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한 기록들이 저자에게 버티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었던 것처럼.
어떤 일을 하든 중도에 포기하는 것은 스스로를 포기하는 것과 같고, 보잘것없는 존재가 되는 것 같아 슬픈 일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주변에는 저자를 응원하고 묵묵히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다. 우연한 인연에서 시작된 사람들이지만 저자의 오랜 동료로 함께 미나를 지켜주는 원동력이 된다. 사람들을 머무르게 하는 힘을 가진 저자의 철학과 원칙을 담고 있어서 『 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 』을 읽는 동안 필자의 운영 방침과 삶을 살아가는 자세, 좌절과 포기라는 측면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 실패를 두려워하는 않을 용기를 얻게 된다.
삶을 버티게 하는 힘!
미나가와 아키라는 몇십 년을 꾸준히 노력하면 어떻게든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패션업을 진로로 결정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절대 그만두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시작한 일을 도중에 그만둔다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보잘것없게 만든 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앞만 보며 달렸다. 하지만 세상을 처음 시작하는 일을 성공시켜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도저히 먹고살 수 없어서 어시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연명했던 시간에도 저자를 버티게 한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만두지 않겠다는 결의와 다짐이었다고 한다. 스스로의 중심이 흔들리면 무너져 내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심한 것을 제 손으로 그만두면 실패와 좌절을 반복하는 패배자가 된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패배자가 되지 않기 위해 저자는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 응원을 하며 묵묵히 버텨갔다.
저자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적절한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기회가 무르익지 않으면 한낱 꿈으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음먹은 일이라도 '하겠다'라는 마지막 결의가 굳어지지 않는 한 무리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꾸준하게 앞을 향해 전진하면 된다.
저자는 오랜 실패와 기다림의 시간 동안 다양한 일을 병행했다. 평생을 두고 할 일이기에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저자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다 해보기로 마음먹고 실천에 옮겼다. 어시장에서 일을 할 때도 공장에서 일을 할 때도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보고 들으며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켰다. 발로 뛰고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면서 현장을 경험하는 것에 의미가 있었고, 직접 손을 움직이는 것에 대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야에서 일을 하며 얻은 경험은 완전히 다른 분야라 할지라도 그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일을 하면서 얻은 능력의 응용 범위가 저절로 좁아지는 일은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성실하게 공들여 해내서 자신의 경험과 실력으로 만드는 것. 지금 제대로 일하면 다음에 하는 일에도 큰 도움이 된다.
백년지대계를 바라보는 나의 일. 지속해야 하는가를 두고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저자의 말에 꾸준하게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실패는 씨앗과도 같다.
일하는 것은 본래 창조적인 것이다. 참치 손질, 옷의 수선, 원단의 재단이나 가봉, 직접 만든 옷을 자동차에 실어 영업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한 벌도 팔지 못하고 돌아오는 때조차도 창조적인 일이다. 창조의 씨앗은 실패하는 것, 잘 못하는 것,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도 소중한 싹을 틔울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사는 것, 일하는 것 등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현실에서 그저 계속해서 손을 놀리는 것이다. 서투르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지속해나갈 수 있다. 잘 못하는 일일수록 쉽게 그만 둘 수 없다. 오랜 시간을 두고 연습하고 나아가면 된다. 오랜 시간을 두고 해야 할 일이기에 쉽게 그만 둘 수 없다면 한 번씩 쉬어가며 계속하면 된다.
깊은 바닷속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방법은 오직 그 일에만 집중할 때 가능하다. 경쟁 상대가 많은 바닥에 들어가 곁눈질로 상대의 움직임을 좇으며 헤엄치다 보면 나의 자세가 흐트러질 수도 있고, 누군가의 자세를 닮아갈지도 모른다. 타인을 따라가기보다 시간을 갖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나만의 수영법을 발견해 익히는 것이 좋다. 오랫동안 헤엄치려는 나에게 딱 맞는 자세가 있을 것이다. 그 자세를 익힌 뒤 열심히 갈고닦으면 된다.
좋은 기억을 전하는 가치
손으로 쓸면 느껴지는 자수의 울퉁불퉁하고 딱딱한 표면, 미나 페르호넨의 가방에 소중한 것을 넣고 거닐던 거리의 풍경과 그때의 기분, 창밖 너머로 보이던 하늘색 등 미나의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좋은 기억’을 만들어 주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다음 세대에도 전하고 싶은 가치 '좋은 마음'이 100년을 넘어 전해질 수 있는 가치가 되도록.
저자는 큰 줄기에서 갈라져 나와 수익을 낼 수 있는 신규 사업을 늘려 머지않아 상사처럼 된다든가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여러 사업에 손을 댄다든가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양복과 똑같은 패브릭으로 만든 쿠션과 의자, 혹은 좋은 기억을 만들기 위한 오리지널 가구를 만드는 등 특별한 일상 속에서 패션과 인테리어가 한데 어우러져 가치를 창출 하기를 바랐다. 원단 한 조각도 폐기하지 않고 소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미나의 운영 방침처럼 재료도 노력도 낭비하지 않고 고스란히 전하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담겨있다.
어떤 '좋은 기억'을 만들고 싶은지 그것만 신중하게 생각하면 된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이든 좋은 기억이 된다는 것만 잊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해야 할 일이 보인다. 그것이 기쁨일 때는 사물에서 빛이 사라지는 일은 없다.
마지막 문장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만들고자 하는 좋은 기억에 집중하면 빛이 사라지지 않는다. 나의 좋은 기억에 집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