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의 신 데즈카 오사무 청소년평전 30
김나정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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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아이들과 원만한 대화를 하기 위해선 관심있는 분야로 얘깃거리를 찾는 게 좋다. 지난주 우리 초5가 하교 자율활동시간에 만화를 봤다며 즐거워 하길래 만화 좋아하는 엄마도 동참했다. 그러면서 얘기가 나온 '우주소년 아톰' 엄마가 아주 어릴때 봤다고 얘길 했더니 그럼 '아톰'이 엄마보다 나이가 많냐고 물었다. 많아도 훨씬 많지. 그렇게 대화의 물고가 트이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자음과모음 청소년 평전 시리즈에서 '만화의 신'이라는 눈길을 끌었다. 맞다! '만화의 신'이 바로 바로 '우주소년 아톰'을 탄생시킨 데즈카 오사무였다.


일본만화의 신, 일본만화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일본 에니메이션의 대부, 데즈카 오사무는 유년시절이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 곱슬머리에 안경을 쓰고 외소한 체격이라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던 소년. 요즘 아이들도 잘 아는 왕따가 바로 데즈카 오사무였다. 이유없이 괴롭힘을 당하던 소년은 눈물이 나도 꾹 참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인내하며 버텼던 소년을 위로 해 주었던 것도 좋아하는 만화요, 시련을 벗어나게 해준 것도 만화였다. 소년의 그림 솜씨는 괴롭히던 아이들은 물론 선생님까지 깜짝 놀라게 할만큼 뛰어났던 것이다.


데즈카 오사무가 만화를 좋아했던 배경엔 가족 모두가 만화를 좋아했던 영향이 컸다. 만화라면 질색하는 보통의 어른들과 달리 부모님과 함께 만화를 보며 자랐으니 어쩌면 그가 만화를 좋아하는 건 당연했으리라. 잠자리용 독서로 만화를 읽어주시는 엄마라... 우리 중딩이 왈 우리 엄마도 만화를 좋아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면서 살짝 부러워했다. 내가 봐도 데즈카 오사무의 엄마가 진짜 대단해 보였다. 만화 뿐만 연극 같은 예술을 접할 기회도 엄마의 공이 컸다. 텔레비전도 비디오도 없던 시절 아버지는 영화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영사기를 사서 가족 영화제를 열어주었다. 그때 데즈카는 처음 미키마우스를 보며 디즈니 만화 영화 살아 움직이는 그림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부모님 덕에 좋아하는 만화를 마음껏 즐기며 한적한 시골에서 온갖 곤충들과 밤하늘의 별을 벗삼아 호기심 많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데즈카 오사무도 전쟁의 소용돌이를 피할 수 없었다. 전쟁 때문에 군인을 양성하는 사관학교에 끌려갔지만 병에 걸려 쫓겨났다. 다음엔 격납고 지붕이나 벽에 석판을 만드는 공장에 끌려가 혹독한 시간을 보내야먄 했다. 그런 그를 버티게 해준 것도 바로 만화였다. 공장에서 나와 집에 숨어서 읽어내려간 다양한 종류의 책들은 그의 만화에 중요한 밑걸음이 되어 주었다. 데즈카 오사무에게 방공호는 만화 요새였던 것이다. 이때 그린 만화만 3000장이 넘었는데 자신의 만화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픈 마음이 바깥으로 나갈 용기를 주었다.

전쟁을 겪으면 깨달았던 생명의 소중함에 데즈카는 의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의대에 다니면서도 만화를 계속 그렸는데 그는 늘 잠이 부족했고 몸이 피곤했다. 만화를 그리면서 환자를 돌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환자를 대하면서 사람의 생명에 대해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데즈카는 의대를 다닐 때 만화가로 정식 데뷔했다. 하지만 졸업하고 병원에 근무하면서 만화를 그릴 수는 없었다. 낮에는 의사, 밤에는 만화가로 살았지만 선배 의사에게 의사를 그만두고 만화가가 되라는 말을 들었다. 그 선배 의사는 데즈카의 뛰어나 만화 실력을 알고 해주는 충고였다. 좋아하는 것을 다 할 수 없다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선택한 것. 고민하던 데즈카는 어미니의 한마디에 깨닫고 결국 만화가의 길을 선택했다.


17세 데즈카 오사무는 노력 끝에 네 컷 만화 <마짱의 일기장>으로 어린이 신문에 실리며 정식 만화가가 되었다. 만화가로 데뷔한 데즈카는 기존의 만화 형식에 섯어나 다양한 방법으로 만화에 활력을 넣고 싶었다. 영화 장면처럼 만화 장면을 구상해 종이 속의 화면이 활기차게 움직이게 하면서 데즈카의 <신보물섬>은 발행되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오사카에서 인기로 자신감을 얻었지만 존경하던 만화가에게서 자신의 어린이 만화엔 어린이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큰 깨달음은 도쿄로 진출하는 계기가 됐지만 그 길은 결코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도쿄의 여러 출판사에게 고배를 마시고 좌절한 데즈카를 다시 일으킨 건 오사카 독자들이었다. 그의 만화를 실어달라는 독자들의 엽서가 한 잡지사에서 그를 찾았던 것이다. 우리가 '우주소년 아톰 <무쇠팔 아톰> 다음으로 잘 알고 있는 '밀림의 왕자 레오' <정글대제> 는 그렇게 도쿄에서 빛을 보게 되었다. 아프리카 대륙을 무대로 한 사자 이야기 '정글대제'는 장편 만화로 데즈카를 도쿄의 인기 작가로 만들어 주었다.

요즘 어른들도 만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지만 그 당시 일본에선 만화 추방 운동이 있었다. 만화는 공부에 방해만 될 뿐이며 아이들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준다는 이유였다. 만화는 정말 다 나쁘기만 한가? 과연 좋은 만화는 무엇인가? 라는 생각은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다. 데즈카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가 좋은 만화라고 여겼다. 아이들의 상상력과 꿈을 붇돋아주는 만화를 추구하는 데즈카의 주장은 어른들의 생각을 돌아서게 했다.


히트를 치는 작품 속에 데즈카는 안주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노력하는 만화가였다. 자기 만화의 세계를 넓히기 위해 마감에 쫓겨가면서도 책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 성공했다고 자기 세계만 고집하지 않고 젊은 만화가들의 작품을 읽고 소통하며 마음이 늙지 않게 노력했다. 데즈카 오사무는 점점 나이가 들었지만, 그의 만화만큼은 늙지 않았다는 대목이 우리 중딩에게도 강한 인상으로 와닿았다고 한다.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평생 노력을 게을리 않았던 인물 데즈카 오사무청소년 평전 시리즈를 읽으면서 우리 중딩이가 다른 건 몰라도 꼭 본받았으면 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픈 일에 열정을 갖고 노력한다면 어떤 분야든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청소년 평전 속 인물들의 일대기를 읽으며 깊이 느꼈다. 노력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아무리 마감시간이 촉박해도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작품은 절대 대중에게 보이지 않았던 데즈카 오사무는 암으로 병상에 누워서도 손에서 펜을 놓치 않았다.


우리에겐 '우주소년 아톰'으로 잘 알려진 <무쇠팔 아톰>은 일본을 넘어 미키마우스 월트 디즈니의 본고장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데즈카는 지난날 자신이 했던 다짐처럼 피부색과 국적에 관계없이 아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만화를 만든 셈이다. 또한 데즈카는 돈보다 작품을 중시해 원작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계약 조건을 내세워 작품을 지켰다.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결코 돈과 타협하지 않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막대한 제작비가 드는 작업이라 한계에 부딪쳤지만 그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했다.

만화는 우리가 쉽게 읽고 접하지만 한 편의 만화가 완성되기까지 그 긴 시간의 작업은 결코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데즈카 오사무의 일대기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만화의 신'조차 늘 연구하고 노력했기에 그 이후 수많은 만화가들이 그 뒤를 이어 지금 우리는 더 재미나고 더 다양한 만화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재미없는 만화는 만화가 아니다. 희망을 가져다주는 것. 그리고 그것이 웃음이 되는 것. 이것이 만화가의 길이다.' 죽기 직전까지 종이를 붙들고 있었다는 데즈카 오사무는 자신이 가장 원했던 만화가라는 직업으로 생을 마감 할 수 있어 참 행복했겠지. 그가 35년 일생을 바쳤지만 유일한 미완성 작품으로 남은 <불새> 아직 본 적이 없어 기회가 된다면 우리 중딩이와 함께 보는 것도 좋겠다.


'만화의 신'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으로 아직 '우주소년 아톰' 밖에 모르는 우리 아이들를 위해 그의 대표작을 검색해서 찾아봤다. <무쇠팔 아톰> <정글대제> <블랙 잭> <불새> <도로로> <리본의 기사>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그만의 그림 기법이 확실히 느껴졌다. 전쟁 이후 불모지였던 일본 만화계를 지금의 만화 왕국으로 만드는데 커다란 주춧돌 역할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 하겠다. 사람들에게 희망과 웃음을 주고 싶다는 그의 만화를 다시 보고 싶다. 이번 주도 세계위인전집 청소년 평전 시리즈를 읽으며 새로운 인물의 일대기를 통해 우리가 배울점을 찾아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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